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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이 Mar 19. 2025

카지노 게임, Limit

강과 바다 그 사이 어딘가

제주도에 가면 쇠소깍이라는 곳이 있다. 제주도는 섬 내륙의 강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제주도는 현무암으로 지질이 구성되어 있고, 현무암의 특성상 물의 투과율이 높아 물이 강을 이루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지하로 내려가 지하로 흐르기 때문이다. 내가 돌아본 제주에는 강처럼 보이는 곳이 두 곳 있었다. 제주시에 있는 한천의 끝에 용연구름다리가 있다. 용연구름다리에 서면 한천이 남해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서귀포시에서 동쪽으로 조금 가면 위치한 쇠소깍이다. 쇠소깍은 한라산 백록담에서부터 출발한 영천이 산중턱에서 효돈천에 합류해 남해바다 남쪽으로 흐르는 천의 하구다. 쇠소깍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작은 천이 바다에 닿는 그 카지노 게임를 분명히 만날 수 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할 때는 모든 지식이 분절되어 있었다. 고려와 조선은 완전히 다른 세상인 것처럼 생각했고,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라는 국가들의 카지노 게임에는 담이 세워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과 바다는 완전히 다른 것이고, 산과 들, 초원과 사막은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인본주의의 부흥기를 이끌었던르네상스 대표 화가로 알려져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기독교와 관련된 미술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조리 틀렸다. 1392년 태조 이성계가 역성혁명으로 고려가 무너지고 조선이 세워졌으나 당시 세상을 살고 있던 수많은 백성들의 정체성은 여전히 고려인이었다. 이 씨 왕조를 비롯한 혁명세력은 고려의 뿌리를 뽑고 새로운 정치이념으로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했겠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렸다. 백성들이 본인들의 정체성을 고려인이 아닌, 조선인으로 각인하는데 말이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의 카지노 게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헐거웠고, 그러한 지리적 특성에 따라 유럽이라는 정체성이 생겨난 것이었다. 강과 바다는 막혀있지 않고 열려 있었고, 밀물 때는 바닷물이 강 깊숙한 곳까지 밀고 들어왔으며, 강물과 바닷물이 섞여 강물의 색이 여느 때와 달랐다. 강 하구에서 자라는 갈대는 염분이 있어야 자라는 식물이었고, 바닷물이 강의 어느 지점까지 들어올 수 있는지는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지역에서 제일 중요한 사항이었다.


위도에 따라 평균기온이 달라지고 기후도 달라진다. 경도에 따라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달라지지만 분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위도와 경도는 대략적인 기후와 시간을 말해줄 뿐이지 인간들이 규정한 숫자를 넘어서는 연속성이 여전히 그곳에 있다. 르네상스의 대표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20살 때 베로키오의 그림 <카지노 게임도의 세례에 등장하는 두 명의 천사를 그리는 것으로 본격 데뷔를 했다. 그 후에도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최후의 만찬 임에도 불구하고 난 그가 재단화와는 거리가 먼 인본주의에 입각한 그림만 그렸던 화가였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내가 성인이 된 뒤에 공부를 하며 흥미를 느꼈던 주제들은 모두 내가 잘못 알고 있던 카지노 게임들이었다. 면과 면의 카지노 게임는 무엇을 기준으로 설정했을까, 이 부분은 천을 기준으로 행정구역을 나눴구나. 그렇다면시와 시의 카지노 게임는? 도와 도의 카지노 게임는 강이나 큰 산맥을 중심으로 설정했구나, 그렇다면 국가와 국가의 국경선도 그럴까? 하는 물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도를 쳐다보게 만들었다.


유프라테스와 티카지노 게임 강 하구의 도시에서부터 시작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를 거쳐 꽃을 피웠고, 페르시아를 탄생시켰다. 동시대에 발칸반도에서 꽃 피웠던 카지노 게임 문명과 페르시아 문명은 충돌을 거듭했고, 카지노 게임-페르시아 전쟁으로 비화되었다. 카지노 게임 도시 국가 연합의 승리로 끝난 카지노 게임-페르시아 전쟁은 카지노 게임 도시국가 연합의 내전으로 이어졌고, 카지노 게임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통해서 자멸했다. 카지노 게임 도시 연합국가 중 패권국가였던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힘을 잃자 여러 도시국가가 패권을 옮겨 쥐며 혼돈에 빠져있을 때, 발칸반도 북부에 위치했던 마케도니아와 알렉산더 대왕이 남부유럽과 페르시아를 정복하며 최초로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융합시키는 커다란 업적을 이루었다.


생각한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며 배웠던 분절적으로 암기한 지식들이 없었더라면 지금 그 사이를 채워가는 일이 가능했을까?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계획을 세워 그림을 그리듯 아무것도 몰랐다면,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했을까?


일단 불가능한 일에 대한 망상은 그만두고, 이번생은 이미 암기한 지식들을 주춧돌 삼아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렸다. 아직 기둥도 튼튼하지 않고, 그마저 세운 지붕마저도 숭숭 뚫린 구멍이 눈에 훤하다. 벽체를 세우는 일부터 온돌을 깔고, 마감을 하는 일까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때때로 내 인생을 통틀어 해야 할 공부의 양을 두고 내 학습능력을 대입해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일임을 마주한다. 그러나 다른 각도로 보면 또 얼마나 다행인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 끝도 없이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그래서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연속적인 방법으로 나를 남겨둘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에.


2025.03.19 365개의 글 중 39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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