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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트러스 May 02. 2025

나는 왜 무료 카지노 게임 대신 미숫가루를 마시게 되었나

손가락 신의 저주

어느 날, 거대한 손가락 신이 나타나 내게 말했다.

"너는 평소에 작은 행복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그것들을 거두어 가겠다."

"눼?? 제가요?"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손가락 신이 가리키는 이는 나밖에 없었다.


"작은 행복들이 없는데, 어떻게 소중히 여겨요?!" 항변하였으나,

손가락 신은 싸늘하게 말했다.

"괘씸하구나.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 그리 알아라."


손가락은 스르르 사라졌고,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옆에 누운 남편이 불편한 자세로 손가락으로 나를 찌르며 코를 골고 있었다.


'저 정도면 코가... 아프지 않나?'

나는 남편의 손가락을 고이 접어 돌려주었다.

꿈의 뒷맛이 씁쓸했다.


"일주일에 술 얼마나 드세요?"

그리고 일주일 뒤, 나는 한의원 진료실에 누워있었다.

"술이요? 일주일에... 7번?"

한의사 선생님과 나는 동시에 빵 터졌고, 선생님의 웃음에 신이 나서 더 말했다.

"아유, 하루에 맥주 한 캔이고요, 소맥도 좋아합니다."

그러다 선생님이 더 이상 웃지 않는 걸 보고 급히 입을 다물었다.

"편평 사마귀도 조금 있지만, 피지선 증식증입니다. 술 드시면 안 돼요."

최근 들어 얼굴에 뭔가 도돌한 게 나서 신경이 쓰여 한의원을 찾은 터였다.

피부과 레이저 시술은 무서워서 검색 끝에 온 곳이었다.

정신 차려 보니 진료실에 누워서, 한의원 레이저 시술을 받고 있었다.


온 얼굴이 빨갛고, 상체를 조금 헐벗은 상태에서 그런 말을 듣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 취약하게 느껴졌다.


"피지선 증식증은 사실 피부가 좋은 분에게 나타날 수 있어요.

모공이 좁아 피지가 못 뚫고 나오니, 볼록 솟아나는 거죠."

'으아아, 선생님. 칭찬과 악담 중 하나만 해주세요.'

마취 크림 바른 얼굴로 힘없이 생각했다.

"피부에 자극이 갈 수 있으니, 술과 카페인 다 안 됩니다."

선생님은 손가락으로 내 얼굴 이곳저곳을 가리켰다.

'어... 저 손가락, 어디서 본 적 있는데…?'

"라테는... 일주일에 한 번은 괜찮죠?"

"디카페인도 안 됩니다."

선생님은 여전히 친절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벌게진 얼굴로 비틀비틀 걸어 나와 수납을 마치고, 한의원을 나왔다.

그렇게, 술도 무료 카지노 게임도 사라진 나날이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특정 음식을 끊어본 경험이 있다.

첫째와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출산 전까지 탄수화물과 당류를 엄격히 제한해야 했다.


일기장에 임신 기록 대신 단팥빵, 소보루빵, 크림빵을 가득 써넣으며

눈물지은 날이 며칠이던가.


그래도 덕분에 출산 전까지 3kg, 5kg밖에 체중이 늘지 않았다.

임신 8개월 때 철분제를 사러 갔다가,

약사님께 "임신 준비하세요?"라는 말을 듣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임신했던 때를 생각하며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봐도,

무료 카지노 게임와 맥주라니.


이것은 내 삶의 작은 행복 정도가 아니었다.

“소소하지만 큰 행복, ‘겁나 큰’ 행복이라고요!”

속으로 절규해봤자 들어줄 이는 없었다.


맥주는 그래도 어찌어찌 끊었다.

'이렇게 된 이상, 무알콜 맥주로 간다.'

야심차게 사온 무알콜 맥주는, 맛이 없었다.

입맛을 버린 나는 맥주를 딱 끊었다.


문제는 무료 카지노 게임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를 안 마시면, 뭐 미숫가루라도 마시라는 건가...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가 왜 좋을까?

평소라면 하지 않을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아무리 바빠도 업무를 하면서 무료 카지노 게임 한 모금씩은 할 수 있다.

쓴 업무 덕분에 무료 카지노 게임가 더 달게 느껴지고, 그게 또 업무의 묘미이기도 하다.


무료 카지노 게임 한 잔을 옆에 놓고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책에 몰입하다가도, 무료 카지노 게임 한 모금에 고개를 들어 생각을 환기한다.


결국, 내게 무료 카지노 게임는스스로에게 허락한 잠깐의 틈이었나보다.

그 틈새로 숨도 쉬고 여유도 찾아보는 것이겠지.

짧은 순간들이 모여, 내 하루를 지탱하는 바닥을 만들고 있었다.

내 마음을 이해한 뒤로, 좀 더 편안한 심정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를 끊을 수 있었다.

"영어 선생님은 뭐 드실래요?"

"저는 미숫가루 라떼로 하겠습니다!"

"미숫...가루요."


남들이 다 아메리카노를 외칠 때, 무료 카지노 게임 외치는 삶을 살고 있다.


무료 카지노 게임를 대신할 미숫가루가 있다는 것.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소소한 행복 하나쯤은

더 찾아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식후에는 역시 미숫가루죠!"

나는 오늘도 당당하게 외쳐본다.


그 뒤로 손가락 신은 더 이상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더는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작은 틈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나 보다.

그 틈에서 진짜 행복이 피어난다는 것도.


'코를 막아버리겠다.'라는 나의 다소 과격한 말에,

남편이 다소곳이 코와 손가락을 단속한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생각난 김에 나만의 소소한 행복,

무료 카지노 게임 한 잔 타야겠다.

, 남편 것도 하나 더.


덧붙이며,

피지선 증식증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허무할 만큼 금세 나았습니다.

아직 흔적이 조금 남아 있지만-

관자놀이만 유독 빛날 정도는 아니기에,

눈에 띌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손가락 신과 명의이신 한의사 선생님,

그리고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내 마음의 미숫가루 한 잔을 바칩니다.


[매주 수요일 연재 중이지만, 오늘은 미숫가루 한 잔과 함께 잠시 올려보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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