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취재 뒷얘기 다룬 장인수 기자의 <작심하고 다시, 기자
오마이뉴스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기사는 김건희 '디올백 수수'를 보도한 전직 MBC기가 출신이자 유투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장인수 기자가 낸 책 '작심하고 다시, 기자' 서평입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십 년 이상 했다. 하지만 일 년에 기사를 10개도 쓰지 않는 게으른 시민기자였다. 기사를 쓰기 위해서 발품을 팔기보다는 내가 하는 일, 사는 이야기, 책 서평이나 영화 평론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세 편씩 기사를 쓰는 시민기자들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윤석열 12.3 내란사태 전후로 약 석 달 동안 관련 기사를 10편이나 써서 송고했다. 기사는 대부분 채택이 되었고 기사중 5편이 TOP(으뜸 이상)에 배치되었다.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또한 시민기자가 된 후 처음으로 원고 청탁을 받았다. 오마이뉴스 창간 25주년 특별 기획 기사로 주제는 "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는 위대하면서도 한편으로 취약한가?"였다(관련 기사:시스템 망가뜨린 윤석열, 확실하게 괴물과 결별하자).
오마이뉴스에서는 시민기자들이 쓴 기사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시민기자 명함을 만들어준다. 최근에 쓴 기사와 등급을 보니 신청기준이 되었다. 명함을 신청했는데 승인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윤석열의 12.3 내란사태라는 작용은 내게 시민기자 명함과 원고 청탁이라는 반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다.
기자가 쓴 취재 비하인드 <작심하고 다시, 기자
장인수 기자(이하 장기자)가 쓴 책 <작심하고 다시, 기자를 읽었다. 김건희의 디올백 수수와 7시간 녹취록 등 방송 당시엔 알수 없었던 취재 뒷이야기를 알고 싶었다. 장 기자는 전직 세계일보와 MBC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며 취재와 보도를 하고 다양한 시사 유튜브에도 출현 하고 있다.
이 책은 김건희의 '디올백 수수' 사건과 '7시간 녹취록' 취재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윤석열이 12.3 내란 사태의 주요 원인중 하나인 김건희의 디올백 수수 관련 취재 내용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한동훈과 검언유착, 손준성과 고발사주, TV조선 방정오 대표 딸의 논란 행태, 그리고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취재 과정과 뒷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장 기자는 책 곳곳에서 특종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는다.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백 취재물(영상)을 건네받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또한 유투브 채널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에게 건네받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이 이후 어떻게 망가졌는지, 또 그 본질이 무엇이었는가도 자세히 밝히고 있다.
당시 나도 '서울의 소리'를 통해 장 기자의 디올백 보도(11월 27일)를 생방송으로 봤다. 방송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 함정 취재 아닌가?'라는 것이었다. 장 기자도 보도를 하면서 취재 윤리 논란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했다. 언론인들의 비판도 거셌다.
하지만 취재윤리 논란에도 불구하고 장 기자의 디올백 보도는 반향이 컸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건희의 디올백 수수는 전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공분을 샀다. 장 기자는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의 디올백 수수 장면을 촬영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최재영 목사가 처음부터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김건희에게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 김건희를 속이기 위해 가짜 컨설팅 회사를 만드는 것과 같은 장치를 고안해 내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몰카를 들고 간 것도 아니었다. 샤넬 화장품을 받는 걸 보고는 그다음에 몰카를 들고 가 촬영했다. 다른 함정취재와 비교해 모든 부분에서 윤리위반의 소지가 적다. 그런데도 디올백 보도에 대한 언론인들의 비판은 매서웠다.
-P.40, 전자책-
기자라면 누구나 특종을 내고 싶어 한다. 시민기자인 나도 내가 쓴 기사가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 주기를 바란다. 본업이 기사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김건희의 7시간 녹취록 같은 특종이라면 더욱더 보도를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수 기자는 자신이 힘들게 취재한 특종을 서울의 소리가 아닌, MBC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에서 보도가 되어야 한다고 했단다. 엄청난 조회수와 후원금을 포기하고 공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걸로 보인다.
'MBC가 하면 우리는 안 한다.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도 못 하게 할 생각이다. 7시간 녹취록은 유튜버들이 슈퍼챗 벌기 위해 자극적으로 떠들어 대는 카지노 게임가 되면 안 된다. 가장 영향력 있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지상파를 통해 알릴 것이다.'
-P.47, 전자책-
MBC, 7시간 녹취록 카지노 게임의 이면
장 기자는 책에서 이명수 기자가 취재한 김건희 7시간 녹취록이 MBC에서 어떻게 희석되고 망가졌는지를 자세히 밝히고 있다. 나도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스트레이트 예고 기사를 보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상당히 기대했었다.
그러나 당시 스트레이트(2022년 1월 6일)방송을 보고 나서는 다소 실망했다. 알맹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이제야 그때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갔다.
처음엔 MBC도 김건희 7시간 녹취록 보도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MBC는 김건희 7시간 녹취록 방송에 소극적으로 변했단다. 특종을 확신했던 장 기자의 생각과 달리 MBC 내부에서는 주요 인사들이 김건희의 핵심 워딩이 보도할 만큼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스크에서는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MBC 내부에서는 보도의 초점이 김건희에게 집중하기보다는 서울의 소리 소속인 이명수 기자의 취재방식과 윤리 문제로 이동하는 분위기였다. 이 과정에서 마음이 상한 이명수 기자는 제보를 철회하겠다고도 했지만, 보도를 원하는 데스크와 장 기자는 이 기자를 설득했다고 한다.
우여곡절끝에 MBC는 스트레이트를 통해 김건희 7시간 녹취록을 카지노 게임했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후속 카지노 게임 관련 다른 방송사나 언론사도 조용했다. 김건희 측에서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에서 일부 내용을 제외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책 56쪽에 따르면, 당시 카지노 게임 가치가 있는 핵심 내용은 삭제되었고 후속 카지노 게임는 불방되었다고.
장 기자는 법원의 방영금지가처분 결정으로 MBC 스트레이트 방송에서 빠진 내용을 차후 서울의 소리가 공개 했다고 책에서 밝힌다.
"김건희 씨가 이 기자와 나누는 대화 중간중간에 (보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상당히 왜곡된 시선이 있다... (중략)...서울의 소리가 공개했죠. '내가 정권 잡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권력이란게 잡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입건하고 수사한다. 권력이 그래서 무섭다.' 이런 발언들을 언론인을,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인을 상대로 하죠."
-P.56, 전자책, 스트레이트에서 생략, 서울의 소리에서 카지노 게임-
뉴미디어를 보는 시선
이 책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중 하나는 장 기자가 서울의 소리 등 뉴 미디어를 보는 긍정적인 시선이었다. 장 기자는 세계일보와 MBC 기자로 레거시 미디어에 속한 기자였다.
그런 장 기자가 자신이 속했던 미디어의 한계와 단점을 솔직히 밝히고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 같은 뉴미디어와 새로운 취재 방식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장 기자는 이 책을 통해 솔직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
지난 3월 8일 윤석열이 서부 구치소에서 석방되었다. 윤석열 측이 낸 구속 취소 신청을 법원(판사 지귀연)이 받아들였다. 윤석열 석방은 거의 예상하지 못했기에 충격이었다.
12.3 내란 사태와 비슷한 두려움과 불안이 찾아왔다. 그때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니는 12.3 내란 사태가 벌어진 이후 상황을 잘 모르면 내게 전화를 해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신다. 근심이 가득한 목소리다.
"이거 큰일 났네, 우리나라 어떻게 될 건가. 아이고 참말로."
"야, 윤석열 풀려난다며? 당분간 너 오마이뉴스에 글 써서 보내지 마. 알았지?"
나는 기사가 채택될 때마다 어머니에게 보여드린다. 어머니는 밤에 잠이 안 오실 때면 내가 쓴 기사를 읽는다고 하신다. 그런 어머니가 내 걱정이 되어서 당분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지 말라고 하신다. 사실 나도 아예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최근에 오마이뉴스에 썼던 기사 대부분이 윤석열을 비판하는 기사였다.
12.3 내란 사태 이후에는 윤석열을 비판하는 내용이 한층 더 강하고 깊었다. 만에 하나 12.3 내란이 성공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만 해도 두렵고 끔찍하다. 주요 정치인이나 언론인처럼 체포나 수거대상은 아니더라도 나 또한 더 이상 시민기자 활동을 못하거나 블랙리스트에 올라 금융거래와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려워졌을 수 있다.
윤석열의 12.3 내란은 실패했고, 심판대에 올라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은 반드시 파면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어머니는 당분간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지 말라고 하셨지만, 나는 시민기자로서 계속 글을 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