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세 번째 카지노 게임첫째 날 저녁과 둘째 날
숙소는 창녕 운동장에서 5분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주차를 하고 안내데스크로 가서 예약자 명을 말해주었다. 숙박업체 여사장님이 호실을 알려주며 내일 조식을 이용하는 법도 설명해 주었다. 꼭대기 층 방에 들어서니 창문을 통해 도로와 하천이 보였고 하천 건너편에는 200여 세대는 살법한 꽤 신축아파트가 보였다.
'카지노 게임읍내에도 이런 도시 뷰가 있구나!'
2인실은 침대, 옷장, TV, 냉장고 등 다른 숙소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는데 오늘 밤을 따뜻하게 보내게 해 줄 곳이었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까지 각자 놀기로 했다. 아이는 아이패드를 꺼내 오늘 하루종일 하지 못한 'AmongUs'라는 게임을 시작했고 나는 노트북을 켜서 영어 듣기용 미드를 시청하였다. 긍정확언 영상을 잠시 찍고는 아까 우포늪에서 찍은 인트로 영상과 합쳐서 유튜브에 업로드하였더니 저녁 7시가 되었다.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식당은 따로 검색하지 않고 차를 타고 둘러보다가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하는 곳에가기로 하였다. 본 카지노 게임의 특성상아빠의 식성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창녕의 Top마트에서 아까 빵을 먹었던 빵가게가 위치한중심지까지 차로 이동하면서 식당을 물색했다. 감자탕, 돼지국밥, 정식집이 보였지만 모두 건너뛰고 아이가 정한 곳은 치킨집이었다.
불 꺼진 재래시장 한편에차를 세워두고 치킨집에 들어섰다. 양념반, 후라이드반을 순살로 주문하면서콜라를 같이 주문했다. 평소 입 짧던 아이는 카지노 게임이라 그런지 혼자 절반 이상을 먹고 시원하게 콜라를 들이켰다. 아빠는 나머지를 먹었다.
'맥주 한잔만 시켜 마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술을 거의마시지 않지만타지에서 휴식을 할 때는 맥주든 칵테일이든 가벼운 알코올이 카지노 게임을 실감 나게 하는데 운전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서 마트에 잠시 들렀다. 배가 부르니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당기지 않았다. 혹시 입이 심심할까 봐 오란다 한 봉지와 집에 계란이 떨어졌으니 산청에서 왔다는 계란을 한판 샀다.계란판을 한쪽손에, 과자를 반대쪽 손에 들고 차로 돌아가면서여러 마음이 들었다.
'카지노 게임을 카지노 게임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인가, 결국 카지노 게임은 일상의 연장선인 것인가, 굳이 짐을 늘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청계란이 내가 늘 먹던 다른 계란과 별다른 건 없겠지만 기념품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잠옷을 갈아입고는 다시 아까와 같이 각자 시간을 보냈다. 다이어리를 작성하고 스마트폰으로 e북앱을 켜서 책을 읽었다. 침대 바로 앞에는 대형TV가 있었지만 켜놓고 보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아 켜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들었다. 11시가 다 되어가자 아이는 눈을 감았고 나도 불을 끄고 누웠다. 잠자리가 바뀌어도 아이는 금방 잠들었는데 나는 영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불편한 느낌은 아닌데 몸이 잠을 원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결국 다시 e북을 2시간을 더 읽다가 겨우 잠에 빠졌다.
"계란 프라이 맛있지? 빵도 구워줄까?"
6시 30분부터 9시까지 제공되는 조식을 먹기 위해 우린 7시 30분에 1층의 스택바로 내려왔다. 따뜻한 쌀밥, 뜨끈한 돼지국밥에 김치, 샐러드 등 정갈한 반찬 몇 가지가 놓여있었다. 우리가 오늘 첫 이용자였다. 아이에게 계란을 프라이해주고토스트기에서 식빵도 구워주었다. 시리얼에 우유, 라면도 10여 종이 넘도록 구비되어 있었다. 밥 위주로 식사를 하고 있으니 다른 이용자들도 하나둘 들어왔다. 우리의 소박한 식사와 다르게 밥과 빵, 라면까지 푸짐하게 먹는 그들을 보면서 숙소의 밥인심이 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6만 원의 숙박비에 2인 조식까지 제공하면 가성비 숙소라 불릴 수 있는 요즘이었다.
식사를 하고 방으로 올라가는데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전에 별 계획이 없어서 아이와 다시 창녕 운동장을 달려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11시 체크 아웃 시간까지 쉬었다. 오후에는아이가 매주 토요일마다 하는 농구교실에 참여해야 했기에 울산으로 돌아가야 했다. 숙소를 나서며 마지막 일정으로 창녕 박물관을 들르기로 했다. 어제 공원에서 주위를 살필 때 멀찍이 고분들이 보였는데 그 고분들 옆에 박물관이 있었다. 겸사겸사 가야시대의 유물로 가득 찬 박물관을 둘러보니 고분에서 발굴된 뼈를 복원해서 만든 송현이라는 16세로 추정되는 가야인 여성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었다. 아빠 입장에서는 이 소녀를 통해 아이가 고대사회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랐지만 아이는 역시나어린이 체험관의 편백나무 섹션에서 자기 몸을 파묻으며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속에서 함양울산고속도로를 거슬러 돌아왔다. 터널이 많은 도로라 터널을 들어갈 때마다 와이퍼를 정지하고, 나오면 다시 켜면서 궁금증이 생겼다.비 내리는 도로를 달리다가 터널에 들어가면 몇 번의 와이퍼질을 하면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까? 두세 번이면 더 이상 빗방울이 내리지 않으니까 와이퍼질이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무 번 가까이해야 바깥창에 물기가 차는 게 보이지 않았다. 물방울들이 어디서 날아와 붙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터널을 몇 번 통과하다 보니 그 답이 보였다. 바로 앞에서 달리는 차에서 튀는 것이었다.내 앞이나 옆에 차가 있으면 와이퍼질을 오래 해야 하고 혼자 달리면 대여섯 번의 와이퍼질로도 깨끗한 창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앞유리에 맺히는 물방울을 보며 우리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아이와 함께라서 더 친절했던 빵집과 치킨집, 기대하지 않았던 따뜻한 조식이 차려진 숙소, 생태관은 못 들어갔지만 실제 새들을 관찰하고 영상을 찍으며 놀던 우포늪, 전세 낸 듯 이용한 도서관과 운동장, 창녕과 관련하여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아빠, 내년에는 창녕 마라톤에 같이 나가볼까?" 창녕운동장 한편에 걸려있던 현수막을 보고 아이가 한 말을 미루어 보았을 때 1박 2일의 이번 카지노 게임은살아가는 수많은 날들 중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의 마음속에 터널 속 물방울처럼 분명한 영향을 미쳤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