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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Feb 01. 2025

가장 담대한 고래사냥 <모비 딕

바다에 띄운 세상의 무수한 지식 <카지노 게임 추천 딕

한때 우리나라에서 너도나도 고래를 잡으러 떠나자고 외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본 적도 없는 그 고래를 떼로 악을 쓰듯이 불러댔습니다. 7080 시대 MT나 야유회를 가면 가장 많이 애창했던 <고래사냥 이야기입니다. 1975년 송창식씨가 곡을 만들어 처음 불렀던 그 노래는 워낙 신명나기도 했지만 반주 악기로 그 시대 어깨에 둘러매고 떠났던 통기타 한 대만 있어도 충분했기에 독창이든 합창이든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당대 최고 인기 소설가인 최인호씨가 쓴 가사도 그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와 <고래사냥은 고래가 있을 리 없는 도심과 캠퍼스 한가운데에서도 크게 들리곤 했습니다.


당시 그 고래는 서울에서 10시간 정도 삼등열차를 타고 가면 나타나는 동해 바다에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신화처럼 숨을 쉬는 예쁜 고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우린 더 이상 고래사냥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국가에서 <고래사냥을 금지시킨 것이었습니다. 노래 가사가 너무 염세적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신이 나기는커녕 가슴에는 슬픔이 하나 가득했다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즈음 실제 고래사냥도 금지되었습니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개체수 감소에 따른 보존 차원에서 우리나라 연안의 고래사냥을 금지시킨 것입니다. 과거 북적대던 울산만의 장생포가 고래 화석과도 같은 도시가 된 이유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가슴속에 사는 <고래사냥과 바다에 사는 고래사냥을 모두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 물론 <고래사냥 노래는 이후 해금이 되어 지금까지도 애창되고 있습니다.


가슴속에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고래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동해 바다 정도가 아니라 거의 세계 바다 일주를 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1850년경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장생포와도 같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낸터컷에서 포경선을 타고 출발해 대서양을 횡단해 아프리카 서북단을 거쳐 다시 남아메리카 동쪽 어장으로 내려갔다가 이번엔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쳐 인도양으로 들어서고 실론섬 아래 바다를 거쳐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섬과 대순다열도 사이를 빠져나와 태평양으로 진입한 후 필리핀 북단 바다를 거쳐 일본 연해를 지나 태평양의 적도 근처까지 항해를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300여 년 전인 1522년 최초로 세계일주를 한 포르투갈의 마젤란이 항해한 것과 반대 방향으로 세계일주 비슷하게 한 것입니다. 하지만 마젤란이 필리핀에서 원주민과의 전투에서 죽임을 당해 출발점인 스페인의 세비야까지 못 가고 단 18명의 부하들만이 원점으로 돌아온 것처럼 그 역시 위의 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전투 중 죽임을 당해 단 1명의 부하만이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마젤란과는 달리 사람과의 전투에서 죽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마젤란과는 달리 애당초 반드시 원점으로 돌아와야만 했던 길을 떠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의 항해 목적이 마젤란의 세계일주와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언급했듯이 그가 목표로 하는 어떤 고래 한 마리를 사냥하기 위해 그곳까지 간 것이었고, 그 고래와 전투 끝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낸터켓에서 출항할 때부터 어쩌면 그는 그렇게 죽게 될 그의 운명을 예견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선장의 자격으로 인솔해 간 선원들 중에 그렇게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다들 48개월에 걸친 긴 항해를 하면서 많은 고래를 잡는 만선의 꿈을 안고 떠난 것이기에 그랬습니다. 육지에 그들 가족을 남겨놓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목적으로 출항한 선장의 무모함으로 인해 그들까지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위의 단 1명을 빼곤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실화이든 허구이든 비극으로 불려야 할 것입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미국 소설의 금자탑 '카지노 게임 추천 딕'의 작가 허먼 멜빌 (1819~1891)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허먼 멜빌이 1851년 발표한 소설 <모비 딕(Moby Dick)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선 한자로 하얀 고래를 뜻하는 <백경()으로 한때 많이 불렸던 소설입니다. 그 고래 모비 딕의 피부 컬러가 흰색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멜빌은 소설에서 화이트는 위엄, 고귀, 거대, 권력, 공포의 상징 컬러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새뮤얼 콜리지의 시 <늙은 수부의 노래에 나오는 희고 거대한 앨버트로스 새도 언급하면서 말입니다. 그런 상징을 지닌 "눈처럼 새하얗고 주름이 잡혀있는 이마와 피라미드처럼 높이 솟은 하얀 혹을 가진 향유고래", 그가 모비 딕입니다. 향유고래는 실존하는 포유류 중에서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합니다. 통상 길이가 10m가 넘으니까요. 소설에선 아주아주 오랜 옛날엔 100미터가 넘는 고래도 있었다고 소개합니다.


<모비 딕에서 신화처럼 물을 뿜어대는 그 고래가 물 위로 치솟은 모습을 처음 발견한 망루 위의 선원은

"눈 덮인 산처럼 하얀 혹이다"라고 외칩니다. 소설이 끝나갈 즈음인 724 페이지에 비로소 첫 등장하는 모비딕입니다. 5대양 6대주의 각종 바다를 3년 넘게 항해한 후 드디어 그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렇듯 <모비 딕은 지독히도 긴 책입니다. 제가 이번에 읽은 <모비 딕(김석희 옮김, 작가정신 출간)은 와이드한 편집에 활자를 빼곡 채웠음에도 764 페이지에 달하고 있습니다. 과거 위의 <고래사냥 노래를 한창 부르던 시절에 읽었던 얇은 축약본 <백경과는 완전히 다른 <모비 딕이었습니다. 사실 그때 누가 이 제대로 된 <모비 딕을 주었다고 해도 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비 딕은 그런 소설이니까요.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됩니다.


<모비 딕은 당연히 고래에 미친 위의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에이해브 선장입니다. 그는 이전의 항해에서 모비 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어 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도 그 고래를 찾아 온 세상 바다를 헤매고 다닙니다. 항해 후 투자자인 선주들에게 결과물로 주어야 할 고래 사체 부속물인 고래기름과 용연향은 그에겐 부속 목표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모비 딕을 만나기 이전 다른 고래들을 사냥할 때엔 그렇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비 딕의 출현이 가까워질수록 그는 집중, 집중 또 집중합니다. 며칠씩 잠도 자지 않고 갑판에 놔와서 그 괴물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립니다. 괴물이라 칭하는 것은 소설에서 모비 딕을 칭하는 다른 이름으로 레비아탄이 쓰이기에 그렇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바다 괴물입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1851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허먼 멜빌의 '카지노 게임 추천 딕'. (김석희 옮김. 작가정신 출간)


레비아탄은 구약의 <욥기서에 나오는 상상의 바다 동물로 대적할 상대가 없는 크고 힘센 해양 괴수입니다. 그래서 영국의 정치철학자 홉스는 절대적 힘을 가진 국가를 이 레비아탄에 비유했습니다. 그가 1651년 지은 <리바이어던(Leviathan)은 이 레비아탄의 영어 발음입니다. 그런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와 사회계약을 통해 약한 개인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가 멜빌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가진 향유고래인 모비 딕을 레비아탄이라 부릅니다. 거대한 악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흔히 <모비 딕의 독후감에선 모비 딕을 거대악, 절대악으로 비유하곤 합니다. 그런 악과 맞서서 싸우는 에이해브 선장은 프로타고니스트이고 모비 딕은 안타고니스트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악의 상징인 모비 딕과 대적해서 싸우는 에이해브는 과연 선일까요? 글쎄요..입니다.


선악은 때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습니다. 에이해브에게 악인 모비 딕이 누구에겐, 또는 다른 시각에선 선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비 딕은 향유고래들 중에서도 가장 거대하니 누구보다도 많은 귀중한 기름과 용연향, 그리고 요즘 인기가 좋은 고래고기를 인간에게 제공해 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는 선입니다. 반대로 모비 딕을 물리치고자 한 에이해브가 누구에겐 악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당장 그가 인솔한 포경선인 피쿼드호의 선원들에게 그는 악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그들은 그의 개인적인 목적을 채워주기 위해 그 배에 승선한 꼴이 된 것이고, 결국은 모두 바다에 잠겨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소설에선 그런 대립구도가 나오기도 합니다. 망망대해 배위에선 절대권력인 선장과 선원 간에 일어난 갈등입니다. 이것은 에이해브와 모비딕과 같은 선악구도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번엔 에이해브와 스타벅입니다.


스타벅은 피쿼드호의 1등 항해사입니다. 우리 귀에 그 이름이 익숙한 것은 그의 이름에서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 브랜드 네임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설 <모비 딕에서 그가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커피가 등장하는 장면도 딱 한 번뿐입니다. 바다에서 만난 다른 포경선에서 커피통을 들고 오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나마 그것도 알고 보니 기름통이었습니다. 스타벅은 항해를 책임지는 1등 항해사로 합리적인 데다가 유능하고 냉철하기에 거칠고 괴팍한 그의 보스 에이해브와는 대조되는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19세기 미국 포경업의 중심 도시 낸터켓(Nantucket). '카지노 게임 추천 딕'의 피쿼드호의 출항지 (출처, 구글맵)


그런 스타벅이 고집스러운 에이해브에게 유일하게 맞서는 갈등을 보입니다. 하지만 그 갈등과 위기는 통상적인 소설의 단계에서 보이는 것들에 비해서는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묘사됩니다. 전 그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두꺼운 소설에서 할애한 장면이 많지도 않고 그렇게 그 상황이 극적이지도 않기에 그랬습니다. 에이해브 선장에게 반하는 스타벅에게 에이해브가 라이플 소총을 한 번 겨누었고, 이후 반대로 스타벅이 에이해브를 쏠까 말까 갈등하는 장면이 한 번 나오는 것이 전부이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에이해브는 쏠 마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제스처를 한 번 취해 본 것이고 스타벅은 진짜 쏠까 말까를 망설였습니다. 소설이 결말을 향해가며 파국을 예상한 스타벅이 그를 비롯한 모든 선원들이 그 선장으로 인해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 생각해서 벌인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은 결국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돌아섰습니다. 만약 그때 그가 방아쇠를 당겼다면 피쿼드호에 승선했던 선원들은 모두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모비 딕이 다니는 길은 에이해브 선장만 알고 있었으니까요.


스타벅은 최근 한 유명 정치인과 연계되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가 장관 시절 한 발언으로 그는 스타벅에 비유되었고 어느 학생에게 그가 좋아하는 책이라며 <모비 딕을 선물하기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 연말 정치의 풍향계가 긴박하게 돌아가며 극도로 고조된 시점 그 역시 스타벅처럼 총을 쥐고 있었음에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스타벅을 더 떠올리게 한 그였습니다.


소설 끝에서도 갈등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순간은 한 번 더 등장합니다. 모비 딕과 혈투 중인 에이해브 선장을 향해 스타벅이 외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보세요! 모비 딕은 선장님을 노리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선장님이 모비 딕을 미친 사람처럼 노리고 있단 말입니다." 이날은 모비 딕을 만나서 벌인 사흘째 전투의 날이었습니다. 결국은 마지막 전투가 된 그날 피쿼드호와 선원들은 파국에 이르렀습니다. 만약 그때라도 에이해브 선장이 스타벅의 말을 듣고 포기를 하고 철수했다면 그와 그의 선원들은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선악의 주체가 확실하게 역전되는 현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에이해브는 구약의 <열왕기서에 나오는 폭군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그러고 보니 커피 체인 스타벅스의 로고엔 사이렌이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소설 <모비 딕에서 따왔다면 고래가 있을 법도 한데요. 물론 사이렌은 신화에서 선원들을 유혹해서 죽이는 바다의 마녀이니 그 사이렌은 바다 괴물로 묘사되는 모비 딕의 여성형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비 딕(Moby Dick)엔 그 이름 안에 강력한 남성성이 드러나 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신화 속 바다의 다른 괴물인 크라켄, 히드라, 또는 전설 속의 드래건도 그것은 모비 딕의 변형인 다른 레비아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양사에서 그리스 신화보다 기독교의 파괴력이 컸기에 홉스이든 멜빌이든 레비아탄을 등장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딕을 만나기 위해 항해한 피쿼드호의 긴 궤적 (출처, 작가정신 출간 '카지노 게임 추천 딕')


오늘날 우리가 명작 <모비 딕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모비 딕과 사흘에 걸친 전투 끝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선원인 이스마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실종된 선원들을 찾으러 그 주위를 배외하던 다른 포경선인 레이철호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됩니다. 소설의 끝입니다. 그는 그로부터 약 4년 전인 낸터컷 이전 뉴베드퍼드부터 시작된 이 소설, 이 세상에서 가장 담대한 고래사냥의 유일한 증인으로 <모비 딕의 화자입니다. 마치 구약의 아브라함에게서 먼저 태어난 아들이었지만 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방인인 엄마 하갈과 함께 추방된 이스마엘이 거칠고 굶주린 광야에서 살아남아 한 민족을 이루었듯이 그도 그렇게 살아남아 후세에게 피쿼드호의 선원들이 펼친 담대한 여정인 <모비 딕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 멜빌은 이스마엘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는 이야기만을 전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이 이렇게 두껍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모비 딕은 피쿼드호에 승선한 선원들의 항해와 고래사냥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고래라는 생명체와 포경선과 포경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룹니다. 특히 고래 부분만 보더라도 그는 2022년 우리나라 TV에서 화제가 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저리가라 할 정도의 해박함과 방대함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모비 딕은 고래와 고래사냥의 백과사전입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인간들의 이야기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번에 읽은 소설 <모비 딕의 경우 주인공인 에이헤브 선장은 전체 764 페이지 중 198 페이지가 돼서야 첫 등장합니다 - "에이해브 선장이 뒷갑판에 서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다른 이야기도 많아 웬만한 소설책 한 권이 끝나갈 즈음에야 비로소 주인공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향유고래 모비딕은 끄트머리인 724 페이지에 나온다고 했습니다.


작가 멜빌은 1851년 이 소설을 출간하기 10년 전인 1841년 포경선을 타고 실제 출항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이후 우여곡절을 거치며 해군의 승조원으로도 복무하여 약 4년 간의 선상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바다 사나이였습니다. 그 경험으로 소설 <모비딕이 나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해박함은 그런 바다와 고래, 포경업과 포경선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독자들에게 그의 책을 좀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그리고 소설이라지만 플러스 알파로 그가 알고 있는 지식까지 전달하기 위해 더 많은 내용으로 <모비 딕을 채웠습니다.


19세기 매사추세츠주 뉴베드포드항의 고래 기름통들 (출처, 작가정신 출간 '모비 딕')


통상 두꺼운 책을 가리키는 벽돌 서적으로 꼽히는 유명 대표작으로 <모비 딕 이외에 단테의 <신곡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꼽습니다. 이중 <신곡엔 무려 천여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모두가 신화, 성서,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단테가 죽으면서 그 책을 완성했으니 그가 죽은 1321년 전에 생존했거나 가상으로 논의된 인물들입니다. 단테는 그 많은 인물들의 생전 행실을 모두 파악하고 심판관이 되어 선악에 따라 사후 지옥, 연옥, 천국으로 사후에 그들이 거할 곳을 배정했습니다. 대단한 작업이고 작가입니다. 요즘과는 달리 자료가 빈약했던 그 시절 그 많은 인물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그는 그 방대한 기독교적인 허구를 서사시남겼습니다. 마찬가지로 축약본이 아닌 제대로 된 <돈키호테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그 두꺼운 책이 돈키호테, 산초, 로시난테, 풍차로만 채워진 것은 아닐 테니까요.


그런 면에선 멜빌의 <모비딕도 <신곡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책엔 신화, 종교, 역사, 고고학, 지리학 등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내용들이 거의 모든 페이지에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그것들을 직접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은유법과 직유법을 통한 비유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 소설이 나오기 전인 1851년 이전의 세계를 통찰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현학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화려한 비유의 대잔치가 <모비 딕에 들어있습니다. 전기가 세상에 있지도 않은 시절인 1821년에 태어난 그가 30살에 이르러 그토록 방대한 지식을 쌓았다는 점에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때까지 그가 공부만 한 것도 아니고 부유했던 집이 망해 여러 해 동안 장사도 하고, 먼바다로 배까지 타고 나가기도 했는데 말입니다. 특히 전체 135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이 시작되기 전에 프롤로그와도 같이 페이지를 할애한 '발췌록'엔 그 이전 시기에 고래를 언급한 유명인의 실제 글과 말, 작품 속의 고래를 모두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중엔 "영국 해안 근처에서 잡힌 고래는 모두 영국 국왕의 재산이다. - 윌리엄 블랙스톤의 <영국법 주해)"와 같은 재미있는 글도 들어있습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딕'이 출간될 즈음 그려진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의 '포경선' (1845)


긴 설 연휴를 보내는 기간 동안 인생 숙제를 하나 마쳤습니다. 그간 가슴속에 있던 고래사냥을 드디어 마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게 이 책을 읽게끔 동기부여를 해준 분께도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즈음 한 송년회에서 깜짝 선물로 받은 책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날 산타로 등장한 그분은 참가한 일행 숫자만큼의 고전을 준비해 와 한 사람씩 지정해서 돌아가며 다음 사람에게 어울릴만한 책을 선물하게 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받기를 바랐던 <모비 딕이 제게 지정이 되었습니다. 그날 그 두툼한 <모비 딕은 마치 그 자태가 송창식씨의 <고래사냥에 등장하는 예쁜 고래한 마리처럼 보였습니다. 그를 만날 때가 된 시점에 만나게 되어 더 그렇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에이해브 선장은 그토록 한 고래를 죽이려 했지만 그를 창조한 작가 멜빌은 고래의 불멸성에 대해 아래와 같이 책에서 이야기합니다. 마찬가지로 그의 하얀 고래인 <모비 딕도 역시 불멸의 고전으로 인류와 함께 존속하게 될 것입니다.


"고래는 대륙이 바다 위로 솟아나기 전부터 바다를 헤엄쳐 다녔다. 한때는 튀일리궁과 윈저성과 크렘린궁 위를 헤엄치고 있었다. 노아의 홍수 때도 고래는 노아의 방주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세계가 네덜란드처럼 다시 홍수에 잠겨 쥐들이 전멸한다 해도, 영겁을 사는 고래는 여전히 살아남아 적도 해류의 높은 물마루 위로 머리를 쳐들고 하늘을 향해 물보라를 뿜어댈 것이다." (623p)



* 작가정신에서 출간한 <모비 딕에 김석희 번역자의 해설 각주가 없다면 이해가 덜 되거나, 재미가 덜했을 것입니다. 훌륭한 번역과 인문학적인 해석이 가득한 각주를 일일이 찾아서 메모해준 그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https://youtu.be/dD5EOOxVlYc?si=BcbYlM2mp0zueH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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