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6편 : 마종하 시인의
@. 오늘은 마종하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문외한
마종하
카지노 쿠폰가 부쩍 멀어지게 되었다.
꿀벌 치고 찌개 끓이고
아이 기르는, 소경인 김씨의
틀림없고 어김없는 관음의 세계에
카지노 쿠폰는 소용없는 것이었다.
눈뜬장님 노릇을 얼마나 했던지.
소리가 역겨울 때가 있다.
시장에서 나프탈렌이나
흑은빛 수세미, 칼을 파는 양씨는
귀머거리인데, 그 빛을 듣는 눈이
참으로 깊고 그윽하다.
듣고도 바보 노릇을 얼마나 했던지.
제대로 늙어 틀이 잡히려나.
눈 감은 관음, 귀 열린 청광의 집
- 계간 [시안](2000년 가을호)
#.마종하 시인(1943년 ~ 2009년) : 1968년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신춘문예 두 군데 동시에 당선되는 바람에 신춘문예 중복투고 금지를 낳게 한 장본인. 중등학교에서 교사로 36년간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했고, 모든 문학상을 거부했으며, 특히 「딸을 위한 시」가 유명함.
<함께 나누기
‘눈을 뜨고는 있으나 실제로는 보지 못하는 카지노 쿠폰’을 가리키는 두 낱말로 '눈뜬장님'과 '청맹과니'가 있습니다. 비유의 뜻으론 사리에 밝지 못하여 눈을 뜨고도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카지노 쿠폰을 가리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뜨끔하신 분들 꽤 되실 겁니다. 저도 그 가운데 한 카지노 쿠폰입니다. 눈을 뜨고도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 저지르니까요. 저보다 적게 배우고 적게 가진 카지노 쿠폰 가운데 저보다 훨씬 더 카지노 쿠폰답게 사시는 분이 많고, 이웃에게 베푸는 카지노 쿠폰 많건만...
시로 들어갑니다.
“카지노 쿠폰가 부쩍 멀어지게 되었다”
시인이 카지노 쿠폰를 멀리하게 되었다니 참 말이 안 됩니다. 시를 쓰려면 누구보다 시(카지노 쿠폰)를 많이 읽고 시를 많이 써야 하건만. 그렇다면 여기서 카지노 쿠폰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글이나 책이 아닙니다. 그럼 뭘까요? 우리를 외골수로 빠지게 만드는 글이나 책?
“꿀벌 치고 찌개 끓이고 / 아이 기르는, 소경인 김씨”
김씨는 일단 눈이 보이지 않으니 카지노 쿠폰를 읽지 못합니다. 생활도 넉넉지 않은 듯하고. 결정적으로 아내 없이 홀로 사는가 봅니다. 그럼에도 양봉을 하여 번 적은 돈으로 아이를 키우고, 찌개를 끓이는 등 집안일을 혼자 다합니다. 시에는 나와 있지 않으나 웃는 얼굴일 겁니다
“틀림없고 어김없는 관음의 세계에 / 문자는 소용없는 것이었다”
소위 문자끈(가방끈)이 긴 카지노 쿠폰도 이런 처지면 절망해 버리련만, 김씨는 자기 몫의 일을 웃으며 잘 해냅니다. 그러니 화자에겐 김씨가 도를 얻은 관음보살처럼 보일 수밖에. 그런 김씨에게 문자가 무슨 소용 있을까요.
“소리가 역겨울 때가 있다”
저는 혼자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 차를 몰고 가면 KBS1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를 듣습니다. 저 같은 문외한에게 경제 상식을 잘 알려줘 즐겨 듣는데 가끔 그 시간 이전이나 이후엔 다른 내용이 나옵니다. 대부분 정치 얘기지요. 그러면 라디오를 꺼버립니다. 소리가 역겨울 때입니다.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카지노 쿠폰을 청각장애인이라 합니다. 허나 진짜론 들을 수 있으나 나에게 유리한 말만 듣는 이 많습니다. 저도 하나입니다. 날 비판하거나, 내 생각과 다르거나, 나의 무리들 공통된 의견과 다르다면 무조건 배척합니다.
“시장에서 나프탈렌이나 / 흑은빛 수세미, 칼을 파는 양씨는 / 귀머거리인데 그 빛을 듣는 눈이 / 참으로 깊고 그윽하다”
시장 장돌뱅이 양씨는, 적어도 배움 깊지 않고, 잘 살지는 못하나 마음의 귀로 듣는 자세가 참 깊고 그윽합니다 그런 양씨의 귀엔 실제로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으나 늘 천국의 소리가 들려올 겁니다.
“듣고도 바보 노릇을 얼마나 했던지”
어릴 때 귀 열어 선생님 부모님 말씀 제대로 들었더라면, 결혼한 뒤 아내 말 제대로 들었더라면, 나이 들어선 어린 카지노 쿠폰 말 제대로 들었더라면. 나를 칭찬하는 말보다 지적하는 말 들었더라면, 나의 비위 맞추는 말보다 따끔하게 나무라는 말 들었더라면 귀머거리가 되지 않았을 텐데.
“제대로 늙어 틀이 잡히려나 / 눈 감은 관음, 귀 열린 청광의 집”
늙으면 입과 귀가 무거워져 하는 말 한마디에 힘이 실리고, 내게 유익한 말만 귀에 들이도록 해야 할 텐데... 언제 앞을 보지 못해도 카지노 쿠폰 노릇을 제대로 하는 눈감은 관세음보살 같은 김씨처럼, 실제론 듣지 못하나 마음의 귀를 열어 맑은 소리(청광)만 듣는 양씨처럼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