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추운 날씨에 준비되지 않았던 옷차림의 나는 더욱 강한 추위를 느꼈지만, 도저히 티를 낼 수 없었다. 이 추위가 발각된다면 더 어색해지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나는 이를 더 꽉 깨물고 인생에서 가장 추웠던 혹한기 훈련의 감각을 자꾸만 되살려내야만 했다. 그렇게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는 것은 말 그대로 그저 같은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것뿐이지만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그리고 느껴졌다. 방향에 따른 다름, 속도에 따른 다름, 환경에 따른 다름이. 온몸이 점점 차가워져 갔고 얼굴에 감각은 무감각 해져 갔다. 그저 고통뿐인 것들은 나의 정신을 더욱 선명하게, 자꾸만 선명해지도록 도왔다. 그 사이에 느껴지는 미세한 온기는 아주 작은 불빛 같은 정도의 크기였지만 충분했다.
흐른 시간을 가늠하지 못한 상태로 우리는, 달달-거리는 배기음과 함께 비닐하우스 앞에 도착카지노 게임. 스쿠터는 한눈에 보아도 연식이 오래되어 보였지만 두 남자를 나르기에 충분히 건강한 것 같았다. 그 낡고 건강한 스쿠터에서 함께 달려온 시간이 무색하게 어색함을 가지고 내렸고 나는 통성명을 건네었다.
“그… 저는 김동수라고 합니다.”
“양회복이라고 합니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카지노 게임에 귀를 의심했다. ‘혹시, 정말 혹시 농담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그의 표정을 바라보았을 때, 결단코 장난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다시 한번 인사와 함께 어색한 악수도 나누었다. 악수를 나눈 뒤 그는 비닐하우스 문에 윤활제를 칠한 뒤 돌아오겠다며 비닐하우스로 향했다. 나는 그와 처음 마주했을 때와 같은 위치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차분하게 전혀 서두름 없이 자신의 작고 사소한 일을 마치기 위해 발걸음을 떼어냈다. 그는 작고 사소한 일을 깊고 소중하게 여겼다.
그 평범하고 느린 발걸음은 다름 아닌 평범한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이었다. 자기 자신이 인생의 주체로서 살아가는 것.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인 삶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 마주친 나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그는 자신의 하루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것. 이 남자, 양회복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 하지만 양회복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 깨달음 이후 그제야 그에게 느낀 원인 모를 이끌림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