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7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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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씨 Feb 17. 2025

마지막 카지노 쿠폰 시크릿 가든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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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를 꼬박꼬박 챙겨보지 않은지 10년이 넘었다. 고등학생때는 그래도 몰입해서 봤던 거 같은데, 생각해보니 나의 마지막 드라마는 길라임씨가 나오던 카지노 쿠폰 가든 이었다. 도깨비도 부부의 세계도, 오징어 게임도 나에겐 없었다. 요즘 친구들은 다 본다는 연애 프로그램도 보지 않았다. 옛날엔 화장품 리뷰하는 뷰티 유튜버들, 예쁜 옷 입는 패션 유튜버들 많이 챙겨봤었는데, 그것마저도 안본지가 꽤 됐다. 그런 내가 집에 돌아와서 잠들기 전까지 틀어놓는 건 7세 미만의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영화다.


만화영화에도 나름의 철칙이 있었으니, 한 편 혹은 두 편에 이야기가 갈무리 되어야 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만을 챙겨본다. 아이들용 만화라 그런지 소소한 갈등이 미약하게 일었다가 금방 해결되는, 조금은 우습기도 하고 지저분하기도 한 그런 만화들을 보곤 한다.


내가 아동용 만화영화를 자주 본다고 해서 OTT의 알고리즘은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과 영상을 끊임 없이 보여주곤 했다. 며칠전이었나 뜨개질을 하면서 오랜만에 로맨스 만화를 봤다. 엄청 유명하고 친구들이 추천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페이지에 떴길래 두어편을 봤다. 재미는 있었다. 귀여운 여자주인공이 키크고 멋진 남자 주인공을 만나서 조금은 오해도 하고, 부끄러워 하기도 하는 이야기였다.


근데 왠걸 나는 너무 서글펐다. 그래서 모니터를 끄고 한참 노래만 들으며 뜨개질을 한코두코 했다. 힘이 들어갔다 풀렸다 하는지 코가 들쑥날쑥 했다. 가지런듯 하지만 뭔가 비뚤어진 편물을 한참 보다가 그냥 내려뒀다.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


귀엽고 발랄한 여자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걸 보고 슬프다니, 여태 항상 뭘 봐도 감정 이입이 쉽게 되어서 드라마나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고 둘러댔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바늘을 손에 쥔채 골똘히 생각을 했다.


나는 괜한 희망과 재미가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고... 나는 카지노 쿠폰처럼 될수 없다는 생각에 슬펐던 거구나.


예쁜 얼굴과 몸매, 발랄한 성격, 명석한 두뇌 나에겐 모두 해당이 안되었다. 그건 근데 많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내가 구체적으로 슬펐던 이유는, 나는 저런 카지노 쿠폰 같은 이벤트가 찾아오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만화 카지노 쿠폰들 처럼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이랑 저녁 식사를 하는 일도 없었고, 친구들이랑 쇼핑을 가보는 일도 없었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 카지노 쿠폰들이 겪은 푸릇푸릇한 학창시절, 예능에 나오는 남녀들 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겠다는 의지, 나에겐 모든 것이 없었다. 나는 그저 살아 있어서 살아가는 것 뿐인데.


그래서 그날은 저녁에 조금 울었다. 나도 카지노 쿠폰이고 싶었다. 예쁜 옷도 입고, 가만히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내가 남들을 사랑하려는 것 보다 다른 사람들이 날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 많이 받고 싶었고 가지고 싶었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다.


삶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것 치고 열심히 인정받고 잘 지내고 싶어서 열심히 지냈던 것 같은데, 가상의 카지노 쿠폰들을 보며 요즘 표현으로 나는 너무나 긁혔던 것이다.


사람이 싫다고, 혼자 지내고 싶다고 하면서도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카지노 쿠폰으로 보여지고 싶었나보다.


요즘은 결국 다시 아동용 만화로 돌아왔다. 컵케이크 머리를 꾸며주는 식빵 이발사, 입으로 방구를 뀌는 명탐정, 월요일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햄버거 요리사 까지! 예쁜 프로스팅이 머리에 얹어져서 기뻐하는 컵케이크들이 나에겐 아직 제격인 것 같다.


나는 언제쯤 초연하고 너그러운 어른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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