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답답했다. 즐겁지 않았다. 새로운 기쁨도 감동도 별로 없었다. 세상은 연두에서 실록으로 물들어 가고 있지만, 나는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부활의 기쁨도 없다. 봄 나들이를 열심히 다녔다. 전라도 구석까지 찾아다녔다. 흐드러진 벚꽃, 동백 앞에서 사진 찍고 웃음도 피웠다. 소생하는 자연 앞에서 경이를 느끼곤 했지만, 그러나 예전의 감동은 없다. 나를 설레게 하던 마음의 떨림이, 가녀린 진동이 떠나 버렸다. 나는 그것을 다시 찾아오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냥 내던져 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것들을 잃어버릴 것 같다. 기억이나 추억 속에 머무는 장식이 되어 버리는 건 아닌가? 오늘 아침, 문득 겁이 났다. 소중한 것을 떠나보낼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벌써 4월 말이다. 새해가 1/3이 지나갔다. 새해가 아닌 올해가 되었다. 작년 연말부터 지금 까지, 책을 열심히 읽었다. Yon Fosse의 700 페이지 Septology, 한강 작가의 책 10여 귄의 책들.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시 손에 잡았고, 페리페 페느난데스아르메스토의 '생각의 역사'를 흥미 있게 읽었다. 독서와 영어 듣기 연습, 가끔 인턴 대사 외우기, 그리고 운동. 제법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예전만큼 즐겁지 않다. 감동이 없다.
그동안 글카지노 게임를 하지 못했다.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읽기가 좋았기 때문에 쓰기를 못 했다고 변명하고 싶지 않다. 글카지노 게임를 하기 싫었다. 뻔히 돌고 도는 잡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백내장 덕분에 희미해진 핸드폰 자판을 보기도 싫었다. 시간을 제법 들여도 여전히 형편없는 글에 상처를 입었는지도 모른다. 글이라는 것은 느낌이 있어야 쓰는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습관을 멀리 하고 말았다. 이제 글카지노 게임가 두렵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생각이 없어도 그냥 쓰고 보는 것이 글이라고 외쳐 대던 내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이 귀한 습관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오늘 아침 찾아들었다.
글카지노 게임는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자세히 쳐다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일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것을 피해 달아나는 것은 어쩌면 삶의 도피인지도 모른다. 작가 한강은 최근 산문집 빛과 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인생을 꼭 껴안아 보았어 /글카지노 게임로// 사람들을 만났어/아주 깊게/진하게/글카지노 게임로//충분히 살아냈어/글카지노 게임로//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오늘 아침. 나는 알았다. 마음이 답답한 이유, 즐겁지 않은 이유, 감동이 사라진 이유를. 글 읽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이지만, 글카지노 게임에는 까마득히 못 미친다는 것도 새롭게 알았다. 한강은 오늘 내게 말한다.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언어라는 실에 나의 질문을 계속해서 접속해야 한다고. 글카지노 게임 다시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