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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Jan 29. 2025

시린 엉덩이의 카지노 가입 쿠폰


오랜만에 눈이 내렸다. 설날에 맞이하는 눈, 가볍게 흩날리는 눈을 보며 옛 생각에 잠긴다. 쌀가루처럼 뿌리는 눈바람 속에서 바지런히 부엌 안팎을 오가며 떡을 만들던 어른들의 모습과 흩날리던 연기가 눈앞에 떠오른다.

설날이면 벗을 때마다 뿌지직 소리가 나는 나일론 쉐타를 입고 어머니가 짜준 목도리를 둘러싸고 언니들과 친척 집으로 비척이며 걸어갔다. 아침 7시에, 바닷가 근처에 있는 오일 시장 옆 사촌 할머니 댁에서부터 제사가 시작된다. 어른들의 제사가 끝나면 밥과 고기 무국, 그리고 직경 15cm쯤 되는 노란 알미늄 쟁반 하나가 각자 앞에 배달된다. 쟁반에는 고기 두 점, 두부 한 조각, 부침개 두세 개, 떡, 나물 조금, 사과 한 조각이 들어있다. 오랜만에 마주한 고기국에 쌀밥인데다 김치뿐 아니라 다양한 반찬까지 먹을 수 있기에, 모두 맛있게 아침을 먹는다. 그렇게 우루루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나면, 줄 서서 어른들께 세배했다. 반짝이는 황금색 십원 짜리 한두 개를 받을 때면 은근 기분이 좋다.


그리고 나면 수리조합(조합을 결성하여 술을 만들던 곳) 자리인 큰어머니 댁으로 옮겨갔다. 큰어머니 댁에서도 밥만 좀 줄어들었을 뿐 비슷한 방식으로 밥과 찬이 배달된다. 다시 밥을 먹고 세배를 받지 않은 새 어른이 있으면, 세배를 카지노 가입 쿠폰 문치과네 골목인 셋 할머니 댁으로 옮겨갔다.


가장 절정은 옥천이 삼촌 댁이다. 옥천이 삼촌은 작은 할머니 댁인데 할머니 내외가 일본에 살기에 우리는 그냥 옥천이 삼촌 댁이라 불렀다. 2년에 한 번 정도 한국으로 나들이하시는 할머니를 뵐 때는 마음이 떨린다. 큰 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인사를 하면 할머니는 그저 덤덤한 얼굴로 손을 내미신다. 할머니의 주름 많은 손에서 내게로 건네진 동전은 은색 100원짜리다. 무겁고도 당당하게 내 손에 들어찬 100원에 가슴이 부푼다. 역시 그 집에서도 제사를 하고 다시 비슷한 음식이 각자에게로 배달된다. 또 먹는다.


그 시절, 작은 일본 할머니 내외는 시장통에서 버려지는 배추 찌꺼기를 주어다가 돼지 치기도 하고 김치도 담가 먹었다는 사실을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듣게 되었다. 할머니는 피같이 번 돈을 설날에 나눠주시며 어떤 기쁨을 느꼈을까?


그렇게 여덟 집 정도 돌아다니며 제사를 하고 세배를 하다 보면 점심이 지나고 오후 세, 네시가 되어야 집으로 온다. 신작로를 지나 집으로 들어오는 길, 텅 빈 논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만 올래에 가득하다. 그럼에도 짤랑거리는 동전 소리에 신이 난다. 집에 들어와 동전을 다시 세어본다. 나는 180원, 내 동생은 남자라서 좀 더 많이 받았다. 여하튼 부자가 된 느낌이다. 풍선껌도 사탕도 마음대로 살 수 있다.


잠시 앉아 긴장이 풀리기 무섭게 배가 살살 아파 왔다. 뒤가 급하다. 부지런히 통시(변소의 제주도 방언)로 내달렸다. 바지를 내리고 쭈그려 앉는다. 동시에 주변에 나 뒹구는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한다. 바닥 돌에 뚫려있는 구멍과 우럭 담(집을 둘러싸는 돌담) 구멍에서 불어오는 왕바람이 카지노 가입 쿠폰를 쓸고 지나갔다. 그래도 추운 줄 모르고 한참을 읽으며 설사가 멎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지난 후 다 읽은 종이를 구겨서 밑을 닦으려니, 빨갛다 못해 푸르딩딩해진 카지노 가입 쿠폰가 얼얼했다. 방으로 돌아와 얼른 카지노 가입 쿠폰를 온돌 바닥에 내려놓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 살이 녹아들 듯 따뜻해졌다.


평소에 고깃국 한번 먹어보지 못하다가 여덟 집 정도 돌아다니며 제삿밥을 먹었으니 탈이 안 날 수 있으랴. 그래도 나는 설날을 카지노 가입 쿠폰하면 그때만큼 즐거웠던 때를 회상하기가 힘들다. 어머니와 큰어머니, 그리고 작은어머니가 모여 앉아 떡을 찔 때, 솥뚜껑 위로 올라오는 수증기조차 그립다. 기름 떡 지질 때는 언제 짜투리가 생겨서 내게 나눠주나 하고 침 흘리며 앉아있던 생각에 웃음도 난다.


삼 년 전만 해도 사촌들끼리 돌아다니며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다. 물론 예전처럼 가는 집마다 밥을 먹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지금은 설과 추석 때마다 돌아다니며 지내는 제사도 없어졌다. 그러니 함께 모여 세배하고 덕담을 나누는 일은 더 귀해질 것이다. 그에 따라 친척 관계도 좁아지고 멀어질 것만 같다.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보내는 것이 즐겁기도 하겠지만 왠지 어린아이에게 나와 같은 소소한 카지노 가입 쿠폰을 없애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늙었기 때문일까?


이제 그 시절의 일본 할머니도, 큰어머니도, 우리 어머니도 옥천이 삼촌까지도 다 저세상으로 갔다. 세월은 그렇게 강물처럼 소리 없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1970년대, 제주도의 궁색한 시절을 그리워하는 나도, 푸르딩딩해진 작은 엉덩이가 아름답게 기억되는 나의 카지노 가입 쿠폰도 바래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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