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 생긴 지 두 달이 지나서야 진단명이 나왔다. 의사는 윗니 뿌리에서 시작된 염증으로 치아 뼈가 녹았고, 염증 부위가 커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나 대학병원에 가란다. 그제야 진통제를 먹어도 끙끙 앓느라 뜬 눈으로 지샌 밤이 생각났다.
호기롭게 퇴사하고 출판사 등록을 한 지 한 달.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으니 초조했다. 바쁘게 하루를 보냈는데 무엇을 했는지 측정되지 않는 날이 이어져 심란했다. 그런 무거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신경을 짓눌러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 생각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아프면 몸도 아프니까.
초조와 심란함에 두려움까지 더해지니 통증이 더 심해졌다. 아랫니 뿌리까지 간질간질하고 욱신거리면서 이가 뽑힐 것 같은 느낌이 계속됐다.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수술’이라는 단어는 없던 고통마저 더카지노 게임 사이트.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두려움은 참 많다. 수술도, 출판사 일도. 아는 것이 없어 두려움에 잠식당하고 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힘들 땐, 그냥 일상을 산다. 정해진 루틴대로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인다. 그러려고 만들어 놓은 루틴이다. 시도 때도 없이 너울 치는 감정과, 그 감정에 즉각 반응하는 육체를 다잡기 위한 방법이다. 찻물을 올려 차를 내리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깨끗이 씻은 뒤 집안 구석구석 청소하는 일.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다시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 그렇게 일상을 보내다 보면 잠시나마 심신의 아픔을 잊는다. 그렇게 일상을 살아내다 이 문장을 만났다.
첫눈이 함박눈이었던 때가 있던가요.
나는 기억 못 합니다.
첫눈이란 언제나 잠깐 흩날리다 사라졌던 것 같고.
첫눈은 작은 눈.
아이는 어른이 되고 새싹은 나무가 되고
물방울은 바다가 되고 눈송이는 설원이 되고
작은 입자는 폭발하여 우주가 됩니다.
태초부터 커다란 것은 없고
작다고 미완성일 리도 없겠지요.
-최진영 <어떤 비밀
문장을 필사 노트에 옮겨 적었다. 사각사각. 만년필이 종이에 닿는 감촉과 소리를 음미하며 정성스레 쓴 글을 사진에 담아 글쓰기 모임 대화방에 올렸다. 요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오락가락하는데, 이 문구를 보고 다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다잡아 본다는 씩씩한 말도 덧붙였다. 나의 메시지에 멤버들의 따뜻한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틀 뒤, B 님이 사진 한 장을 올렸다. 그림책의 한 페이지를 찍은 거였다. 내가 대화방에 올린 사진에 대한 응답이었다.
거기엔 아주 작은 꼬마 눈덩이가 있었어요.
꼬마 눈덩이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크고 멋진
눈덩이가 될 수 있어요?”
작은 눈덩이는 깜짝 놀랐어요.
‘뭐? 내가 크고 멋지다고?’
작은 눈덩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어요.
“난……난 계속 굴렀을 뿐이야.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작은 눈덩이의 꿈
그녀가 보낸 사진 한 장에 펑펑 울었다. 분명 울고 있는데, 몸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아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