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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수수 Apr 15. 2025

소탐대실을 부른 카지노 쿠폰 정신

나는 짠돌이 기질이 있다. 특히 고가의 물건보다는 생필품이나 한 끼 식사를 고를 때 더 오래 고민하는 편이다. 1700원 삼각김밥과, 1200원 삼각김밥 사이에서 고민하다 그 시간이 무려 20분을 넘겼을 때, 스스로도 답답한 실소가 삐져나온다. 보통 500원을 아끼는 대신 조금 작은 김밥을 택한다. 이처럼 대체로 절약에는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 투입되는 에너지와 시간, 만족감을 생각해보면 찝찝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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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 절약에 대한 집착으로 부끄러움을 자초한 사건이 있었다. 2박 3일, 예비군 훈련에서 일어난 일이다. 예비군 일정동안 저녁 시간마다 PX라는 군대마트를 개방했다. 전역한지 4년이 되어서, 오랜만에 마주한 PX가 무척 반가웠다. 예전 추억을 되새기며 빠르게 저녁을 해치운 후 PX에 들렸다. 이 곳 물가답게 아주 저렴한 가격표가 걸려있었다. 590원이라는 빼빼로를 몇 개 집고 새 칫솔까지 하나 챙겨 계산했다. 구매 후 PX 입구를 나오는데 문득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계산 후 돌려받은 카드 때문이었다.나는 생활비용과 비상용, 두 개의 체크카드를 사용한다. 보통 비상용 카드에는 돈을 넣어두지 않는다. 그런데생각해보니 돌려받은 카드가 생활비용 카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돈이 들어있지 않은 카드로 결제를 한건데, 결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입구에서 다섯걸음 정도 걸어 나왔을 때 돌려 받은 카드를 보며 이 생각을 하였다. 높은 확률로 결제가 되지 않았겠다는 직감이 있었고 그렇게 다시 뒤돌아 가려는 순간, 평소 나의 카지노 쿠폰 기질이 발동하고 말았다.


'병사가 결제가 됐다고 했으니, 카드에 돈이 있었던 걸 수도 있잖아?'

'정당하게 결제를 하고 나온건데, 혹여나 돈이 없었더라도 내 잘못은 아니지 않나?'

그 순간, 마음 속 작은 속셈이 고개를 들었다. 잠깐 고민하며 자리를 서성이다 결국 카지노 쿠폰에서 멀어졌다.

사천원을 아꼈다는 기쁨을 양심을 덮었다. 동시에 연기자가 되어 나를 속인 채, 새 칫솔로 이빨을 닦았다.


야간 교육을 위해 대강당으로 삼백명의 예비군 훈련생이 모였다. 단상의 스크린 위로 교육자료가 띄어져있고 교육자를 위한 단상이 세워져있다. 모두 착석하고 약 5분쯤 지나자, 뒤쪽에서 군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가까워져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간부와 함께 예비군 부대 소속 병사 2명이 함께 앞으로 내려왔다. 그 행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였다. 포디움 앞에 올라선 간부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오늘 카지노 쿠폰병사가 할 얘기가 있다고 하는데, 잠깐만 들어주세요!" 마이크를 건네 받은 병사는

"선배님들 훈련 시간에 죄송합니다, 다름 아니라 저녁에 카지노 쿠폰결제 관련해서 저희가 실수가 있었습니다. 결제가 한 건 안됐는데 그게 다음 사람에게 결제가 된 것 같습니다. 주인을 찾아서 결제를 다시 해야할 것 같은데요, 혹시 다음 품목을 구매하신 분이 있다면 손 한번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0칫솔, 아몬드 빼빼로..."


품목이 호명될 때마다 한 풀 한 풀 발가 벗겨지는 기분이었다.두 볼이 화끈거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완벽한 연기자가 되어 있었다.그렇게 다음날 다시 결제를 하는걸로 이야기를 마쳤다. 교육이 이어졌고 그 시간동안 단상 위의 빈 공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곳에 모인 예비군들은 이 일을 카지노 쿠폰병사의 단순한 계산 실수로 이해했고 나를 찾아낸 병사와 간부도 그렇게 이해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렇다. 그러나 오직 나만이 이 사건의 드러나지 않은 변수를 알고 있었고 그게 더 나를 쥐구멍에 숨고 싶게 만들었다.


다음날 PX에서 재결제를 마쳤다. 그리고 남은 일정을 소화한 후 퇴소했다. 터미널까지 운행해주는 부대버스에 올랐다. 맨 앞자리에 홀로 앉아 생각했다. '의아했을 때 돌아갈걸' '들어가서 병사에게 물어볼걸' '그랬다면 이런 상황이 안 일어났을텐데'. 매번 찝찝함을 남겼던 짠돌이 정신이 결국 내면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었다.양심을 외면한 대가는 결국 더 큰 마음의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걸 다시 느꼈다. 절약의 습관은 좋지만 그것이 소탐대실이 되지 않도록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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