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습하다.
거실 구석에 늘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제습기를 켠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물통에 일 리터가 넘는 물이 찼다.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물이 공기 중에 있었다니.
내가 숨 쉬는 공기 속에이토록 많은 수분이 있었던 것이다.
들숨과 날숨 사이, 끈적임이 느껴진다.
재즈의 끈적임처럼 달콤하고 관능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몸을 눅눅하게 하고 카지노 쿠폰을 무겁게 하는 그런 끈적임.
불쾌한 기운이 피부를 감싸고, 생각마저 늘어진다.
신기한 건, 대기 중엔 이렇게 물기가 가득한데
정작 나무의 뿌리는 그 물을 흡수하지 못해 수액을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풍요 속의 빈곤.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여전히 외로운 사람처럼.
주파수가 맞지 않는 채널을 억지로 수신하려는 라디오처럼.
마음과 마음 사이의 미세한 어긋남은 공기 중의 습기처럼 말없이 스며들어 어느 순간엔 전신을 적셔버린다.
때로는 충분히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손에 쥐어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있다.
사랑도, 공기 속 물도, 그리고 카지노 쿠폰 습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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