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카지노 게임 찾아 삼십육억오만리
"그러게 씨발, 나 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살지?"
얼마 전 아무개가 전쟁 선포하듯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비장히 그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이리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생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란 무엇일까요? 인생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요? 마침 한동안 고민이 많았던 터인지라.
기습 전쟁 선포를 받은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A가 조용히 술잔을 들며 침묵은 이내 깨졌습니다. A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몰라 씨발, 술이나 먹어."
가만 돌아보면, 나는 참 온라인 카지노 게임있는 삶을 살아왔던 사람인 것 같습니다(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참으로 상대적이라 정도를 따지기 어렵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에는 그렇다는 뜻입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우리네 동년배들은 수능 공부 할 때겠습니다만, 나는 사업하겠다고 이곳저곳 쏘다니고 다녔으며, 성인이 되어서도 누구는 대학교에 진학하여 캠퍼스 커플도 즐기고, 학교 축제에 가서 밤새 술 먹고 할 적에 나는 사업 투자 좀 받아 보겠다고 사업기획서 만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투자자들과, 혹은 한배를 탄 사업 동료들과 밤하늘 저 별이 부서지도록 일 얘기를 하며 술을 먹곤 했습니다.
그때는 그게 참 온라인 카지노 게임있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며 보편적이지 않은 삶을 영위하는 그 저릿함을 아실는지요!
실은,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올해로 나이가 서른입니다. 주변 것들도 다 나이를 먹을란치 먹은 지라 내가 해왔던 경험들은 이제 다른 아무개들도 다 해봤던 것들입니다. 한마디로, 더 이상 나의 경험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것을 또 찾아 나서기에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웬만한 것들은 다 해본 것만 같더랍니다. 만약 여기서 더 새로운 걸 찾아야 한다면, 법률이 규정하는 선을 넘어야만 그 저릿한 것들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 한 지는 이미 꽤 지나 버리었고요(하겠다는 건 아닙니다만, 절대로 아닙니다만, 이를테면.. 마약 같은 것들이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세상 문턱 앞에서 천사들과 자주 보니 정든다고 담소 나누고 있는 분위기를 다시 데려오고자 옆자리 B에게 한마디 던져봅니다.
"넌 왜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딱히 바라지는 않았는데, B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장황하게도 답변하더랍니다.
"매일 챗바퀴마냥 똑같은 거 반복이잖아. 아침 아홉 시 기상, 출근, 퇴근 후 심심하면 술먹지, 애인 만나서도 밥 먹고, 영화 보고, 드라이브 가고, 술 먹고, 섹스하고. 이게 5년째면 안 질릴 수가 없다."
"취미는 없어?"
(약 10초만 고민하더니)".. 없어."
"취미를 만들어 보는 건 어때?"
"취미가 뭐가 있는데?"
B의 물음에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이것들 저것들을 막 늘여 놓으려다가, 이야기해 줘 봐야 그 하나도 시도하려고 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목구멍까지 내려온 이것들 저것들을 다시 뇌로 쑤셔 넣고는
"뭐, 이것저것."
해버리고 말아 버렸더랍니다.
'익숙함'은 참으로 양날의 검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수년을, 혹은 수십 년을 익숙함 속에서 발생되는 안정감을 찾고자 노력해왔습니다만, 이제는 그 익숙함에서 나오는 게 지루함이라니요. 이렇게 변덕스러운 놈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나, 혹은 그네들은 익숙함 속에서 무뎌진 감정을 찾기 위해 새로움을 찾아 나섰겠습니다만,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게 그리 쉽겠습니까. 새로움에서 조금이라도 나쁜 감정이 느껴지면 '역시 풀벌레는 풀을 먹고살아야 돼' 하며 다시 익숙함 속으로 돌아오기를 수차례였겠지요. 이것이 참 슬픈 딜레마입니다.
나는 익숙함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머무르는 장소를 주기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트북 하나 들고 훌쩍 떠나기도 하며, 새로운 사람들이 잔뜩 모이는 파티를 만들어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보기도 하며, 평소 먹던 음식에서 벗어나 아예 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시도해보기도 하며요.
그러나, 훌쩍 떠난 제주도에서 노트북 깨작거리며 일주일 남짓 지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타이핑을 하고 있으며, 파티 한 두어 번 만들어 보고 나서 기가 쪼옥 빨려 다시는 파티를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으며, 베이징덕을 처음으로 먹어 보았다가 다시 치킨을 먹고 있더랍니다.
도대체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어디서 또 찾을 수 있을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들에게는 어떠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있을까요? 혹여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분에 넘치도록 느끼고 계시는 누군가가 계시다면, 저에게도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조금만 나누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요즈음도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놈을 찾기가 여간 쉽지가 않더군요.
"이제 슬슬, 자리 파할 때가 된 것 같지 않냐?"
서로가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대홧거리들 사이에서 피로감을 이만치 느끼고 있던 우리들은, 먼저 말을 꺼내준 당신의 용기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그 누구도 입 밖으로 대답을 꺼내 놓지는 않았습니다만-누구는 고개를 살짝 까닥이며, 누구는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리며 그 말에 동조를 했더랍니다.
"그럼, 오늘 너무 온라인 카지노 게임있었고. 다음에 또 보자."
다음에 또 안 볼 예정입니다.
"그래, 다들 조심히 들어가!"
당신이 조심히 들어가는지, 위험히 들어가는지 그다지 궁금하지는 않습니다만, 나는 응상 그렇듯 그들에게 자리의 마무리를 알리는 의미 없는 그 말을 꺼내놓고는 10분 전에 미리 잡아놓은 카카오 택시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처음으로 교류를 하기 위해 모인 사교 모임에서 탈출하여, 달리는 택시 안에서 나는 으레 그렇듯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 지금 가게 문 닫냐? 어. 나 지금 간다.
가게 문 닫고 너네 가게에서 우리끼리 또 술 한잔 하자."
"기사님, 죄송한데 OO동으로 목적지 좀 바꿀게요."
"가는 중에 길 안내는 제가 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