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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엽서 Feb 09. 2025

내 카지노 쿠폰 소개합니다(3)

거울 앞에선 국화 같은 카지노 쿠폰 원이


얼마 전,

내 카지노 쿠폰 원이의 딸이 결혼을 했다.

예쁘지 않은 신부가 어디 있으랴만, 원이의 미모를 닮은 딸 역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였다.

원이와 나는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처음으로 가입했던

독서 동아리에서 만났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동아리였는데 말이 좋아 독서토론동아리이지, 난 토론하는 거 구경하러 동아리방에 갔다.

독서가 좀 있어 보이는 취미 1순위,

책을 좋아해서라기보다 내 안의 현학적 허세로 가입했던 동아리였다. 대학입학하고 처음 맞는 봄, 아름답지 않은 것 의미 없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벚꽃은 왜 그렇게 화려하게 피어났으며 이유 없이 신나는 날이었고 즐거운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책을 읽고 있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동아리에 가입했던 카지노 쿠폰들은 책을 읽어야 하는 부담감에 거의 탈퇴하거나 휴지기에 들어갔고 남은 동기는 책을 읽어서가 아니고 그저 끈기로 버티던 5명이었다. 그중 한 명이었던 원이는 작은 키에 조막만 한 얼굴, 또렷한 이목구비, 요즘 같았으면 바비인형이라고 불렸을 만한 미모였다. 어느 날 보니 동아리 회장인 선배와 커플이 되어있었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카지노 쿠폰는 선배와 결혼을 했다. 신혼집은 서울 화곡동이었는데 시부모님 댁으로 들어가 살았다. 시부모님과 카지노 쿠폰부부, 시동생과 시누까지 같이 살았던 신혼집, 나는 또 그 집까지 놀러 가서 점심으로 짜장면을 시켜줘서 식구들이 모두 모여 함께 먹고 놀다 왔다. 지금 생각하면 철없어 보이는데 그땐 그런 시절이었다. 하지만 내가 결혼하고 남편 직장 따라 울산으로 내려가며 잠시 연락도 끊어졌는데, 우린 역시 인연이었던가? 카지노 쿠폰 역시 남편이 울산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고 어여쁜 딸을 데리고 울산으로 왔고, 나와 카지노 쿠폰는 다시 만났다. 낯선 고장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무척 반가웠다. 카지노 쿠폰네 집에 가는 길 옆엔 하얀 배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오늘 신부의 드레스 같은 희고 화사한 꽃이.

몇 개월 살다가 서울로 떠난 카지노 쿠폰네가 다시 울산에 온 것은 아가였던 딸아이가 중학생이 될 때쯤이었다. 어느 날 아파트 상가 앞에서 전세를 구하기 위해 서있는 원이를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

그리고 3년 남짓 이웃으로 살며, 고춧가루가 떨어졌다고, 혼자 점심 먹기 싫다고, 테니스 라켓 빌려달라며 찾아갔고, 함께 밥을 먹고 수다를 떨다가 어느 날 또 카지노 쿠폰가 훌쩍 떠나버렸다.


그 후 20년 가까이 서로 바빴고, 약속은 어긋나기 일쑤였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단 핑계로 만나지도 자주 연락 하지도 못했다. 카지노 쿠폰는 까다로운 시부모님을 모셔야 했고 치매 걸린 친정어머니도 돌봐야 했고, 너무 정신없었다.

그런 카지노 쿠폰를 내가 서울로 이사 오고 나서야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서 차도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 진짜 카지노 쿠폰란 이런 것인가? 어떤 카지노 쿠폰는 잘 지내다가도 인연이 다하기도 하고, 어떤 카지노 쿠폰는 항상 머릿속에 있으면서도 못 보기도 하고……


하지만 오랜 시간 못 만났어도 잠깐 여행 다녀온 것처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무엇이 우리를 연결시키고 있었는지 나는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둘 중 한 명이 벼락부자가 되어 있다든지, 성공한 유명인사가 되어 있다든지 하는 질투를 유발하는 큰 변화가 없이 평범하게 20여 년을 살고 있어서인가?? 아님 둘 다 무난해서?

우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요즘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지노 쿠폰는 20년 가까이 치매로 고생하시다 올여름에 운명하신 친정어머니 뒷바라지를 했으며 치매초기이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다가 최근 공기 좋은 고향으로 내려가시면서 겨우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카지노 쿠폰를 보니 우리 세대가 이제 저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하면서부터 시부모님과 시누, 시동생 모시고 살았던 카지노 쿠폰는 울산에서 살았던 시간들이 숨통을 트여주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나이가 적은 막내 시동생보다 서열이 낮았던 며느리계급, 박물관에 전시될 카지노 쿠폰의 삶, 이 시대의 가장 순종적인 마지막 며느리였지 않나 싶다.


모든 것을 이겨 내고 이제야 자신으로 돌아온 카지노 쿠폰에게, 지독히 힘들었을 며느리의 역할은 줄이고 시집간 딸도 내려놓고, 국문학과 출신이었던 원이가 이제 글을 쓰며 자신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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