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달선생 Feb 23. 2025

카지노 게임 집에 살고 있습니다.

출근길에 사고가 날 뻔했다. 햇빛 한 줌이 귀한 한 겨울에 내 차 앞유리로 쏟아진 눈부신 햇빛 때문이었다. 아니다, 앞유리에 낀 예쁜 서리 때문이었다. 아니다, 그 서리를 과소평가해서 긁개로 긁어내지 않고 출발한 나 녀석 때문이었다. 아니다, 내가 사는 집에 지하주차장이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후로 줄곧 아파트에만 살았다. 지하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는 없었으므로 나에게 있어 집은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이기도 했다. 만약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았어도 다른 형태의 정의가 가능했겠지만, 지하주차장이 없는 집에 이사를 와 살게 된 이상 집의 다른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 오게 되었다.


다음 날엔 서리가 아예 앞유리를 빈틈없이 다 채우고 있었다. 전날엔 양이 얼마 되지 않아 예쁘기라도 했지 이건 뭐 불투명한 필름지가 붙어 있는 것 같았다. 다닥다닥 붙어서 못생겨져 버린 서리 무리들을 긁어내지 않으면 한 치 앞도 못 보는 상황에 놓이고 만 것이다.


와이퍼를 들어 올리고 서리 긁어내기 작업에 돌입했다.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온 힘을 다해서 10분 정도를 긁었다. 앞유리의 가운델 긁을 때는 몸이 날리기까지 했다. 그러고 나서 한껏 차가워진 손으로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더니 도로는 온통 빨간색으로 달궈져 있었다.


지하주차장이 없는 불편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나는 주차 방법 중 후면 주차를 가장 좋아한다. 가장 쉽고 그래서 가장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위치에 차를 주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이 전면 주차. 마지막이 평행 주차이다. 난이도와 선호도가 정비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사를 오고 난 이후 가장 많이 하게 된 주차가 다름 아닌 평행주차가 되었다. 지하주차장이 없는 것도 모자라 지상주차 공간도 모라자 노상주차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뒤 한쪽에만 차가 있으면 그나마 괜찮은데 앞뒤로 차가 있을 때는 가능하다면 다른 곳에 주차를 하려고 한다. 보험료를 올릴 일을 굳이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 의지로 이사 갈 집을 골랐는데, 지하주차장이 없는 것 때문에 이렇게 불편함을 겪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 했다. 계약 기간은 한참 남았는데 나는 벌써 네이버 부동산을 휴대폰 메인 화면으로 끌어다 두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카지노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