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이사를 마친 후 월요일인 오늘, 인터넷 연결을 위해 설치 기사가 방문했다.
그 가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보고 하는 말.
“아이고, 노인네가 며칠 동안 TV를 못 보셔서 얼마나 심심했어요?”
순간, 나는 그 말이 누구에게 하는지 어리둥절했다.집에는 나 밖에 없었으니분명 나에게 한 말이었다. 물론 내 나이 72이니‘노인네’라는 말이 어색할 건 없지만 그 순간, 마음속에서 가볍게 반박이 일었다.
'아무리 그래도 '노인네'가 뭐야, 나를 tv 만 보는 노인네 취급하는 거야' 생각하며
우물우물 대답한다.
'나는 tv 많이 안 봐서 이틀 정도는 안 봐도 괜찮았어요.'
기사가 또 미운 말을 한다.
'그래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tv 없으면 심심해서 못살잖아요.'
'정말 이 사람이 끝까지 나를 노인네 취급하네' 그래 노인은 노인이지. 인정하자.
그런데 '노인네'라는 단어가 왜 그렇게 달갑지 않게 들릴까?
분명 나는 나이를 먹었고, 그래서인지 몸은 점점 더 나이를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노인네’라는 말이 내게 적합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색하다.
그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도 내가 여전히 ‘젊음’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나 보다. 오늘 일을 계기로‘노인네’라는 단어는 나에게 나이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신호였을지도 모르겠다.
거울을 보는 순간, 부정할 수 없이 ‘노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동시에, 어른들이 말했던 그 말이 떠오른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 바로 그 말이 맞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결국 시간을 살아온 기록일 뿐, 그 시간이 내 마음까지 지배할 수는 없다. 오늘도 글을 쓰고, 강연하고, 피아노 치고,무용을 배우며, 합창을 하는 삶을 즐기는 내 모습은 '노인네'가 아니라, 그저 지금까지 잘 버텨온 대견한 한 인간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제 나는 ‘노인네’라고 불려도 괜찮다. 물론 때로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 왜냐하면 나는 내 나이에 맞는 삶을 살고, 그 삶을 즐기고 있고. 아직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나이라 믿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여전히 젊고,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혜의 상징인 내 나이를 '노인네'라는 단어로 정의하기는 싫다.
나이는 단지 한 요소일 뿐, 나를 만들어가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짓는 태도와 삶의 자세이리라.
지금 내 나이는 인생을 더 풍요롭고 깊이 있게 살아갈 기회가 주어진 시기라 믿는다.
지금까지 지나온 삶의 모든 아픔과 고통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내 나이가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