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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시울 Mar 16. 2025

오로지 문장만카지노 쿠폰 사람을 녹아웃시키는 압도적인 '글빨'

야성이 부르는 소리 - 잭 런던(학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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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종족이 핏속에 불어넣은 원시의 습성은 이제 벅의 것이 되었다.



"자, 가라!" 돈턴의 명령이 권총 소리처럼 울려퍼졌다. 벅은 몸을 앞카지노 쿠폰 내밀고 썰매끈을 확 당기며 끌었다. 온몸의 힘이 필사적인 노력 속에 집중되었다. 근육은 비단결 같이 반드르르한 털 밑에서 생물처럼 꿈틀거리고 불룩불룩 솟아올랐다. 딱 벌어진 가슴을 땅바닥 가까이 붙이고 머리를 나직이 숙여 앞카지노 쿠폰 내밀고 있다. 발은 미친듯이 땅을 할퀴어 발톱자국이 다져진 눈 속에 두 줄의 홈을 만들었다. 썰매가 흔들리더니 앞카지노 쿠폰 나가기 시작했다. 벅의 한쪽 발이 미끄러지자 누군가가 신음소리를 냈다. 그런 뒤 썰매는 마치 빠른 경련의 연속같이 슬금슬금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은 정지한 순간은 없었는데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반 인치.... 1인치.... 2인치, 이렇게 나아갔다. 경련 같은 움직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차차 율동이 가해지자 벅은 그것을 교묘하게 조종하여 마침내 썰매는 원활하게 나아갔다.

- p. 346.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 중학생 때 생일선물로 청계천에서 세계문학전집 30권 세트를 받은 적이 있다. 그 때만 해도 아직 지금처럼 많은 출판사들이 경쟁해가며 몇백권짜리 세계문학선을 내던 시기는 아니었기에 세계문학전집하면 보통 30권, 50권짜리 한 질을 이야기하는 것이었고, 그런 전집은 으레 화려한 양장본에 꺼칠꺼칠하지 않은 질 좋은 종이를 쓰고, 심지어 책끈까지 달려 있는 거창한 외관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청계천에서 할인하던 오래된 전집이다보니 옛스런 2단 페이지 구성이기까지 했고. 세로쓰기가 아닌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다. :)


.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스 희곡'으로 시작해서 '25시'로 끝나는 30권 구성은 중학생에겐 너무 이른 것이었다. 처음에야 신이 나서 이 책 저 책 번갈아가며 들춰보고는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읽을 수 있는 책들과 아직은 역부족인 책들이 나눠지게 되었다. 다행히 나이를 먹으면서 어렵다고 느껴지던 책들도 하나하나 재미있게 읽게 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서머셋 모옴의 '인간의 굴레' 같은 소설은 사두고 몇 년씩 쌓아두고만 있다가, 어느 순간에 고전문학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 감탄하면서 몇 번씩이고 읽었다. 지금도 인간의 굴레는 손꼽을만큼 재미있는 고전이다.





벅은 경험으로 배운 것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그의 속에 잠자고 있던 본능이 되살아난 것이다. 인간에게 사육되었던 여러 시대가 그로부터 탈락했다. 그는 어슴프레 종족의 시초 때의 일, 들개가 떼를 지어 원시림을 배회하며 먹이를 쫓아 잡아먹던 일들을 생각했다. 물어뜯고 물어찢고 늑대처럼 와락 무는 전법을 배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 전법으로 옛 조상은 싸웠던 것이다. 조상들은 그의 속에 원시의 생명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의 종족이 핏속에 불어넣은 원시의 습성은 이제 벅의 것이 되었다.

- p. 315. 몽둥이와 엄니의 법칙.




. 다시 돌아와서(^^;) 그 소설들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읽었던 책이 이 '야생이 부르는 소리'다. 따뜻하고 온화한 미국남부에서 태어나 강아지 때부터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편안하게 살던 '벅'이, 어느 날 갑자기 개장수에게 납치당해 춥고 혹독한 캐나다 북서부로 팔려가 개썰매를 끌게 된다. 1년 중 대부분이 눈과 얼음에 덮여 있고, 문 밖으로 한 발만 내디디면 온통 야생이 펼쳐져 있는 황야와 평원으로 이루어진 땅. 하지만 머리로는 난생 처음 보는 풍경임에도 태고부터 종족에 내재되어 있던 야생의 피는 벅의 본능과 감각을 하나하나 일깨우고, 썰매를 끌면서 접하는 광활한 자연과 다른 썰매개와의 생명을 건 사투는 벅을 각성시킨다. 비록 과거에 대한 추억이나, 썰매를 끌게 되며 알게 된 사명감, 북국에서 만난 돈턴과의 우정이 야생으로 향하는 벅의 발목을 붙들어보지만, 책의 제목이 말하듯 '야성이 부르는 소리'는 이미 깨어나버린 벅에게는 너무나도 크고 강했다.


. 잭 런던은 이런 '위대한' 벅의 일대기를 어떠한 기교나 기술도 없이 그저 일직선카지노 쿠폰 끌고 간다. 너무도 단순해서 에피소드 모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이야기를 문학카지노 쿠폰 성립시키는 것은 오로지 잭 런던의 문장이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힘이다. 들끓어오르는 야생의 자연, 썰매개 스피츠와의 생생한 사투, 주인을 잘못 만나 빠져들어가는 죽음의 길에 대한 처절한 묘사, 그 길에서 그를 구해 준 돈턴과의 절절한 우정과 극적인 모험. 머리로는 이 이야기 너무 뻔하다고, 너무 신파스럽다고 쓴웃음을 짓고 있는데도 눈앞에 펼쳐지는 생생한 문장 하나하나들이 비할 데 없는 힘카지노 쿠폰 나를 꽉 틀어쥐고 있으니 도저히 책을 놓을 타이밍이 없다. 하긴 문장이 절정에 달하던 시절엔 서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눈쌓인 겨울산에서 조난당해 불을 피우려는 남자를 묘사하는 것만카지노 쿠폰도 걸작 단편을 만들어내던 잭 런던이었으니, 이렇게 에피소드가 풍부한 이야기가 재미있지 않으면, 사람을 사로잡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





벅에겐 위대한 행위를 만드는 데 소용되는 한 가지 특질, 상상력이라는 것이 있었다. 벅은 본능카지노 쿠폰 싸웠지만 동시에 두뇌로도 싸울 수 있었다. 그는 흔히 하는 어깨치기 전법을 쓰는 척 돌진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땅바닥의 눈 위로 납작하게 몸을 낮추어 적을 사로잡았다. 그의 이빨이 스피츠의 왼쪽 앞발을 물었던 것이다. 우지직하고 뼈가 부서졌다. 흰 개는 세 발로 그와 맞섰다. 벅은 세 차례나 상대를 넘어뜨리려 했다. 그리고 아까의 수법을 또 한 번 써서 오른쪽 앞다리를 물어 분질렀다.

- p. 323. 원시 야수의 지배욕.





. 오래 전 옛날에는 마을에 장터가 열릴 때마다 이야기꾼들이 사람들을 한데 모아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재미있으면 동전을 던졌다고 한다. 잭 런던의 글을 읽고 있자면 그 시절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 든다. 기법이나 사상이나 상징 같은 것을 모조리 제끼고 오로지 재미와 열정카지노 쿠폰 사람들을 사로잡는 타고난 이야기꾼. 그게 내가 읽어내는 잭 런던이기에.





벅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돈턴이 가까이 다가와 무릎을 꿇고 거칠긴 하나 애정어린 두 손카지노 쿠폰 뼈가 부러진 데는 없나 하고 살폈다. 여기저기 타박상이 있을 뿐 심한 굶주림 외엔 별 이상이 없다는 걸 알았을 무렵 썰매는 4분의 1마일이나 떠나고 있었다. 개와 사람은 썰매가 얼음 위를 기다시피 하며 나아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썰매 뒤쪽이 바퀴 자국에라도 빠지듯 푹 꺼지는 것이 보이더니 썰매채는 할이 매달린 채 허공카지노 쿠폰 튀어올랐다. 찰즈가 돌아서서 한 발 물러섰을 때 그 부근 일대의 얼음이 깨져 개도 사람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뒤에는 입을 벌린 구멍만이 남았다. 썰매길의 밑이 빠졌던 것이다.

존 돈턴과 벅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가엾은 녀석" 하고 존 돈턴은 중얼거리고 벅은 그의 손을 핥았다.

- p. 338. 썰매를 끄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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