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카지노 게임는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해 관심이 없는 편이다. 동물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적 동네 강아지에게 손목을 물린 뒤로는 지나가는 개 짖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조용한 고양이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는데 20대 때 술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와 놀아주다가 재채기와 눈병으로 일주일간 곤욕을 치렀다. 작년에 사무실을 개업하였을 때 지인들이 준 싱싱한 금전수는 무신경하게 죽이었다. 그렇게 ‘살아있는 것’에 건조한 줄 알았다.
새해가 되고 안방 남자와 제천의 한 숙소로 여행을 다녀왔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빌린 가정집이었는데 다녀오고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그 집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부부가 10년 전에 귀촌하면서 지은 집이었다. 지금은 노후자금을 벌기 위해 자신들의 집을 내주어 숙박업을 한다고 전해 들었다. 그동안 머물었던 호텔과 다른 가정집 숙소와는 다르게 집 안 곳곳에 ‘생기’가 돌았다. 내 시각으로는 군데군데 놓여 있는 카지노 게임(화초?) 때문인 것 같았다. 책상, 식탁, 테이블, 책장, 심지어 화장실 장에까지도 이름 모를 카지노 게임들이 ‘그냥’ 올려져 있었다. 이상하게 그 카지노 게임들이 떠올랐다.
(아래는 그 숙소를 찍은 사진이다. 카지노 게임들이 배치되어 있는 위주로 찍었는데 집 구조 거의 다 찍은 셈이다)
집에는 카지노 게임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를 않는다(못한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처음 이사 왔을 땐 집들이하면서 지인들로부터 꽃다발을 몇 번 받아 그때 화병에 꽂아 놓은 경험은 있다. 지금은 그 화병이 부엌 어디 장에 들어가 있는지도 모른 채 2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하게 하였다. 꽃은 예쁘더라도 잠깐 뿐인지라 죽어가는 꽃을 버리는 것도 몇 번 하다 보니 마음이 별로 좋지 못했다. 제천의 그 집을 떠올려 보면 화병 같은 건 없었다. 다 길러내는 ‘살아있는 것’이었다. 나도 그 집의 주인분처럼 카지노 게임을 잘 키워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조금씩 피어났다.
처음에는 ‘에이, 짐만 되지, 키워낼 수 있겠어?’였지만 나도 키우면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것부터 키워보자며 전부터 쿠팡 장바구니에 담아둔 카지노 게임 4개를 어젯밤에 질렀다. 1개를 사볼까 했는데 숙소에 ‘여기저기 놓여 있는’ 카지노 게임들 생각에 한 개로는 부족한 느낌이었다. 마침 4개를 다른 종으로 세트로 파는 상품이 있었고 3주 넘게 고민했으면 할 만큼 했다 여기며 시원하게 구매하였다.
새벽 배송되었다는 문자를 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단단한 박스를 뜯어보니 흙들이 새 나오지 않도록 물에 젖은 스펀지로 카지노 게임이 동봉되었고 줄기와 잎들이 다치지 않게 비닐 포장도 꼼꼼하게 되어 있었다. 그 포장지를 뜯어보니 대부분 괜찮았지만 카지노 게임 1개가 꾹 눌린 스펀지 때문에 잎 한 장이 조금 찢어져 있었다. 안타까웠지만 배송이니까 어쩔 수 없다 여겨 찢어진 부분을 조심스럽게 뜯었다. 흙이 축축한 걸 보니 당분간은 물을 주지 않아도 되지 싶다. 배송된 카지노 게임은 홍콩야자, 산세베리아, 테이블야자, 호야. 4가지 카지노 게임 모두 환경 적응이 빠르고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공기정화카지노 게임이다. 겨울이라 집이 건조해서 습기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아 초보가 키워도 괜찮다는 후기를 보고 결정한 아이들이었다.
어디 놓을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햇빛이 잘 드는 거실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제천의 그 숙소처럼 그냥 ‘툭’ 올려둬 보고 싶었는데(집주인분도 여기저기 고민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손수 카지노 게임을 산 게 처음이라 그런지 어떻게 놔도 좀 어색하였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고 테이블야자를 집어 들고 안방으로 가더니 협탁에 무심한 척 내려놓고 의기양양 나를 쳐다보았다. 테이블야자는 그렇게 제자리를 찾았다.
“그런데 너무 작은 거 아니야? 좀 더 큰 건 없었어?”
“그냥 처음 시작하는 거니까 작은 것부터 키워보려고...”
안방 남자는 잠시 후 나무 몇몇 개 보여주었다. 이왕 사는 거 한 개 정도는 좀 더 큰 걸 사보자면서 말이다. 몇 시간을 검색하더니(그이는 검색을 굉장히 잘한다) 결국 ‘올리브 나무’ 중형 사이즈쯤 되는 걸 구매하였다. 나보다 더 관심 없던 그이였는데 막상 보니 꽤 괜찮았던 모양이다.
방과 거실을 오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카지노 게임’에 꽂히었다. 햇빛을 받은 카지노 게임들이 더 집안을 따듯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보기만 해도 힐링이란 게 이런 기분인가? 살면서 내겐 ‘반려자’만 있을 줄 알았는데 하루아침에 ‘반려 카지노 게임’까지 생겨 버렸다. 신경 써야 할 대상이 추가되었지만 지금 마음으로썬 애정을 아낌없이 주고 싶은, 기분 좋은 책임감 같다.
혹시 모른다?
반려자보다 반려 카지노 게임이 또 다른 행복을 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