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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Jan 28. 2025

원우님, 법학전문대학원 무료 카지노 게임 축하드립니다

현직 사무관의 로스쿨 지원 후기


2025년 새해가 밝았다. 시간은 무섭게 흘러 어느덧 7년 차 중참이 되었다. 심리학자 커트 르윈(Kurk Lewin)은 청소년을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입장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중간자’로 정의했는데, 중참 사무관도 비슷하다. 더 이상 저년차라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긴 어렵지만 아직 업무를 숙달무료 카지노 게임고 자부할만한 실력은 아니고, 어디 가서 고생무료 카지노 게임고 인정받긴 어려운 연차지만 반복되는 (무의미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고참 사무관 못지않게 겪는다. 한 마디로 진퇴양난, 질풍노도의 시기다. 이런 시기에, 난 삶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1. 10년 전 나는 왜 로스쿨을 택하지 않았나


최근 몇 년간 법조인이 되고자 로스쿨에 진학하는 사무관들이 부쩍 늘었다. 요즘은 정말 우수수 빠져나가는 게 체감이 될 정도다. (현직자 중 올해 로스쿨에 간다는 사람만 열 명이 넘는단다) 내게도 브런치, 유튜브 등을 통해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사람이 늘었다.

고시 진입을 고민하던 2012년의 나에게는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되는) 사법고시 vs 행정고시의 선택지만 있었을 뿐, 로스쿨은 비교 범주에 들지 않았다. 당시에는 사시 행시 로스쿨이라는 통념(?)이 있었다. 폐지를 앞둔 사시에 도전할 용기는 없었고, 마침 정책을 기획하는 사무관의 역할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에 행시에 입문했다. 자연스럽게 로스쿨은 선택지에서 지워졌다.

10년 사이 강산이 변했다. 민간대비 역대급으로 낮아진 보수와 기대되지 않는 미래, 이전 세대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드는 최근의 변화들(공무원 연금개혁, 세종시 이전, 국회-행정부 권력 균형 붕괴, 누칼협 등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직적인 조직문화까지.

사법고시가 폐지된 오늘날, 로스쿨은 나날이 경쟁률을 경신하며 끝없는 인기를 구가하고, 행시는 시류를 읽지 못하거나 고집 센 녀석들이나 치르는 시험으로 치부되고 있다.


2. 리트를 쳐보자

처음에는 PSAT 수험서를 출간한 경력을 살려, LEET와 로스쿨 입시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해 주려는 취지였다. 이에 더해, ‘호랑이랑 사자랑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처럼, 'PSAT과 LEET 중 뭐가 더 어려운가요?‘의 질문에 답해주고 싶기도 했다. 행시 무료 카지노 게임보다 SKY로스쿨 진학이 더 어렵다는 혹자의 말을 듣고 몸소 체험해 보려는 마음도 있었다.

25만 원이라는 응시료는 납득가지 않았지만,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시험을 치렀다. 언어과목이 어렵게 출제되는 리트는 나에게 있어 피셋보다 불리한 시험이었다. 퇴근 후 저녁시간에 짬을 내 2주~3주가량 훈련무료 카지노 게임. ‘넌 이 짓을 왜 하고 있니?’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떨쳐내는 일과 졸음을 이겨내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퇴근 후 TV를 켜지 않는 것만 해도 초인적인 의지가 필요무료 카지노 게임)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는 노릇. 140점에는 미치지 못하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였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점수를 얻었다.


3. 모교에 기부합니다


리트를 넘어 로스쿨 입시 과정 전반을 가이드하기 위해 모든 절차를 끝까지 밟기로 했다. 리트 이후 자소서, 면접의 과정을 ‘포스트-리트(Post-Leet)’, 줄여서 포릿이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이때 알았다.

학교당 30만 원이라는 원서비가 부담됐지만, 어차피 기부하는 돈 모교에 투자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나이에, 고시무료 카지노 게임 후 수직하락한 형편없는 학점, 그저 그런 리트점수, 모든 정량 스코어가 택도 없었지만 모교에 지원했다.

자소서의 한정된 분량에 5년간의 사무관 경력을 일목요연하게 녹여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릴 것은 너무 많은데 하얀 종이가 너무 작아서~‘라는 동요(?)가 절로 생각났다. 무정성 학부생들과 달리, 나는 쓸 말이 너무 많았다. 사무관 시절의 경험들을 압축적으로 기재하니 할 말 많은 랩 가사처럼 되어버렸다. 업무의 제법 많은 부분이 법령 제개정과 엮여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건 다 대충 치르더라도, 자소서만큼은 제대로 평가받고 싶어 최선을 다했다. 주변 변호사 친구들이나 로스쿨에 재학 중인 퇴직 사무관들에게 연락해 첨삭을 받았다. 서류 탈락만큼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발표당일. 면접일정을 알리는 문자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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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면접 준비는 사치일 뿐


요즘은 소관 업무 특성상 지방출장이 잦다. 전국 8도 먼 곳까지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간혹 일주일간 전국을 도는 일도 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하필 면접 주간이 그랬다.

면접은 11월 16일 토요일이었다. 면접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쯤 전에 최신 기출만 참고하면 충분하겠거니 가볍게 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그런데 아뿔싸. 11월 10일부터 15일까지 무려 5박 6일의 지방 출장이 잡혀버렸다. 하루에 2~3곳씩 총 13개 도시를 순회하는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준비는 둘째치고 몸살만 안 나도 다행이었다.

젠장. 4일째에 몸살이 나버렸다. 결국 면접 전날 서울에 올라와 요양하면서 기출문제를 가볍게 훑었다. 남들은 면접 스터디도 하고 학원도 다닌다는데. 어차피 경험을 쌓고자 보는 것이니 가볍게 보고 오자.. 되뇌었다.

불과 6개월 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고시특강을 했던 강당에서, 단상이 아닌 좌석에 앉아 이름도 없이 4자리 수험번호로 불리는 신세가 된 내 모습이 웃겨 혼자 미소를 머금고 대기무료 카지노 게임. 똑같은 디자인의 정장을 빼입고 앉아 있는 일이 내 삶에 또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면접 순서를 기다리며 뒤늦은 벼락치기를 무료 카지노 게임.


5. 시원하게 말아먹다


면접은 인성면접 없이 지성면접만으로 진행됐다. 사실상 구술면접고사라고 봄이 적절무료 카지노 게임.

충격적인 실수를 범했다. 문제를 다 풀지 못했다. 10분간 문제에 대한 풀이를 A4 한 장에 적어야 하는데, 나는 문제 지문을 요약하는 데에 시간을 허비했다. 로스쿨 면접 문제는 긴 지문을 읽고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형태인데, 면접장에 들어가면 지문을 보여주지 않을 거라 생각한 탓이었다. 2문제에 각기 소문항 2개가 딸려 총 4문제로 구성된 시험에서 앞의 소문항 2개를 다 풀었을 때 7분이 흘러버렸다. 결국 마지막 소문항 한 개는 손도 못 대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약 1분 남짓 짧은 시간 동안 눈에 담아둔 마지막 문제의 해답을 구하고자 두뇌를 풀가동무료 카지노 게임.

아오. 면접장에 들어갔더니 문제지가 떡하니 책상에 놓여있었다. 이럴 거면 지문 요약 안 했지..

사전 안내받기로는, 7-8분의 기조발언을 통해 모든 문항에 대한 답을 마치면 면접위원들이 2-3분간 추가 질문을 하는 형태라고 무료 카지노 게임. 머리 한쪽으로는 마지막 문항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앞선 문항에 대해 발언무료 카지노 게임. 다행히 마지막 문항에 대한 대략적인 답이 떠올라 얼버무리며 기조발언을 마쳤다.

면접위원들의 추가 질문이 오면 임기응변을 잘해야겠다 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그런데 면접위원의 첫 멘트(이자 마지막 멘트)가 생각과 달랐다.


“네. 끝나셨으면 이제 나가보셔도 됩니다”

“아, 끝.. 인가요?”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애써 표정관리는 했지만 망쳤다는 확신이 들었다. 더 볼 것도 없다고 생각했으니 추가 질문도 하지 않고 나가보라고 했겠지? 글을 쓰기 위해 경험차 치른 것이라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면접장을 나오니 그제야 거짓말처럼 좋은 답변이 떠올라 괴로웠다.


6. 예비번호를 받다


무료 카지노 게임자 발표날, 기대감도 긴장감도 제로였다. 모든 절차를 밟아보았으니 이제 글 쓸 일만 남았다 생각했다. 그렇게 무료 카지노 게임자 조회 링크가 뜨고, 수험번호를 입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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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탈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예비번호를 받았다. 번호가 생각보다 높아 ‘이게 뭐지?’ 싶었다. 지난 추합 이력을 찾아보니 최근 5년 간은 전부 무료 카지노 게임했던 번호란다. 엥?!

견물생심이라고, 이미 무료 카지노 게임한 사람처럼 김칫국을 마시며 마음에도 없던 고민을 시작했다.


7. 원우님 무료 카지노 게임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추가무료 카지노 게임 발표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버린 지 한 달 여가 지났을까. 갑자기 도착한 한 통의 메일과 함께 나는 뜻하지 않게 원우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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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입시절차를 몸소 겪어보고 수험생들에게 안내하려는 계획은 이렇게 완성(?)이 되었다.


8. 서기관 vs 변호사...?


이제 로스쿨 입시절차도 알겠다, 앞으로 행시와 로스쿨의 준비부터 무료 카지노 게임까지의 절차를 비교하는 글을 연재할 계획이다.

그건 그렇고. 다들 부러워하는 스카이 로스쿨 중 한 곳에, 그것도 모교에 붙어버리니 엄청난 유혹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인생을 건 고민이 시작됐다.

앞으로의 3년. 지금의 자리에서 계속 일하면 4급 서기관 승진을 코 앞에 두게 된다. 반면, 로스쿨에 진학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내 성격상 나이가 어렸다면 고민 없이 새로운 길을 향해 떠났을 텐데, 삼십 대 중반에 이르는 지금 새로운 길을 향해 떠날 용기가 쉽게 나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공무원으로서의 생활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가끔 참기 어려운 순간이 오기는 하지만 ㅎㅎ)

3월부터 입학이므로 이젠 고민을 끝내야 할 시간이다. 연휴기간 따뜻한 남쪽 나라로 넘어가 새로운 세상으로 용기 있게 발을 내딛을지, 남부럽지 않은 오늘의 삶을 이어갈지 결정하고자 한다.


과연. 한 달 뒤 나는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은 이유’에 답하고 있을까, ‘사무관을 관둔 이유’에 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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