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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Oct 25. 2024

카지노 쿠폰 없는 날

오늘이 시월 며칠인지를 모르겠다. 집에 달력하나가 없다. 어디선가 카톡 알림이 들리는 것도 같은데, 환청인가. 엊저녁부터 카지노 쿠폰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 오늘은 카지노 쿠폰 한번 지내보자. 시간도 보지 말고 쇼핑도 하지 않고 유튜브저당 잡히지도 말고 그렇게 한번 지내보자.


휴관일엔 항상 아침에 눈뜨자마자 빵을 사러 간다. 빵 사는데 카지노 쿠폰은 필요 없다. 카드지갑만 챙긴다. 익숙하게 들어가 쓱 한번 훑고 햄치즈 소금빵과 아이스카페라테를 주문한다. 7시 반 오픈에 맞춰 새벽부터 나오느라 푸석거리고 피곤해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 정성 들여 만들어 준 커피를 받아 들고 진심을 담아 "감사합니다."를 외친다.


빵집 옆 방앗간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들기름 냄새가 상쾌한 아침햇살과 함께 콧가를 간지럽힌다. 아. 여기 방앗간이 있었네. 장날인지 골목골목 복작복작 아침부터 부산하다. 생선을 내리는 냉동차를 지나치고 펼친 천막에 내리는 옷무더기를 지나친다.


사랑도 그리움도 가슴에 충만한 계절이다. 잊고 살던 감정들까지 소환해 줘 고마울 뿐이다. 나는 참 운이 좋다. 이 나이에도 이럴 수 있다니.

남편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자는 나를 깨운다. 단잠에서 깬 나는 어리둥절, 약간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뭐야? 무슨 일이야?"

남편이 내 볼을 잡고 뽀뽀하며

"와이프씨 너무 보고 싶었어요. 어제 일찍 자서요"

빙그레 웃고 침대에서 일어나 소파에 몸을 다시 뉘인다. 쉴 새 카지노 쿠폰 재잘대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린다

모닝커피를 타달라는 말에 이렇게 답한다.

"꺼져. 어제 내 다리 걸고 막 넘어뜨리고 주짓수 걸었지?"

"어? 기억이 났군요.ㅎㅎ"


카지노 쿠폰은 필요 없다. 분홍색 슬리퍼 끌고 대충 선크림 펴 바른 세상 나른하고 풀어진 얼굴로 한 손에 빵,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어슬렁어슬렁 집으로 온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일을 가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소중하고 소소한 일상, 이게 나의 찐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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