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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정애 Jan 11. 2025

카지노 게임 시간이 흐른다

하루하루 엄마를 돌보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지 오래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 속에는, 나도 모르게 때때로 가슴 깊이 밀려드는 어려움과 고단함이 있다. 엄마는 이제 96세, 치매가 엄마의 이성과 기억을 점점 어지럽히고 있다.기억의 조각들이 사라지고, 자주 일어나는 혼란 속에서도 엄마는 여전히 나를 믿고 있는 듯하다. 나의 손을 잡는 힘에는 '너만 믿는다'는 메시지가담겨 있는 듯하다.다행히 엄마는 얌전한 치매를 앓고 있어 큰 충격을 주지 않지만, 내 마음에 깊은 물음이 남는다. 그 물음은, 카지노 게임과 책임,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엄마는 기저귀를 차고 있어, 그로 인한 냄새는 물론 기저귀 차는 어른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요로감염, 욕창 등의 문제는 늘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은 단순한 염려를 넘어엄마가 나에게 보내는 마지막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월을 거치면서 결국 누구나 겪어야 할 일, 그리고 내가 그 무게를 지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때로는 그 어려움을 견디면서도 나는 엄마가 나에게 주는 존재감에 감사를 느낀다. 내가 엄마의 삶을 돌보는 일이 아니라, 사실은 엄마의 삶이 나를 키워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를 돌보며 나의 마음도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엄마와의 모든 일상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 마음에 자부심을 느낀다. 젊은 시절에는 엄마를 원망도 했었다. 그러나 내가 원망했던 엄마의 실수가 모두 자식을 위하는 마음에서 생긴 일이었을 거라는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생존에 계신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얼마 전 까지도엄마는내게 "너무 고맙다 고마워."라는 말을 종종 하셨다. 간단한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요즘은 그 말조차 잃어버렸다 보다. 치매가 진행된 이후로 말수도 줄어들었고, 예전처럼 활기찬 엄마는 이 세상에 없지만, 엄마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엄마가 종종 하셨던 '고마워' 그 한 마디 할 때마다 나는 울컥 눈물이 고였었다. 카지노 게임이란, 결국 이렇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이를 가진 감정이 아닐까 싶다.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보내는 끝없는 마음의 흐름.

엄마를 돌보며 나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 본능일지 몰라도, 죽음이 반드시 불행이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 죽음은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하나의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삶의 소중함, 태어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죽음에 도달하는 길이라는 것, 그리고 카지노 게임의 무한한 힘을.


카지노 게임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우리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작은 손길과 따뜻한 말 한마디, 그리고 이해와 배려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카지노 게임은 인생을 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힘이 아닐까. 치매 엄마를 돌보는 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고귀한 일이자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카지노 게임이 없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나는 삶과 죽음, 그리고 카지노 게임의 의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인간애가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이 변해도, 그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우리가 서로에게 보내는 마음임을. 엄마를 모시고 있는 이 시간들이 결국 나에게는 성장의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카지노 게임이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인 것이다.

치매 엄마를 모시며,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단순히 물리적인 준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는 삶'에 대한 철학적 고민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쉬운 카지노 게임 시간이 흐른다.


'당신은 바다처럼 광대한

고통을 남기셨습니다.

영원과 시간 사이에,

당신의 의식과 나 사이에.


에밀리 디킨슨의 시 한 대목 읊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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