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지벌레 퇴치기
내 얼굴에 쓰여있었나? 뭐라고 쓰여있었을까? 식물 좋아한다고? 아님 공짜 좋아한다고?
동료들이 전근 가면서 식물을 자꾸 나에게 주고 갔다. 잘 키우게 생겼다나 뭐라나. 처음 받은 식물은 내 키만 한 해피트리(?)였다. 오래 전 유행이던 벤자민 고무나무랑 닮았다. 식물은 통풍과 환기, 햇빛, 물이 전부다. 한 달여 동안 바람이 잘 들어오는 남쪽 커다란 창가에 놓고 물도 주고 잘 키우던 중, 청소한다고 청소기를 돌리며 발로 밀었다. 손이 두 개라 쓸 손에 없어서였다. (절대 소홀히 하려던 것은 아니다.) 그 순간 화분이 넘어졌는데 와장창 깨져버렸다.
가까운 동네 화원에 전화를 했다. 사장님 왈 화분값과 흙값에 출장비도 추가되니 화분 하나면 그냥 가지고 오시란다. 끙끙대며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차에 싣고 화원 근처 주차장까지 갔는데 무거워 혼자서 내릴 엄두가 안 났다. 근처를 돌다가 끝내 끌어내리지 못하고 집까지 가버렸다.
며칠을 싣고 다니다가 남편의 도움을 받아 우리 집에 정착했다. 화원에 가서 흙과 화분을 샀고 남편이 분갈이를 해 주었다. 사실 남편은 그린핑거스가 틀림없다. 식물에 관해서는 미다스의 손이다. 안 해서 그렇지. 내가 책으로 식물을 배운 자라면 남편은 직접 가꾸며 배운 체험형이다.
그렇게 나와 가족이 된 해피트리는 녹보수와 많이 헷갈린다. 인터넷에 떠돌기를 잎에 있는 톱니모양으로 구별한다는데 우리 집 해피트리는 톱니가 있는 잎과 없는 잎이 공존한다. 줄기가 해피트리는 가로로 줄무늬가 있고 녹보수는 없다는데 우리 집 식물은 가로무늬가 있다. 아니 다 있는 건 아니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난 이 식물의 이름을 해피트리라 부르기로 했다. 어차피 녹보수는 해피트리의 개량종이라니 근본은 해피트리일터고,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랴하며 포기 했다.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무 아래에 어느 날 끈적끈적함이 느껴졌다. 정체도 모르고 뭐지? 왜 그러지? 하는 사이에 두어 달이 지났고 그제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잎에 하얀 솜털 같은 점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것은 깍지벌레라는 거고 마룻바닥의 끈적함은 깍지벌레의 분비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깍지벌레의 급습으로 인해 새순은 나오는 족족 공격받았고, 기존잎들도 기운이 없었는데 눈치없는 식집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제서야 급한 마음에 일요일에 문 여는 화원을 검색해서 달려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트에도 팔더라. 그땐 몰랐다) 물 주고 약 뿌리라는 사용법에 따라 충실히 그대로 했다.
그러나 깍지벌레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잘 안 죽으니 일일이 잡아내라 했다. 내가 꼭 처치하고 말리라. 그날부터 퇴근하면 면봉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이리 뒤지고 저리 뒤져서 꾹꾹 눌러 깍지벌레를 잡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가곤 했지만 결국 깍지벌레를 퇴치했다…..고 생각했지만 깍지벌레는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그 뒤로도 가끔 출몰하여 나와 사투를 벌이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