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출판산업에 대해 알아보자
난 책이 좋다. 종이를 엮어 만든 물성이 좋고, 안에 들어있는 활자가 좋고, 활자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와 의미와 감정과 세계가 좋다. 무엇보다 생각 많고 느려터진 나를 채근하지 않아서 좋다.
책은 카지노 쿠폰 될 수 있을까.대대로 불황이라는 소리를 듣는 출판업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돈이 되지 않는다'라고 단정 짓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책은 카지노 쿠폰 된다. 여전히.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책이 좋다'와 '책은 카지노 쿠폰 된다'라는 문장의 조합은 어색해 보인다. 각각의 명제에 동의하더라도 말이다.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벌면 안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반례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책'은 '돈'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걸까? 그럼 저 수많은 출판사와 서점과 작가와 인쇄소는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출판업을 준비하면서 관련 서적을 잔뜩 빌려보았다. (그렇다, 도서관에는 책에 대한 책도 있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출판업에는 뭐랄까... '일종의 신성성'이 부여되어 있는 것 같다고. 책을 만드는 일에도, 책을 쓰는 일에도, 책을 찍고 묶고 선반에 조심스레 올려놓는 모든 일에도.
책은엄연한 제조물이다. 따라서 출판업은제조업이다. 커피콩을 볶아서 팔거나, 컴퓨터를 조립해 파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좋은 마케팅 전략과 엮어내야 한다. 생산비용과 마진, 수수료와 공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까지는 다른 상품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출판업 자체가 가진 특수성, 책에 부여되는 '신성성', 공익적인 가치 탓에 이런 논의 자체가 활발하지 않다. 최근에는 출판사도 인하우스 마케터를 들이고, AI 시대를 대비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지만 사실 다른 업계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게을러서가 아니다. 출판업을 어쩐지 동떨어진 사업으로 여겨온 탓이다.
여전히 '책은 돈이 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EBS의 사례를 보자. EBS는 수능특강을 비롯한 여러 학습교재와 서적을판매하고 있다. EBS의 출판 부문 매출은 전체 사업 부문의 30%를 차지한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를 일으켜 세울 정도의 규모다. 본업인 방송 부문과 맞먹을 정도다. 물론 수능에 교재 내용의 70%가 반영되는 특혜가 있기 때문이리라.
이번에는 직접 계산을 해보자. 책 한 권의 평균 가격은 2023년 기준 대략 18,000원 정도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작가는 책 가격에서 인세로 10% 정도를, 출판사는 비용을 제하고 마진으로 30~35% 정도를 가져간다.
작가: 18,000원 x 10% = 권당 수익 1,800원
카지노 쿠폰: 18,000원 x 30% = 권당 수익 5,400원
단행본 1쇄에 보통 1,000부 정도를 찍어낸다. 만약 1,000부를 다 판매한다면 작가와 출판사의 수입은 다음과 같다.
작가: 1,800원 x 1,000부 = 1,800,000원
카지노 쿠폰: 18,000원 x 1,000부 = 5,400,000원
책의 맨 앞이나 뒷 페이지에는 서지정보를 나타내는 간기면이 있다. 책의 제목과 저자명, 출판사 정보와 ISBN 등이 나와있는 페이지다. 그리고 거기에는 '초판 n쇄'라는 글자와 함께 일자가 나온다. 저 n이 1쇄에서 2쇄, 3쇄로 변할수록 수입은 그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특히 출판사는 책을 많이 찍을수록 비용이 줄어든다. 대량 인쇄를 하면인쇄소에서 할인을 해주기도 하고, 생산 시 최초로 들어가는 비용이 더 이상 지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희망적인 경우다. 하지만 적어도 '책은 카지노 쿠폰 되지 않는다'는 편견을 부수기에는 충분하다.그렇기에 '어떤 책을 만들까'라는 고민, '책을 어떻게 만들까'라는 고민과 함께 '책을 어떻게 팔까'라는 고민을 같이 해야 한다. 아니, 어쩌면 더 많이 해야 한다. 보통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지 않는 고민이니까. 그래도 해야 한다. 내가 작가든 카지노 쿠폰 에디터든.
책을 만들기는 쉬운 시대다. 아예 출판을 대행해 주는 자비출판 회사도 많고, 직접 진행하지 못하는부분만 아웃소싱해도 충분하다. 심지어 원고까지 대신 써주는 전문가도 있다. 문제는 판매다. 이건 사실 사업의 기본이다. 결국 팔려야 한다.
2023년 기준 출판업의 매출 규모는 대략 4.6조 원 정도다. 전체매출 파이의 절반을 초중고 학습교재가 차지한다. EBS의 사례에서 보듯 문제집이나 학습지는 정말로 돈이 되는 사업이다. 나머지 절반이 단행본(보통 생각하는 책) 시장이다.
단행본 시장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카테고리는 단연 소설이다. 얼마 전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아마 이런 경향이 더 굳혀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가 벌어들인인세는 노벨상 상금을 아득히 상회한다) 아마존의 킨들이 등장한 이후 전자책의 약진이 강하지만, 여전히 종이책의 비율이 훨씬 높다. 오디오북은 말할 것도 없다.
출판사의 수는 약 8만 개 정도다. 그만큼 군소한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산업이다. 이중 1년에 1~2권이라도 책을 꾸준히 내는 출판사의 비율은 10% 남짓이다. 다들 자기 책 한 권을 내고 사업을 사실상 접는다는 말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때 불었던 전자책 출간 열풍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시 자기 계발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출간 '뽐뿌'를 잔뜩 넣은 탓이다. '한 시간 만에 쓴 전자책으로 월 천 누워서 벌기'같은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조금만 뜯어보면 거의 다단계 수준의 사업 구조다)
이 매거진에는 출간을 준비하는 과정, 책을 만드는 방법, 책을 쓰게 된 이유, 마케팅에 대한 고민, 진척 상황 등에 대해 공유하려 한다. 난 에세이를2권 낸 출간작가이자, 전(前) 자비출판 에디터이자, 사업을 준비하는 (예비) 출판사 대표이자, 책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독자다.
하지만 이런 알량한 이력보다 중요한 건 책을, 그리고 출판업을 대하는 마음이라고 믿는다. 그 마음에는 애정도, 그리고 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뒤섞여있다. 그래야 덕질(?)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