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훌륭한 시댁과 평범한 보통 친정 사이
나의 둘째 카지노 게임 추천은 첫째 때보다 더 힘들다. 입덧은 몇 배로 심하고, 카지노 게임 추천 초기 하혈(절박유산)은 이어졌고, 골반 관절은 바사삭! 카지노 게임 추천 중에 치료가 마땅치 않다 보니 관절 통증이 심할 때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고, 음식은 아주 가려서 먹어도 구역감이 반복된다. 피가 많이 나는 날에는 되도록 안정을 취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 시댁 식구들과 식사 자리에도 남편과 아이만 보내기로 했다. 내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서 남편이 알아서 전달한다기에 나는 그런 줄로 알았다. 그런데 남편이 까먹었나 보다. 막상 당일이 되니 어머님에게 전화가 왔다. "아니, 왜 아범이랑 애만 오고 안 오니? 내가 너 줄려고 머위 나물을 얼마나 많이 무쳐왔는데... 시골에서 직접 캐고 다듬었어. 이거 하느라 손 마디마디가 아주 아플 지경이란다."
충격파가 몇 차례에 나누어 왔다. 유산끼 때문에 나는 식사 모임에 빼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머님은 전혀 모르신다는 것에서 당황. 내가 좋아하지 않는 쓴 맛 나물을 '나를 위해' 손수 해오셨다는 것에서 또 당황. 게다가 그걸 만드느라 얼마나 힘들고 몸이 아프셨는지 알게 되니 매우 당황! 나는 입덧 때문에 저녁은 거의 못 먹지만,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어떻게 안 뵙고 안 먹겠는가. 시댁 어른 입장에선 애기 아빠가 나를 빼고 온다는 언질을 들은 적이 없기에, 내가 코빼기도 안 비치니 황당하셨을 테고. 나는 부랴부랴 시댁으로 출발했다.
찾아가니 어머님은 식사를 이미 준비하고 계셨다. 나만 집에 머무르던 것에 대해 뭐라고 어물어물 변명을 하긴 했는데 뒤늦게 말씀드리자니 되게 구차해 보였다. (남편은 시아버지와 외출하고 시댁에 없었다.) 이제라도 부엌일을 도우려고 주방에 갔는데 소고기를 준비하신 것을 보고 한 차례 동공 지진이 났다. 큰일 났다, 저녁 메뉴는 등심 구이! 입덧 중인 내가 이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한다는 것은 차라리 별 상관이 없다. 어차피 다른 것도 잘 못 먹으니까. 고기 냄새를 맡으면 여지없이 토하기에 근처에 있는 것마저 커다란 고역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평소에는 없어서 죽고 못 사는, 차르르 윤기가 고운 한우다. 어머님은 간만에 보는 손주와 아들에게 가장 좋은 음식, 가장 좋은 고기를 배 터지게 먹이고 싶으신 것이 분명하다. 휴, 첫째 카지노 게임 추천 때도 이랬는데, 하필 또 소고기구나...
아기는 어른들보다 식사 시간이 좀 일러서, 일단 시아버지와 남편이 돌아오기 전에 애랑 내가 먼저 밥을 먹기로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고기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흡, 조금만 참자! 숨을 참고 아들한테 고기를 잘라주었다. 집밥을 제일 좋아하는 아이가 입덧에 시달리는 엄마 때문에 식사가 부실하던 차에, 어머님이 손주 고기를 구워주신 것은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는 아이 곁에서 나물과 된장국을 조금 먹었다. 절정에 오른 입덧 때문에 워낙 음식을 예민하게 먹다 보니 사실 그마저도 영 손이 안 갔다. 그렇다고 안 먹자니 어머님 뵙기가 뭣하고...
애 밥을 먹이자 때마침 남편과 시아버지가 돌아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주인공, 한우 등심 구이를 준비할 차례다. 이를 어쩌나... 막막했다. 암, 코를 틀어쥐고 구역질을 해대면서라도 고기를 구워서 어른들 밥상에 올려드려야 옳게 된 며느리 도리가 마땅하지. 하지만 여기 더 있다가는 간신히 먹은 나물과 밥 두어 숟갈도 죄다 토할 것 같았다. 나는 죄송하지만 고기 냄새 맡기 힘들어서 더 있기 어렵다고 말씀드리고, 먼저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로부터 시간이 좀 지나서, 남편은 소고기를 양껏 먹고 배를 두드리며 아이랑 귀가했다.
것 참 당돌하고 독한 며느리다. 카지노 게임 추천 중에 하혈한다는 구실로 시댁에 찾아뵙지 않으려고 했고, 손수 요리해서 어른을 대접하는 것도 아니고 무려 카지노 게임 추천 밥상을 받았으며, 입덧이다 뭐다 세상 유난을 떨면서 싫어하는 음식을 피해서 혼자 집으로 도망가버렸다. 이곳 브런치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악독한 시댁 이야기가 흘러넘치다 못해 강을 이루는데, 우리 카지노 게임 추천와 시아버지는 내가 이 수많은 무례를 범하는 동안 아무런 책망도 하지 않으셨다. 게다가 연로한 카지노 게임 추천가 카지노 게임 추천한 며느리를 위해 직접 캔 나물을 무쳐 주시기까지...! 우리 시댁은 누가 봐도 극상의 좋은, 훌륭한 시댁이다.
그런데 나는 둘째 임산부이자, 산부인과 의사이고, 첫째 카지노 게임 추천과 둘째 카지노 게임 추천 사이에 무려 카지노 게임 추천과 출산을 다루는 책을 쓰는 중대과오(!)를 범한 사람이다. 이 세 가지 원죄 덕분에 불행히도 임산부에 과몰입하는 경향이 생겼다. 나는 그날, 시댁에서 썩 행복하지 않았다. 온 세상 사람이 임산부를 공주님 대접할 필요는 없어도, 가족들은 임산부의 상황과 선호를 더 신경 쓸 법하지 않나? 같이 식사하는 임산부가 못 먹는 것이 있는지 한 번쯤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게다가 당시엔 유산 위험이 있었는데, 하루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집에서 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어머님이 '나를 위해' 차려주신 밥상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고생스럽게 나물을 만들어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나는 어머님이 그런 중노동을 하시는 것이 조금도 달갑지 않다. 평생 가족 뒷바라지에 살림을 하신 어머님은 이미 손목 관절이 매우 좋지 않아서 곧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다. 게다가 들에 쪼그려 앉아 나물을 캐고, 다듬고, 무치는 일은 또 얼마나 고된 일인가. 그 결과물인 반찬을 먹는 것이 기쁘기만 할 리가 없다. 솔직한 느낌으로는, 가시방석이다. 조용히 먹기나 하면 될 것을, 나는 참지 못하고 기어코 한 마디를 보탰다. "어머님, 나물 감사한데... 앞으로 이렇게 힘든 반찬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손목이랑 관절 너무 아프시잖아요."
내 마음이 여러 모로 불편한 것이 티가 났던 모양이다. 나중에 남편에게 한 소리 들었다. "엄마가 고생해서 음식 해주셨는데, 그냥 잠자코 감사하게 먹으면 좀 안 돼?" 생각해 보니 어른들 계신 자리에서 시큰둥했던 나도 잘한 것이 없다. 나는 내가 카지노 게임 추천 중에 예민해지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지각하고 감정과 표현을 조절한다고(혹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잘 안 되는 때가 더 많다. 내가 미안하고 안 그러겠다고 사과하는데, 남편의 마지막 한 마디가 귓바퀴에 쎄하게 박혔다. "엄마가 너 생각해서, 친딸로대해 주시는 건데..."
뭐? 친딸??? 에이, 그건 아니지.갑자기 미안한 마음을 뚫고, 따지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사실 친정 엄마는 나를 위해 나물을 캐고 무칠 재주나 정성은 없다. 하지만 함께 하는 끼니마다 내가 뭘 먹을 수 있는지, 그나마 뭘 제일 잘 먹을 수 있는지 살피고 우선으로 해 준다. 먹기 싫은 것, 냄새 맡기 싫은 것은 억지로 하지 않도록 배려해 준다. 칭얼대는 아이는 통증에 시달리는 내게서 떼어내서 틈틈이 돌봐준다. 하혈이 심할 때는 내가 되도록 누워서 쉬도록 아이와 놀이도 대신해 준다. 내가 카지노 게임 추천과 함께 겪는 모든 고생을 아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가장 먹고 싶은 것과 가장 편한 것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엄마, 친정에겐 최우선이다. 아마 모든 엄마의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공연히 친정에 비교하자니, 시부모님의 커다란 너그러움도 작디 작게 느껴졌다.
"어머님이 애쓰셨다는 건 알아. 감사한 일인데도 예쁘게 굴지 못한 건 미안해. 그런데 친딸로 대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알기나 하고 하는 소리야?"
나는 다행히도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꾹 삼켰다. 대신 기다리기로 했다. 내 뱃속의 둘째는 딸이다. 우리의 딸도 언젠가는 짝을 만나거나, 아기를 낳을지도 모르지. 그때 되어서 '친정 아빠'가 되어서 직접 느껴 본다면 그도 깨달으리라. 대단히 훌륭한 시댁과, 평범한 친정 부모의 마음이 어떻게 다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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