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여희 Feb 28. 2025

호위무사도 못 자른 인간카지노 쿠폰의 늪

/@yoloyoll/232


우리는 모두 점 위에 서있다. 멀리서 보면 작은 점일 테지만 저마다 발을 내딛는 섬의 규모는 제법 다르다. 그 점들이 종래에는 선이 되어, 이 선 저 선 이어질 텐데. 언젠가부터 도미노처럼 옆 사람이 쓰러지면 그 타격이 내게 오는 걸 견딜 수가 없고. 허락하지도 않은 다리를 무턱대로 내려예고 없이내 섬으로 들어오는 걸 참을 수가 없다.


그냥 너는 네 점 위에서만 서있어라. 각자의 점 위에서, 각자의 선을 지키고 그렇게만 우리서 있자. 가끔 필요한 때에, 마음이 동하는 날에, 서로 신호 보내고 왕래하자. 말하고 싶다.

제발 그 선을 넘지 마오.

제발 훅 치고 들어오지 마오.

마음대로 넘나들지 마시라고요!!!!! 쫌!


하지만 대부분 이 섬, 저 섬 제멋대로 선을 넘나드는 사람들은, 자신의 발이 점 밖으로 넘어갔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그 발에, 무례함을 싣었는지, 어리석음을 담았는지, 저도 모르는 악한 마음이 싣렸는지.


장례식장에서 술을 한 잔, 두 잔 마시면서 언성을 높이던 두 카지노 쿠폰은 이번엔 술을 핑계 삼았던 걸까. 작정하던 마음을, 격앙된 톤으로 풀어다.


(형수는 왜 우리 형님, 장례식에도 안 오셨소!!!!!)


살아생전, 우리 아빠에게 밥 한 끼 사드린 적 없었던 사촌 동생이자, 엄마에겐 사촌 시동생이신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언니가 30년 전에,나한테 그랬잖아요.....!!!!!)


엄마는 시댁에선 큰 며느리로 활동하는 와중에도, 친정에서는 셋째 딸이면서도 장녀 역할을 도맡아 했거늘. 30년 전 상처를 굳이 여기 장례식장에서 말씀하시는 연유가 무엇인 겐지.


엄마는 우리 집 살림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추정되었던 외삼촌과 외숙모네 살림을 늘 안쓰러워했다. 외할머니와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인 데다, 내 엄마는 내가 챙기면 된다 하여... 늘 홀로 계신 외할머니를 나서서 챙겼던 것도 엄마였다. 그때마다 기꺼이 드라이버가 되었다. 딸 셋에, 아들이 없어 속 끓였을 딸보다 더 애가 탔을 외할머니가 좋아하시던 증손주를 싸매고서 말이다.


엄마는 시댁 사촌 동생의 질책엔, 그간의 사연을 주섬주섬 풀어내었고. 졸혼을 결심하고 살았다지만 그러지 못다는 올케의 악에 받친 컴플레인엔,


(내가 마치 학폭 가해자라도 되는 것 같네.

30년 동안 그럼 자네는 그 마음을 내내 품고 살았던가.)


말했다.


(학폭이요? 참 멀리도 가시네. 어떻게 지금 여기서 학폭 가해자 단어가 나와요?!!!!!)


나는 매일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내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내 마음속에 괜한 곰팡이 하나 들였다가 어느새 몽글몽글 전체로 퍼지는 꼴을 보지 않으려 한다. 자기 행실인지하지 못하고 남의 감정에는우둔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어리석음을 가여워하려고 한다. 다른 이의 악행에 도리어 상처 입어 내 마음이 곪지 않도록 애쓴다. 억울한 것들 투성이지만 비열함에 응하지 않기로 한다. 세상만사, 일일이 따지는 게 덧없어 발을 빼는 일이 늘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회피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저 내 점 위에 서있기로 했다. 위태로운 나를 다잡으며 그저 내 반경에서 내 할 일을 묵묵히 하기로 했다. 때때로 삭히는 마음에, 물을 주고 볕을 쪼인다. 내 섬 위의 작은 식물들이 짓밟히지 않도록, 메마르지 않도록. 그저 내가 서있는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고 싶다. 다른 이선도 넘지 않되, 누군가 내 선을 넘어 침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생각지도 못한 기 막힌 일들을 요 몇년 사이 가까이에서든, 멀리 서든 겪다 보니. 늘 긴장감에 사로잡혀있어 늘랑늘랑해지는 법을 잊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구나' 눈을 가늘게 뜨고 멀찌감치 보는 때도 늘어서. 적어도 내 안의 빛을 꺼트리고 푹 꺼지는 일은 없도록 애쓰고 산다. 어느 때라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걸 경험해 본 사람만이 가지는 감각을 이제는 장착하게 되었으니. 긴장감 안에 깊숙이 서려있는 맹수의사나움이 언제 발현될지 모르나. 도발하지 않기로 했다. 그 어떤 것을 빌려서든.


그러니, 너희도 도발하지 말아라. 그 어떤 이름으로든. 그 어떤 이유와 핑계로든. 그 선을 넘지 말아라.


하지만 이어지는 하소연과 넋두리. 비아냥과 비난,조롱이 오가는 말들 속에서 나는 호위무사의 검을 빼어들지 않았다.


(힘드시겠어요. 힘드셨죠.)


결국 들여다보면 뾰족한 말들 속에 꺼내어지는 건, 내 이 힘듦을 알아달라_아픈 마음이었을지도 몰라서.


(고생하셨겠네요. 엄마 (시누이)도, 외삼촌 (남편)도

쉬운 편이 아니지요.)


나도 잘 모르는 말들로, 성난 마음을 일단 내 덮었다.

내가 아는 엄마도실제쉬운 사람은 아니라서, 이미 말 끝에 삐딱함이 서렸기 때문이다.


(내가 일평생...전주 이 씨 때문에!!!!!!!!)


김해 김 씨 장례식장에 와서 전주 이 씨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당최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지만. 호위무사의 날카로운 검은 이제 날이 제대로 서, 언제 빼어 들어도 너끈할 만큼이 되었지만. 나는 또 체념했다.


촘촘히 서있다 못해, 신호 하나 없이 훅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는. 가족과 친척이라는 이름의 이 카지노 쿠폰도를 속 시원하게 끊어버릴 수 없는 나라.


거의 완벽하게 사람을 속이다가 전지전능한 어떤 사람에게 들켜 갈가리 찢겨 죽는 것보다 더한 망신을 당하는 것, 이것이 제가 내린 '존경받는다'의 정의였습니다. 사람들을 속여 '존경받는다'해도 어느 한 사람이 그것을 알아채고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에게 듣고 속은 것을 알았을 때 그때 사람들의 분노와 복수심이 도대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쳤습니다.

-카지노 쿠폰실격, 다자이 오사무

/@yoloyoll/116


카지노 쿠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