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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 Apr 29. 2022

(무제)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더니" - 막 4:38a


박사논문을 쓰기 시작하고 가장 힘들었던 때는 네 번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정이었습니다. 본래 두어 차례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더 남았지만 제 경우 네 번째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이후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거칠 필요가 없었죠. 당시 힘들었던 것은 누구도 저의 논문을 조망하는 관점에서 지도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도교수님은 지도라는 것을 해주지 않으셨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자들에게서 지도학생의 논문을 디펜스해준다는 것은 더욱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다섯 분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자는 저마다 자신의 영역에서 아는 지식을 투척하며 크고작은 영역들을 소위 뜯어 고치기를 요구했습니다. 동시에 방대한 지식의 아주 작은 단서들을 던지며 그것이 논문에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 놀랍도록 과묵했습니다. 스스로를 디펜스하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동시에 누덕누덕 기운 논문이 되지 않게 하려 애썼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석사 때를 생각하면 경우가 사뭇 달랐습니다. 석사지도를 해주셨던 교수님은 몇 차례에 걸쳐 논문을 읽으시고 거시적으로나 미시적으로 필요한 관점을 취하여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 논문을 쓰는 저의 관점을 인정해주셨죠. 그럼에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때 교수들의 혹평을 빗겨갈 수 없었고 학생의 디펜스가 충분치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직접 나서주기도 하셨습니다. 심지어 동료 교수에게 "지금 아무개 교수가 말한대로 고칠 수 있는 방법을 말해보라"고까지 하셨으니 저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저의 상황을 이리저리 비교해가며 낙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은 그 반대입니다. 이전 교수님의 살뜰한 지도에도 불구하고 저는 "스스로의" 노력이 이룬 결과를 뿌듯해했습니다. 실상은 다섯 명의 베테랑 사공이 저마다 옳다고 우기는 방향으로 배가 휘청일 때 키 한 번 잡을 수 없는 신입사공이었는데 말이죠. 아니, 이 생각조차 오만일 수 있습니다. 애초에 사공은 한 분이었습니다. 나도, 지도교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자도, 누구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유일하신 뱃사공은 키를 잡든 나침판을 보든 노를 젓든, 혹은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든 그분의 소관대로 움직이십니다. 결국 배는 안전히 항구에 닿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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