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여성시대 양희은 김일중입니다 양희은 님이 맛깔스럽게 읽어주셨음
야호! 첫눈이다 …….
첫사랑, 첫 만남, 첫 키스, 첫 직장, 첫 손자 …….
‘첫’이라는 단어는 왠지 설렘이 묻어 있다.
첫눈은 보통 가볍게 오는 둥 마는 둥 슬쩍 스치듯 지나간다고.
눈발이 분분히 날려 어디론가 젊은 시절의 아련한 추억만 저만치 실어다 나른다고. 하늘에서 사뿐히 내려 도둑처럼 사라지는 거라고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해왔다. 아무리 뉴스에서 이번엔 30cm 이상 폭설이 내리니 철저히 대비하라고 힘주어 말해도 오래된 추억과 상념으로 첫눈의 감동만 믿었다.
그런데 정말 첫눈이 풍풍 내리더니 숨이 꼴깍 넘어갈 듯한 한여름 땡볕에, 서너 달 동안 텃밭에서 키워낸 금쪽같은 무와 갓, 배추가 순식간에 눈 속에 파묻혔다. 일주일 전, 남편은 따뜻한 날씨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리를 거둬들이자고 말했었다. 나는 일주일 동안 말라가며 집 안에서 나뒹굴 무와 배추를 상상하니, 그래도 하루라도 건강한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이 나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기예보를 주시하며 나만의 계획을 짰다. 기상 예보 상으론, 화요일은 비가 오고 수요일과 목요일은 눈이 적게 오고, 금요일은 좀 따뜻할 거라 했다. 어차피 내가 토요일에 손주들과 온라인 카지노 게임체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요일 따뜻한 날씨에 거둬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눈이 된통 온 후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잔뜩 기대하고 있을 손주들을 생각하니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TV에선 폭설이 내려 도로가 난리라고 야단법석이었다. 아무 대책 없이 날벼락을 맞은 나는 남편을 달달 볶아 텃밭으로 쫓아갔다. 밤사이 겹겹이 쌓인 눈을 갈퀴로 긁으며 눈 속에 파묻힌 무와 갓, 배추를 뽑았다. 언 땅에서 뽑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거기까지는 성공이었다. 나름 3개월 동안 키운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리를 얼리지 않고 구출했다 하는 경이로움! 모자에 한 바지락은 넘는 눈을 털어낼 시간도 아까웠다. 그래도 온전한 상태로 먹을거리를 건져낸 뿌듯함이 들었고, 이제 수확물을 차에 싣고 집으로 무사히 오기만 하면 되는데 ……. 내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그동안 눈이 진짜 많이 왔었다.’하는 실감은 했지만 어렸을 때 장독대에 소복이 쌓인 눈 정도 이겠거니 하며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헤헤거리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해 온 야채를 가득 안고 차에 탔건만 얼마 가지도 않아 차를 멈춰 세워야 했다.
낮은 언덕이 있는 길목에서 차들이 덜덜덜 거리며 올라가지도 못온라인 카지노 게임 뒤로 슬금슬금 후진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있는 게 아닌가? 아찔한 상황! 다행히 남편은 용기를 내서 올라가는데, 눈길에 바퀴가 계속 헛돌아 왈칵 겁이 났다.
‘헉, 바로 이런 것이 재난이로구나!
이런 무서움도 모르고 아무 대책 없이 눈 가린 경주마처럼 재난의 눈덩이 속으로 뛰쳐나가다니 …….’
남편한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에 “면목이 없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어요.
어떻게든 무사히 집에만 돌아가게 해 주세요.” 간절히 기도온라인 카지노 게임.
우리는 차에서 내려 직접 차를 밀어 보기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제설함에 있는 염화칼슘을 뿌리며 안간힘을 썼지만, 도로에 있는 모든 차들이 빙빙 돌거나 조금씩 미끄러져 전쟁터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간신히 재난을 뚫고 집에 오는 길, 남편은 간단히 요기하고 가자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무사히 안전하게 집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 다시 밥 먹는 동안 눈이 쌓여 눈길에 파묻힐까 봐 걱정되었다. 그냥 얼른 가서 따뜻한 집 밥을 먹자 했고 서둘러 집으로 향온라인 카지노 게임. 오후 3시가 돼서야 점심을 먹는데도, 몇 시간 전의 아찔한 상황이 떠올라 가슴이 다시금 조여드는 듯온라인 카지노 게임.
우리 집은 고층 아파트라서 멀리 관악산이 보인다. 남편은 우리 집이 뷰 맛 집이니 집을 팔 때는 값을 톡톡히 받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허겁지겁 늦은 점심을 먹는데 거실 창으로 저 멀리 눈 덮인 관악산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눈이 덮여 있는 굽이굽이 이어진 관악산 능선이 그렇게 평화롭게 보일 수가 없었다. 단 몇 시간 전, 폭설에 갇혀 집에 올 수 있을지 두려움에 떨었던 일이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졌다! 집안에서 보는 눈 덮인 산은 이토록 별천지처럼 평화롭고 예쁘게만 보이는구나!
극적으로 대비되는 풍경에 그저 감탄만 나왔다.
날씨는 유기적 생명체처럼 변화무쌍해서 예측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번 첫눈은 눈 폭풍이 휘몰아치며 마치 거대한 생명체가 숨을 내쉬듯 위엄을 내뿜었다. 날씨 아니 기후는 어느 조건에서 어느 조합으로 만나느냐에 따라, 포근하고 화창해지기도 하고. 폭염이나 태풍, 폭설처럼 인간이 다스릴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되어 우리네 삶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
그런 자연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지구 온난화가 무서운 줄도 모르고, 이렇게 편안하게 살아왔다는 것. 이번 경험으로 크게 반성온라인 카지노 게임. 최근에 다니던 동네 도서관 수업에서 한 이웃 분이 테이크아웃 커피 잔 대신 집에서 챙겨 온 유리잔을 들고 다니던 모습이 생각났다. 기후 온난화를 막기 위해 실천하는 거라며 살포시 웃던 그녀의 귀여운 미소! 그녀처럼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살살 달래가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나는 뒤늦은 깨달음으로 이제부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챙겨보았다.
먼저 요즘 귀한 몸값 받는 천연 수세미를 사들이고, 종이는 한 번만 쓰지 않고 이면지로 활용하기, 재생 화장지와 대나무 칫솔을 사용하기 등이 있겠다. 가장 가까운 곳, 바로 내 집에서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의식 있게 실천해 우리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채우는 생활을 해야겠다.
눈길에 갇혀있었던 해프닝이 있었던 바로 그다음 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체험하기 위해 모인 손주들은 흥에 겨워 떠들어댔다. 딸들은 그런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리 구출하러 간 거냐며 온갖 구박을 했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고 어제 일을 무용담처럼 얘기하며 즐겁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