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 살 가치가 있나요?
이른바 '뉴-미디어'의 시대지만 책은 여전히 강렬한 주석을 남기는 매체다. 그와 비견할만한 매체라고 하면 TV방송 정도일까. 책을 냈다는 건 그 분야에 있어 일정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리고, 전국에 있는 독자에게 내 목소리를 전달하고, '나 책 냈어'라고자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다양한 의도를 가지고 출간을 꿈꾼다. 자비출판 스타트업에서 에디터로 일하다 보면 출판에 대한 수요가 이렇게나 많다는 걸 알게 된다. 동시에 책을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우면서 쉬운 지도. 실제 출간 과정은 차차 다루기로 하고, 우선 '책 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예비 작가가 어떻게 책을 낼 수 있는지 알아보자.
1단계. 아, 나 책 쓰고 싶은데?
이유는 다채롭다. 가족과의 장기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부자가 되는 법을 나누고 싶어서, 자신의 전문 분야를 학술적으로 풀어내고 싶어서, 인세를 받아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어서, 특정 단체에서의 활동을 알리고 싶어서 등.
원고의 방향을 정했다면 써 내려가면 된다. 블로그에 하나씩 올리든(내 첫 번째 책을 이렇게 썼다), 워드에써 내려가든(두 번째 책은 이렇게 썼다), 아님 원고 없이 말로 때우든(?). 아니, 원고가 없는데 어떻게 책을 낼 수 있냐고 생각할 것이다. 세상에는 당신의 말을 받아 적거나 아예 콘셉트만 주면 알아서 대필을 해주는 서비스도 존재한다.
집필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아이들 일기장이나 생각나는 대로 마구 써 내려간 글 뭉치도 얼마든지 책으로 낼 수 있다. 물론 이게 좋은 글이냐, 또 팔리는 글이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2단계. 내 원고를 받아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디 없나.
책을 내는 방법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1) 기획출판,2) 자비출판,그리고 3) 독립출판.(반기획 출판이라는 하이브리드 방식도 있지만 이건 논외로 하고) 쉽게 말하면 출판사가 돈을 내냐, 내가 돈을 내냐, 내가 돈도 내고 고생도 하냐의 차이다.
1) 기획출판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투고(원고를 보내는 것)를 하거나, 반대로 출판사 쪽에서 제안을 해서 출간을 진행하는 경우다. 출판사에서 일체의 비용을 부담하기에 더 신경을 써주기도 하고(자기들도 책을 팔아야 돈이 되니까), 그 자체로 작가의 이력이 되기도 한다. 내돈내산 자비(독립) 출판보다는 더 내세우기 좋다는 말이다. 다만 신생 작가가진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니까. 문학 신인상을 통한등단도 이런경우라고 할 수 있다.
2) 자비출판은 작가가 출간 비용을 대고, 출판사가 책을 대신 내주는 걸 말한다. 검색하면 금방 나오는 수많은 자비출판사에서 이 서비스를 대행해 준다. 작가 입장에서는 자신의 책을 시장에 내놓을 확실한 방법이라 좋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받고 출간을 진행하니 리스크가 거의 없어서 좋다. 또한 출판사의 출간 노하우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거래다. 다만 아무래도 기획출판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덜 받을 수 있고, 출판사에서 신경을 덜 쓸 수 있다. '돈은 받았고 책만 내주면 된다'는 식으로 판매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말. (물론 예외는 얼마든지 있다)
3) 독립출판은 작가가 집필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혼자 진행하는 케이스다. 스스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세워서 그 안에서 모든 걸 감당한다. 몇만 개가 넘는 군소 출판사들이 이렇게 생겨났다. 경우에 따라서는 디자인, 편집, 교정교열, 인쇄 및 제본, 마케팅 등 일부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독립출판은 앞서 언급한 기획출판이나 자비출판과는 다르게 독립서점에 책을 납품하기도 한다. 즉 흔히아는 교보문고나 yes24, 알라딘 같은 대형서점에 입점하지 않고 따로 자신만의 판로를 찾는다. 독립출판과 구분하여 대형서점을 통해 유통하는 걸 상업출판이라부르기도 한다.
3단계. 책을 냈다. 그다음은?
내가 돈을 내든, 출판사가 돈을 내든 책 하나가 나오면 뿌듯하다. 주변에 판매 링크를 보내기도 하고, 개인 SNS에 자랑하기도 하고, 서점에 가서 괜히 책 표지를 어루만지며 자식을 세상에 내어놓은 부모의 마음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그건 다른 몇백 명의 작가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몇백 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게 출판 시장이니까. 그 경쟁 아닌 경쟁을 뚫고 내 책이 팔릴 확률은 꽤 낮다는 말이다. 그래서 기획출판을 진행하는 출판사, 특히 중대형급 이상의 회사는 책을 출간하기 한참 전부터 마케팅 플랜을 다 세워놓는다. 서점의 매대를 미리 구입해 놓고,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도 뿌리고, 북 트레일러 영상도 만들고, 작가 인터뷰와 북 콘서트 일정도 잡는다. 물론 그만큼 판매가 보장된 작가의 책이어야겠지만 말이다.
상대적으로 자비출판이나 독립출판, 소형 출판사에서 나온 책에는 그렇게까지 화려한 마케팅을 할애하기 어렵다. 게다가 마케팅을 한다고 해서 책이 팔린다는 보장도없다. 트렌드를 잘 타고나든, 책 자체가 좋든, 작가의 네임밸류가 있든 뭐라도 있어야 된다. 그 '뭐라도'를 만들기 위해 에디터들이 머리를 싸맨다. 작가도 그렇고.
전에도 말했지만 책을 내는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게 아니라면 판매를고민해야 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속단하지 말자. 알아서 안 해준다. 해주려고 해도 못 해준다. 출판사에서 담당하고 있는 책만 해도 수십, 수백권이다. 그 수많은 책을 에디터 몇 명이서 나눠 관리한다. 그 와중에 신경을 더 써야 하는 베스트/스테디셀러가 있기 마련이다. 이게 현실이다.
출판업은 제조업이다. 이 관점에서 접근하면 생산-유통-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가치사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게 의미 있고 좋은 게 남에게도 그러리란 법은 없다. 많은 작가, 심지어 출판사도 이 사실을 잊곤 한다.
책이 하나의 제품이라면 그걸 살 이유가 있어야 한다. 책은 그 자체로 쓰임이 없는 종이 뭉치다. 먹을 수도 없고, 입을 수도 없다. 책의 쓸모는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 그리고 책이라는 물성이 뿜어내는 신호에 있다.
책은 하나의 콘텐츠다. 시간을 들여 소비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 재미있든, 감동적이든, 유용하든 말이다. 내 책이 정말 가치가 있는가? 이걸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그래야 타깃도 명확해진다. 만들어놓으면 알아서 읽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거다. 당장 나조차도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는가.
책은 또한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다. 또는 인테리어 소품이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아우라를 반영한다. 취향과 지적 수준과 지향성을 드러낸다. 누군가의 책장에 꽂혔을 때 부끄럽지 않은 책인가? 책을 꼭 읽으려고만 사는 건 아니다. 이걸 사서 들여놓을 독자까지 생각한다면 길이 보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