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천천히 달리는 이야기
동물을 위해 죽음을 택한 인공지능 로봇
2월 마지막 주, 방학의 막바지에 둘째 딸과 함께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을 관람하고 왔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천선란 작가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인데, 무용단과 로봇들이 함께 했기에 색다른 공연이었지요.
요즘 뮤지컬에는아이돌가수가한명씩은 나옵카지노 게임 사이트. 제가 본 회차에는 연재 역에 <오 마이걸의'효정'이, 콜리 역에는 <펜타곤의 '진호'가 연기를 했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두 배우 모두 노래와 연기가 훌륭했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특히 '진호'는 AI 특유의 기계적 말투로 연기를 하다가 노래로 전환되면 다양한 톤으로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소설 <천 개의 파랑은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경마 기수 휴머노이드 로봇이 수명을 다한 말을 위해 스스로 낙마하며죽음을 택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카지노 게임 사이트.SF 소설이라고 하면 웅장하고 화려한 내용을 기대할 법도 한데, 이 소설은 인간적이고 뭉클한 내용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낸 점이 독특합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편 '과학문학상을 받을만한 소설이 맞는가'라는 논란이 있기도 합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답변은, 문학상의 대상이 되려면 작가의 가치관이 담긴 '결말'이 중요한데 <천 개의 파랑은 그 조건에 부합했기에 선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서점의 리뷰에는 '재미없다' '지루하다' 'SF 소설 같지 않다'는 악평이 제법 있어 놀랐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경마장에서 천천히 달리는 법을 논하다
천선란 작가는 <천개의 파랑에서 '천천히 달리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저는 첫 글자의 운율을 맞추는 신개념 Rhyme인 줄 알았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천선란 이라는 이름은 필명으로, 가족들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와 지었다고 합니다.) 뮤지컬에서도 '우린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해'라는 노래가 나오지요.
여기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카지노 게임 사이트.
인간을 등에 태우고 달려야 했던 예전의 경주마들은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한들 탑승자의 안전과 무게를 배제할 수 없었으나 그 기수가 휴머노이드로 바뀌면서 탑승자의 무게는 줄어들었고 사고로 인한 죽음의 문은 완전히 소멸했다. 그러나 말들에게 요구된 것은 더 빠른 속력이었다.
-소설 <천 개의 파랑 중에서
경마는 고대 그리스 로마 때부터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승마인들은 경주와 게임을 통해 기술을 연마하고 더욱 좋은 말을 길러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경마는 도박의 대상이 된 스포츠입니다.
소설 속 배경인 2035년, 휴머노이드 기수가 경마를 합니다. 로봇은 빨리 달리는 말에서 떨어져도 파손된 부품을 교체하거나 새로 구매하면 되겠지요. 자신의 기수가 인간이 아닌소모품이 되자, 경주마는 더욱 빨리 달려야했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관절의 연골은 빠른 속도로 닳았고 경주마의 수명은 1년안팎으로 짧아졌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선수로서의 수명이 다한 말은 운이 좋으면 제주도의 초원지대로 팔려갔지만, 대개는 안락사를 당하게 됩니다. 관절을 치료하고 수술할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인간은 말을 '빨리 달리게 하기 위해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말을 모두 착취하고 있는 셈입카지노 게임 사이트.
인공지능은 동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가
콜리는 기수 로봇입니다. 어느 날 한 연구원이 로봇을 제작하는 공장에 들렀다가, 인지와 학습을 담당하는 칩을 실수로 떨어뜨리고 갑니다. 이 칩이 콜리에게 들어가게 되자, 콜리는 천 개의 단어를 외우고 말과 호흡을 맞추며 경주마 투데이의 심장박동을 통해 행복과 고통을 알아채는,'인간을 닮은' 로봇이 됩카지노 게임 사이트.
투데이는 경주마로 성장하여 한국 신기록을 세웠지만, 빨리 달릴수록 쉬지도 못하고 더욱 혹사당하며 채찍을 맞게 됩니다. 콜리는 투데이의 고통을 알고 관리자에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모르는 척하고 입을 다물라'는 지시를 받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투데이가 더 이상 달릴 때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 콜리는 투데이를 실격시키기 위해 일부러 낙마합니다. 첫 번째 낙마입니다. 낙마 후 콜리는 심하게 부서져 트럭의 화물 칸에 놓여있다가, 스스로 전원이 켜져 어두운 짐칸에서 홀로 천 개의 단어를 읊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부서진 콜리는 폐기처분 당할 운명에 처하지만, '연재'라는 로봇천재 여고생에게 발견되어 수리를 받게 됩니다. 연재의 언니는 하반신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투데이를 보러 옵카지노 게임 사이트.연재의 엄마 보경은 한 때 배우였지만 화재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고,연재의 아빠는 소방관으로 보경을 구조해 결혼까지 했지만결혼 후화재현장에서 사망합카지노 게임 사이트. 상실의 아픔에, 신체의 장애에, 현실적 어려움에 선뜻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가족이었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연재는 전재산을 털어 콜리를 데려왔지만 비싼 부품을 구할 수 없었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연재는 콜리의 하반신을 예전보다 무거운 재질로 만들었고, 충격을 흡수해 주는 유압 모터도 달지 못했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 사이 투데이의 관절은 심하게 마모되어 더 이상 출전하지 못하고, 경주마로서의 가치가 없어 안락사를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연재는 콜리를 수리한 뒤, 투데이의 안락사를 늦추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느린 경주를 준비합니다. 어렵게 따낸 출전에서 투데이는 느리게 달리기 시작하다가,점차 고통을 딛고 속력을 내기 시작합니다. 투데이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감지한 콜리는 투데이가 '행복하다'라고 생각합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러나 콜리는 한층 무거워졌기에, 자신이 없어야 투데이가 빨리 달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두 번째 낙마를 합니다. 이미 한 번 파손과 수리를 거친 콜리에게 두 번째 부상은 곧 죽음입니다.
낙마하는 장면에서 콜리는 높은 안장에 앉아서 허리를 세우고 관중을 향해 마지막 독백을 합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의 최후다. 엉덩이부터 상체까지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으나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고 맑은 하늘이 보였을 뿐이었다.
나는 세상을 처음 마주쳤을 때 천 개의 단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천 개의 단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천 개의 단어보다 더 무겁고 커다란 몇 사람의 이름을 알았다.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소설 <천 개의 파랑 중에서
제목이 왜 천 개의 파랑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파랑은 콜리에게 하늘이었고, 눈부시고 찬란한 아름다움이었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왜 살아야 하는지, 또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지, 콜리는 자신이 학습한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우리가 늘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콜리 역을 맡은 '펜타곤'의 진호 배우는 노래할 때 힘차면서도 고운 목소리였지만, 이 장면에서는 목소리가 약간 갈라졌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마 비장하게 연기하면서도 슬픔을 삼켜야 했기에 그랬나 봅니다. 관객들 역시 이 장면에서는 눈물을 펑펑 쏟았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저도 소설로 읽을 땐 목이 메는 정도였지만, 직접 배우의 연기를 보니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꿈과 예술은 닮아있다
소설가는 왜 과학에 감상적인 상상을 입힐까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도 아닌 동물을 위해 헌신한다는 내용은 다소 허무맹랑합니다. 과연 그런 일이 생길까요? 인간의 지나친 감상은 아닐까요?
미국의 뇌과학자 에릭 호엘(Erik Hoel, 1988-)은 '꿈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변을 기계학습, 딥러닝 기술에서 찾았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딥러닝 기술에는 학습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때 데이터의 폭이 너무 좁으면 편향이 생기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의적 영역 추출(domain randomization)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현실에서 얻은 데이터를 임의로 재샘플하고 왜곡하는 것입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렇게 되면 활용 가능한 데이터 범위를 넘어 학습의 폭이 넓어집카지노 게임 사이트.
호엘은 예술 역시 꿈과 같은 기능으로 설명합카지노 게임 사이트. 예술을 시작하기 전부터 인간은 꿈을 꾸었고, 이는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현실을 넘어서기 위한 뇌의 기능인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일상에서 검은 고양이만 본 사람이 흰색, 갈색, 삼색 고양이 등이 나오는 꿈을 꾼다면 고양이에 대한 데이터가 확장되고 편향이 사라지는 것처럼 말입카지노 게임 사이트.
또,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는 인공지능과의 공존, 타행성으로의 이주를 준비하는 21세기 인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 하기에, 꿈과 예술을 통해 편향을 극복하고 경험의 확장시키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합카지노 게임 사이트. <천 개의 파랑은 비록 화려하고 웅장한 SF 소설은 아니더라도, 그런 면에서는 우리에게 절실한 예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응집체인 휴머노이드 로봇과 빠른 속도가 생명인 경주마를 통해 '천천히 달리는 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현실의 왜곡이자 경험의 확장이지요.
인도로, 또 차도로 거침없이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자전거를 봅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빨리 달리고 있을까요? 빨리 달릴수록 더 빨리 달려야 하고, 결국 고통과 죽음을 향해 갈 수밖에 없는 것은 경주마 투데이만의 현실일까요?
우승확률 0.01%, 시속 30km로 달리는 야유의 대상 투데이의 경주는 인간의 도박성 승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달리기였습카지노 게임 사이트. 관절이 마모되어 고통스러워도 달리는 순간이 행복해 심장이 뛰는 투데이처럼, 우리도우리만의 속도로 나아가다 보면 콜리가 바라본하늘처럼 파랗고 찬란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믿어봅카지노 게임 사이트. 읽어주셔서 감사합카지노 게임 사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