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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파이 Mar 25. 2025

하얀색의 카지노 게임 정말 괜찮은 걸까요.

향만 남았네요.

카지노 게임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는 고아원 앞에서 나와 동생을 세워두시고는말씀하셨다.


"아빠가 곧 찾으러 올게.

동생이랑 잘 지내고 있어.

네가 형이니까 동생 잘 챙겨야 한다."


나는 아버지께 물었다.


"정말 찾으러 오실 거죠?"

"그럼 물론이지"


아버지는 나와 동생에게 만 원짜리 한 장씩을 손에 쥐어주시고,

셋이 함께 타고 왔던 차를 아버지 홀로 타시더니

그렇게 나와 동생을 떠나셨다.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시야에서 이미 사라졌음에도 한참을 그곳을 응시했다.

혹시나 다시 돌아오실까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끝내 나와 동생을 찾으러 오시지 않았다.

하얀색으로 포장된 거짓말로 그렇게 우리는 그곳에 버려졌다.


카지노 게임


6학년 무렵이었을까,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우리에게 친어머니가 찾아오셨다.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동생과 함께 온 동네를 방방 뛰어다녔다.


우리는어머니와 함께백화점도 가서 장난감도 사고

그렇게 먹고 싶어 하던 햄버거도 먹었다.

날이 곧 추워지려는 계절이어서

안감에 털이 잔뜩 있는 따뜻한 점퍼도 사주셨다.


하루를 함께 보내고

어머니와 헤어질 때, 나는 물었다.


"다시 오실 거죠?"

"그럼 당연하지.중학교 입학식 때 다시 올게"


어머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고,

결국 입학식날 어머니는 오시지 않으셨다.


역시,

하얀색으로 포장된 카지노 게임이었다.


카지노 게임


나는 카지노 게임이 싫다.

그것이 선의든. 악의든카지노 게임이라는 본질 자체는

결코 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들키지 않을 거야"

"악의가 없는 선의를 담았으니 카지노 게임을 거야"

"이건 상대의 불편감을 낮추는 대화일 뿐이야"


대체적으로 보통 카지노 게임이라

스스로가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으며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본인의 카지노 게임이 들통났을 때 나오는 답변은 이러하다.


"악의는 없었어."

"네가 불편해할까 봐."

"네가 힘들어할까 봐."


이런 말들로, 카지노 게임 언제나 내 탓이 되어버린다.


내 아비와 어미의 카지노 게임도

나를 위한다는 하얀 색깔로 포장된 카지노 게임이 아니었던가?



내가 정말 속이 무척 상했던 이유는,

날 기만했다는 사실에 대한 섭섭함과 실망감보다


확률적으로 말도 안 되는

우연에 힘을 빌어 내 두 눈으로확인했음에도

오히려 당신의상황을이해를 하려는

내가더 한심하고 안타깝고 불쌍하게 느껴졌다는 사실이다.


"이유가 있었겠지"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 있었겠지"


날 버린 우리 아비와 어미의 상황을

애처롭게 이해하려 했던 것처럼 애써 부정하는 단계를 지나서

혼잣말로 나 자신을 설득하고 있었고,

혹시나 나 때문에 카지노 게임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지는 않았을까? 하며

스스로에 대한 자책까지 하는 날 보면서 깊은 애잔함을 느꼈다.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큰데

그래 이제 와서 과연 그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 꾹꾹 눌러 가슴에 묻어두기로 했다.



내 사랑은 무척 특별하다 이야기했다.

아무나 줄 수 없는 특별함이라 이야기했다.

사랑의 크기가 진심이 결코 시간과 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매 순간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으며,

좋은 날 되기를 좋은 꿈 되기를 매일 매시간 매분을바랐다.


내게는 없는 깊고 섬세한 표현이 좋아 책을 읽기 시작했고,

궂은날이 든 맑은 날이 든 편견 없이 좋아하는 하늘이 나도 덩달아 좋았다.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점이 많아 정말 행복했는데.


그런 제가

재미있었나요

흥미로웠나요



살이 에이는 추위에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인사에 나는 대답했다.


"바보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데요. 그래서 저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아요. 저는 카지노 게임아요."


이런 나를보면서 그간 재미있었을까요?

그래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니까.

저는 카지노 게임아요.

향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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