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4화 : 삐용의 고독
* 삐용의 고독 *
아침마다 운동 겸 마을 한 바퀴 돌 때 나무와 풀꽃과 바람과 햇살과 함께 하는데, 요즘 늘 만나는 녀석이 따로 있다. 아랫마을 내려가는 중간쯤에 이르면 농막 형태의 컨테이너에 개 한 마리가 내다본다. 두세 살쯤 돼 보이는 성견(成犬) 한 마리.
처음엔 화들짝 놀랐으나 목줄에 단단히 묶였으니 일단 마음을 놓았다. 적어도 뛰쳐나와 마구 물 수는 없을 테니까.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녀석도 나를 관찰하지만 나도 녀석을 살펴봐 몇 가지 정보를 얻었다.
삐용이 얼굴 보인 지 두 달쯤 되니 두 달 전엔 다른 곳에 있다 여기 왔다는 뜻이다. (임시로 이름을 ‘삐용’으로 붙여줌) 한 번도 오가다 컨테이너 주인을 본 적 없으니 삐용은 주인 없이 홀로 밧줄에 묶여 살고 있는 셈이다.
몇 가지 경우를 예상할 수 있지만 가장 우선은 아파트에서 키우다 덩치가 커지니 키우기 곤란하여 거기 데려다 놓았으리라는 짐작. 그렇다면 그곳은 몹시 으슥한 곳이라 차는 지나가도 카지노 쿠폰은 하루 종일 나를 포함해 네댓 명만 지나갈 정도로 지극히 외로운 곳.
시골, 그 가운데서도 카지노 쿠폰에 살면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래는 거의 없는 데다 설핏이라도 만나는 사람이라야 대여섯 명. 서로 얘기 나누며 지내는 시간을 모두 모으면 십 분쯤 될까? 정말 외롭다. 굳이 ‘절대고독’이니 ‘견고한 고독’이니 하는 표현 붙이지 않아도.
몇 년 전 퇴직 후 가까이 지내던 이들과도 만남이 소원해져 잘 만나지 않다가 모처럼 모임이 성사돼 식사를 함께 한 적 있다. 다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의 인사를 나눌 때 한 카지노 쿠폰(남자)이 나를 보더니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선생님, 전과 달리 얼굴에 선한 빛이 가득합니다.”
한순간 기분이 조금 나빴다. 그럼 여태 선하지 않고 악한 얼굴이었단 말인가. 그래도 전에는 날카로운 기질이었는데 부드러워졌다는 표현을 했으리라 그리 받아들였다.
이번엔 다음 카지노 쿠폰(여자)이 이었다.
“그런데 선생님 얼굴에 고독이 더 짙어졌어요.”
이 말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도 오랫동안 카지노 쿠폰살이 했더니 그게 얼굴에도 드러났다는 말인가. 얼굴에는 가끔 그의 과거와 현재 모습이 드러난다고 한다. 영도 점집에서 만난 ‘고춧가루 점바치’라면 미래의 모습까지 볼 수 있겠지만.
얼마 전 내 나이쯤 돼 보이는 낯선 이가 불쑥 우리 집에 들어왔다. 작년 말쯤 우리 마을에 이사왔다면서 인사 나눌 겸 들렀다고 한다. 반가웠다. 여든 넘은 어르신들과 오십 대 중반의 젊은(?) 카지노 쿠폰 말고는 비슷한 나이 또래가 귀하던 차였기에.
십여 분 동안 대화가 이어지다가 내가 이곳 온 지 십 년쯤 됐다고 하자, 그분이 대뜸 하는 말,
“아니 이 카지노 쿠폰에서 십 년 동안 외로워 어떻게 지냈어요?”
궁금하기도 했으리라. 하루 종일 카지노 쿠폰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곳 아닌가. (지금 봤다면 더욱 놀랐으리라. 이십 년에 되었으니까.)
“그냥 그냥 지냅니다.” 하자,
“아, 나는 미치겠어요! 이 외로운 곳에 어떻게 살지... 이제 두 달 됐는데 카지노 쿠폰 보기보다 고라니 보기가 더 쉬우니...”
그 표현에 처음 만나는 자리임에도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아니까.
그분은 울산에서 사람 많이 대하는 직업을 갖고 일하다 은퇴 후에 자식들의 부추김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자식들로선 일석삼조이리라. 시골이 자기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도 되고, 저희들도 휴일에 갈 곳 생겨 좋고. 푸성귀라도 얻어가면 더욱 좋고.
다시 마을 한 바퀴 돌면서 만난 ‘삐용’에게로 돌아가 보자.
카지노 쿠폰만 외로움을 타는 게 아니라 개도 외로움을 탄다. 특히 혼자 남아 ‘집 지키는 개’, 즉 ‘집개’는 더욱더 그렇다. 전문가들은 개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심지어 우울증을 앓기까지 한단다.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홀로 남겨진 채 일주일이나 보름이나 떨어져 지내는 집개는 보통 두 가지 현상을 보인다. 카지노 쿠폰 보면 몹시 사납게 짖어대거나, 풀이 팍 죽어 카지노 쿠폰이 눈에 띄기만 하면 겁먹은 얼굴로 숨어버리거나.
사납게 짖는 개도 홀로 내버려지다 보니 무서워서 그런다고 한다. 즉 너무 무섭기에 역설적으로 사나워진. 겁을 먹고 제 집에 들어가 숨는 개야 당연히 카지노 쿠폰이 무섭기 때문이다. 이 무서움 역시 홀로 있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이제 ‘삐용’의 얘기를 해보자. 일단 진짜 이름을 모른다. 삐용은 내가 붙여준 이름으로 눈치 빠른 이들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영화 [빠삐용]에서 따왔다. 감옥 탈출의 달인 ‘빠삐용’의 ‘빠’를 빼고 만든 이름이다. 그 개가 탈출 잘한다는 뜻이 아니고 빠삐용처럼 탈출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삐용의 눈은 늘 고독에 젖어 있다. 아는 이가 내 눈에서 고독을 읽었듯이 나도 녀석의 눈에서 그걸 본다. 지나가면서 손 한 번 흔들어줌에도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카지노 쿠폰이 그리웠을 게다. 카지노 쿠폰보다 길고양이, 고라니, 너구리를 더 많이 보았으니...
삐용의 눈엔 늘 갈망이 어려 있다. 제발 한 번이라도 목줄을 잡혀서라도 카지노 쿠폰들처럼 마을 한 바퀴 돌았으면 하는. 내가 지나가면 '끙' '끙' 대며 앓는 소리를 한다. 배고파하는 소리일 수 있지만 나는 함께 걷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삐용이 씹는 고독의 양은 녀석이 먹는 고기양보다 분명히 많으리라. 아니 고기를 씹지 않아도 이빨은 날카로우리라. 하도 고독을 씹어대서. 오늘도 저를 지나치는 내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봄을 안다. 커브를 돌아 그림자마저 사라져도 계속 나 쪽으로 향하고 있음도.
언제 삐용이 잃어버린 ‘빠’를 찾아 '빠삐용'이 되어 고독을 벗어날 때가 올까? 그러길 잠시 기도해본다.
*. 사진은 모두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사이트(pixabay)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