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뭘 알아? 받아쓰기도 틀리고, 수학도 잘 못하면서.”
신호등 대기 중에 초등학생들의 대화를 엿듣게 될 때가 있다. 고작 수학 몇 문제를 더 빨리 푸는 걸로 받아쓰기를 조금 더 잘 본 걸로 으스대고 친구를 무시하는아이와 한껏 주눅이 들어 쭈뼛거리는 아이를 만난다. 성적을 자랑하는 아이나 대거리하지 못하고 잠자코 있는 아이나, 참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군지도 아닌 이곳도 이럴지인데, 유명 학군지는 어떨지.
얼마 전 KBS 추적 60분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가 방영되었다. 7세 고시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 5-6세 아이들이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입학시험을 말한다. 일명 빅 3, 빅 10으로 불리는 유명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마치 국가고시처럼 여겨진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도 풀기 힘들 정도로 난이도를 높여 치러지는 이 시험은 아이가 뒤쳐지고 있다는 학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의 불안감을 이용한 학원 마케팅 전략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국은 학원 입학 자체가 학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의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는 아이러니를 낳았다. 심지어 7세 고시를 준비하기 위한 연령이 3-4세부터 시작된다니. 무조건적인 사랑만 받아도 부족한 때에 너무 일찍부터 경쟁에 노출되고, 말도 안 되는 지적학대를 당하고 있으니 요즘 아이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게 가능할까?
자식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아무 비판 없이 사교육시장에 따라나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의 모습이 흡사 사이비교주를 따라나서는 종교집단의 신도 같기도 하고, 더 이상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한 주인공을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 같기도 했다.
주변에서 하니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시킨다는 학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의 변명 같은 인터뷰를 보며 댓글은 비난 일색이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시청해서 7세 고시의 현황을 알고 달라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글쎄, 과연 저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달라질수 있을까?
무자비한 사교육으로 돈을 벌어 들이는 중심에 서 있는 초등의대반 준비 학원 원장이 음성변조나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실명과 실물로 인터뷰에 응했다는 점이 답을 말해주고 있었다. 방송의 취지를 안다면 이러나저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받을게 뻔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에 응했다는 것은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에도 여전히 일부 학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은 7세 고시를 이어갈 것이고, 그들 중 일부는 방송효과로 자신의 학원을 찾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을 것이다.
누군가는, 3세부터 새끼학원(7세 고시 준비반)을 보내더라며 더 조바심을 느껴 7세 고시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까 싶고. 누군가는, 저렇게 해야 경쟁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거라면 일찍이 공부는 접고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자며 방임해도 된다고 생각할까 싶고, 누군가는, 이미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지치도록 학원을 보내면서도 우리 아이는 저 정도 선행은 아니니 괜찮다며 자위할지도 모르겠다.
교육을 너무 안 시켜도, 교육을 너무 시켜도, 아이의 행복추구권을 빼앗는 똑같은 결과를 낳는다. 그저 내 아이는 저 정도는 아니니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런 스트레스 환경 속에 놓인 아이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가 아닐까? 내 아이의 친구가 불행한데 내 아이만 행복한 것은 가능한 이야기 일까?
작년에 중학교과정까지 영어와 수학 선행을 하고 있다는 J의 같은 반 친구가 J에게 놀리듯 자신의 교과진도와 성적을 자랑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 선행해 봤자 거기서 거기지 무슨자랑을 하냐며 난 속으로 코웃음을 쳤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웃을 일이 아니었구나 싶다. 현행을 따라가고 있는 우리 아이는 한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바뀌는 덧셈 뺄셈도 어렵다고 느끼고 있는데, 어려운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 대는 친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이는 아마도 쉬운 것도 잘 못해내는 자신의 무능함(?)에 답답했을 것이고, 영영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좌절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도 모르고 마음 편히 코웃음이나 치고 있는 엄마라니.
중학생도 고등학생도 아닌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진도에 우쭐해하는 건 정상일까.
갓 출발선에 놓인 초등학생 1학년이 자신이 뒤쳐진다고 느끼는 건 괜찮은 걸까.
어린아이가 공부에 아예 손을 놓고 있거나, 학업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즐겁기만 하면 상관없다.'는 것도 아이의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방임이고, '일등만이 살길'이라며 몰아세우는 건 아이에 대한 학대고, 선행은 하나도 안 시켰지만 '우리 아이는 때가 되니 자기가 알아서 잘했어요.'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의 유토피아이자 겸손을 가장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욕심일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존중해 주면서도 언제든 마음먹었을 때 따라갈 정도의 기초적인 공부 체력은 갖춰줘야지 싶지만, 어쩌면 그게 제일 어렵다고 느낀다.
입시와 직결된 학원이 아니라도 어떤 교육이든 마찬가지다. 흔히 말하는 책 육아에 대해서도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 단순히 비약해서 말하자면, 아이가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면 교육이지만, 아이가 괴로워하는데도 책을 맹목적으로 읽히려 든다면 학대고, 아이가 책에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며 일찍이 손 놓고 동영상만 주구장창 틀어준다면 방임이 된다. 교육적 학대와 방임은 방향만 다를 뿐 아이의 필요와 상태를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동일하다.‘적정한’ 교육이라는 것은 다른 아이들의 교육 속도와의 비교에 있지 않다. 내 아이의 말과 표정에 있다. 그러니 매일매일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바심을 느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마음은 아이의 속도를 앞질러 가기 쉬울 테니. 그래서 어렵다. 적정한 선을 지킨다는 것이.
교육에 정답은 없을지언정 오답은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래도 아이는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면 오답이다. 가끔 짜증 나고 힘든 시간이 있더라도 그보다 많은 시간 행복해야 하지 않겠나. 잠자리에 누웠을 때, 새로 맞이할 내일에 대한 기대로 설레야 하지 않겠나.
J는 매일 다 큰 어른인 내게 안부를 묻는다.
엄마 오늘 하루는 어땠어?
정답을 모르겠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말을 따라 나도 묻는다.
J는 오늘 하루 어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