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300)
제300편 : 허연 시인의 '오십 미터'
@. 오늘은 허연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오십 미터
허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 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카지노 가입 쿠폰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넘어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 [오십 미터](2016년)
*. 바위채송화 : 일반 채송화와는 달리 산지의 바위 겉에 붙어서 자라는 채송화
#.허연 시인(1966년생) : 서울 출신으로 1991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등단. 첫 시집 [불온한 검은 피]은 ‘문학 청소년’들의 교과서이자 경전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매일경제] 기자로 시작하여 선임기자와 [매경출판] 대표를 역임.
- [건강다이제스트(17. 04, 03)에서 -
<함께 나누기
‘카지노 가입 쿠폰’ ‘사랑’, 이 둘은 예술이란 이름의 장르가 나온 이래 지겹도록(?) 많이 소재화 된 단어이며,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왜냐구요?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여러 항목 중에 사랑과 카지노 가입 쿠폰이 가장 우선이다.’라는 어느 사회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금방 답할 수 있습니다.
사랑 없이 살 수 있습니까? 카지노 가입 쿠폰 없이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습니까? 아 물론 이미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그런 단어가 사치스럽다 여길 분에겐 아니겠지만. 오늘 시도 카지노 가입 쿠폰을 글감으로 하고 있지만 시인의 창의적인 능력으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소년은 늘 고픕니다. 욕심도 꿈도 사랑도 풍부해야 된다고 믿으니까요. 그래서 소년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성경에 나오나 성경적으로 해석하기보단 보편적인 시어의 의미를 찾아가는 게 좋습니다.
일단 그 사람은 화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를 가리킵니다. 무언가를 가득 담고 있지만(또는 담으려 하지만) 늘 허기진 우리의 모습을 가리킨다고. 그러니까 평범한 우리는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립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을 떨쳐버리고 살 수 없다는 것이지요.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 낸다”
아무리 소중한 일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나에게는 아니었습니다. 불행히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그대 생각을 합니다. 만나 얘기할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헤어져 돌아나오다 가만 생각하니 그대에게 뭔가 잘못을 저지른 듯한 죄책감이 듭니다.
“무슨 수로 카지노 가입 쿠폰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아주 떳떳하게 그대 곁에 되돌아가겠지만 죄책감에 정지 화면처럼 멀거니 서서 그대를 그리워할 뿐. 나와 그대의 거리는 고작 오십 미터,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지만 걸음을 멈추지 못합니다. 내게 오십 미터는 어떤 힘든 일보다 더 버겁습니다.
“괄호 몇 개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괄호 몇 개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이란 시행은 카지노 가입 쿠폰이 너무도 깊기에 화자의 내면은 '밀어내기'와 '당기기'를 동시에 하는 갈등입니다.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시간 속에 어느 한쪽도 버릴 수 없어 머리를 쥐어박습니다. 치열한 내적 갈등입니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지요. ‘카지노 가입 쿠폰은 심리적 상황이 아니라 질병이다’라고. 즉 카지노 가입 쿠폰은 그냥 두면 낫지 않고 오래오래 간답니다. 다만 카지노 가입 쿠폰은 질병이지만 더러는 무르익어 영혼에 그늘과 함께 그윽한 향기를 만들어주기에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여기서 때는 언제를 말할까요? 카지노 가입 쿠폰이 사그라드는 날, 아니면 삶이 끝나는 날. 언제든 다 좋습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이 사그라드는 날은 살아는 있으나 산 게 아닌 삶이기에. 카지노 가입 쿠폰 하나로 버티던 삶이었으니까요.
오십 미터, 이 거리를 글감으로 하여 절절한 카지노 가입 쿠폰을 형상화한 시를 보며 다시 한번 시의 확장력을 배웁니다.
(산채송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