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다이어터로 살았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요거트와 견과류, 삶은 계란을 먹고 바로 운동을 나갔다. 갔다 오면 바로 취침시간, 곯아떨어졌다가 한 두시에 눈이 떠져, 왜 깰까를 고민하다 유튜브를 보다 스르르 잠이 든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샤워 후 곱게 화장하고 한 시간 반에 걸쳐 출근하며, 단 한 번도 지각한 적 없다. 폭설이 오면 3시간 전에 나가기 때문이다.
가끔 남편과 싸우기도 하는데, 도서관은 관습형 직업의 대표주자이고, 나는 극예술형이다. 종일 긴장하고 있다가 집에 오면 긴장 풀고 쉬고 싶은데 잔소리를 들으면 여지없이 폭발한다. 책정리도 지치는데 나더러 집에서까지 정리를 하라고!! 하며 급발진하지만, 사실은 지친 것이다. 루틴 한 삶을 동경했지만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에 지쳐버린 것이다.
안정적인 직업도 있고 원하는 만큼 살도 빠지고, 크게 아픈 데도 없고 입고 싶던 옷들로 집이 넘쳐난다. 그런데도 누군가 입은 다른 옷을 또 갈망하고, TV에 나오는 가방, 액세서리, 멋진 여자들의 스타일을 더 원한다. 사랑을 갈망하고, 자장면을 먹으면서 치킨을, 떡볶이를 갈망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는데 계속 그냥 무언가를 갈망한다.갈망은 불만을, 불만은 필연적으로 우울을 부른다.
긴 휴일을 앞두고 세운 여행계획은 비소식과 함께 가볍게 뻥 차 날려버렸다. 하루 한번 외식에, 한 번은 배달을 시켰다. 늦은 저녁, 입이 좀 심심하다고 맥주 좀 사다 달라고 했더니 남편은 밖에 나가 커다란 라면박스한가득 음식을 사 왔다. 과자, 라면, 맥주, 아이스크림, 오징어, 크레미, 핫바, 오렌지 등. 응? 이건 거의 사육인데.몇개월간 과자 몇 개 집어 먹고 묶어놓거나, 거들떠도 보지 않으려 애썼는데, 3박 4일내내 쉴 틈 없이 먹어댔다. 무서워서 체중계에 올라가는 대신 전에 입던 옷을 입어봤다. 당연히 안 맞는다. 아무리 오래 운동해도 폭식을 이길 몸뚱아리는없다. 아~ 예전으로 돌아가겠군... 두려움이 엄습하지만, 힘들게 쌓은 루틴을 내 손으로 산산이 깨부수는 데서 오는 약간의변태같은희열도 있다.
운동이든, 다이어트든 제법 커다란 변화는 삶을 아예 바꿔놓아야만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하고 비장할 필요는 없다. 작은 요소들, 작은 선택이 모여 결국 삶을 이루는 것이니, 습관을 하나씩 수정해 나가면 될 뿐이다. 어렵게 생각하니, 시작조차 못한다. 다이어트는 굶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못하고, 운전하면 사고 날까 봐, 자전거는 넘어져 다칠까 어렵다는 생각에 지배되어 하나도 하지 못한다.
가끔 완벽주의가 발동하는데, 그중에서도 외모 완벽주의가 강하다. 다이어트에 계속 실패하다 보니, 완벽하지 않을 바엔차라리완벽히 무너지겠다는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을 합리화하며 아무것도 안 한적도있다. 이 외모 완벽주의는 성과주의와 연속선상에 있는데, 눈에또렷이보이는성과가 나올 것 같지 않으면 아예 시도조차 안 했다.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법한 자격증도 어쨌든 성과가보이니 따기도 했다. 왜갯수를 세며 나를 증명카지노 쿠폰자했을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기 위해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를 좋아하는 법을 터득하려고 노력했다. 결국 이불과 한 몸이 된 나를 끝끝내 좋아할 순 없었다.
인생은 중간을 찾아가는 여정인 것 같다. 외줄타기 같이, 완벽주의라는 왼쪽에 치우쳐도 추락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며 오른쪽으로 치우쳐도 추락한다는 것을. 외줄위에서 미소 지으며 공중제비를 돌며 놀 수 있는 경지에 올라야 된다는 것을. 급작스레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춤추는 법을 배워야 인생이 즐겁듯이 말이다. 일이든 외모든 완벽주의를 어느 정도 내려놓으면서도 너무 무너지진 않는 그 중간 어느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내겐 너무 어려운 숙제다.
사실 완벽주의 덕분에 어차피 불가능한 100%는 못해내도 70% 정도는 도달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인생은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거라 믿었다.그러나지속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건 환상이며오히려 도피이며 도파민에 중독된 상태나 마찬가지란 걸 이제는 안다.
한번도 넘어지지 않고 걸을 순없다.모든걸 극복할 수도 없다.루틴을지키기도 카지노 쿠폰 산산이 부서지기도 하는 게 인생이다. 불안은 나를 성장시키고, 후회는 깨어있다는 것이며,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지 못하게 하는 건 결국 나이며, 그럼에도 나는 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