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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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Mar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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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파일기

콧김이 따듯해진 호숫가로 온 동네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산책을 나왔다. 분홍 점퍼 차림의 아주머니가 부츠모양 미용을 한 갈색 푸들과 발 맞춰 지나간다. 연보라색 커다란 리본을 등에 맨 리트리버와 머리를 진주 구슬로 묶은 말티즈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내가 앉은 카페를 향해 오고 있다. 아이보리 롱스커트에 기다란 챙 모자를 쓴 여자가 두개의 끈을 잡고 오는 걸 보면 그 여자가 주인인 것 같다. 깊게 눌러쓴 모자사이로 보이는 여자의 높다란 콧날이 눈길을 끈다. 카페로 들어왔던 커피를 산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간다. 두 사람 모두 한 손엔 커피를, 남은 한손엔 각자 한 마리씩 목줄을 잡고 커피를 홀짝인다. 그들은 점점 나의 시야에서 유유히 사라진다. 이번엔 또 다른 개가 다가온다. 갈색과 흰색바둑무늬를 가진 살찐 불도그다. 블도그의 짧은 다리는 아담한 주인의 보폭과 어우러진다. 가끔씩 서로 눈길을 마주치는 걸 보면 내가 생각하는 무시무시한 불도그가 그녀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틀림없다.

아이들을 낳지 않아 나라가 없어질 수 있다는 말들이 오르내린다. 이와는 별개로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사람들은 사람대신 개들을 껴안고 산다. 개의 무게감이 사람보다 가벼워서일까? 한가한 평일 호숫가엔 온갖 개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말없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움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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