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3
"어머님, 오늘은 그냥 가셔도 되는데요..."
오늘로써 2주일 째다.
노랑 붕붕이 버스에 함께 올라타는 내가 부담스러운지 조금은 망설이는 목소리에 힘이 없다.
"죄송하지만 며칠은 더 함께 있고 싶은데요."
작은 카지노 게임이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겨우 끌려서 가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졸음이 담뿍 든 눈을 겨우 뜨고서 선생님 손에 이끌려 버스에서 내린다.
5층짜리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내리면 거기가 카지노 게임이다. 일명 "몬테소리 카지노 게임".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키워준다는 몬테소리 교육법을 기초로 한다는 카지노 게임에 둘째 아이를 입학시켰었다. 아니 몬테소리 교육 때문에 이 카지노 게임에 보낸 것은 아니었다. 몬테소리 교육 자체도 몰랐으니까. 단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하지만 걸어서는 조금은 부담되는 거리여서 카지노 게임 노란 붕붕이를 이용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닌 필수였다.
둘째는 한국오기 전 독일 카지노 게임엘 다녔었고 그곳은 자연과 나무와 모래놀이터 그리고 나무로 만든 오두막이 있는 넓은 마당이 있어서 겨울엔 언덕베기를 만들어 아이들이 썰매를 타게 했고 조금 다치더라도 '괜찮아! 놀면서 다치기도 하는 거란다'라고 다시 아이들을 내 보내는 그런 곳이었다. 밖에서 노는 시간이 절반 이상의 시간을 차지하는 그야말로 나와 남편이 더 좋아하게 된 그 카지노 게임이 오늘따라 더 그립고 그리울수록 이곳 몬테소리 카지노 게임의 답답함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사방이 막힌 건물 안에서 그 몬테소리 교육, 몬테소리 교구, 몬테소리 자율성... 몬테.. 몬테...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새장 안의 한쪽 날개가 비뚜어진 작은 참새들처럼 무엇이 좋은 건지 무엇이 그 작은 새들을 묶어두고 있는 건지도 모른 체 정해진 하루 스케줄만 따라다니는 게 작은 참새들의 일과였다.
"어머님! 식사하시겠어요?"
식탁도 의자도 없는 방바닥에 앉아서 주방에서 가져온 몇 개의 스테인리스 용기 안에 들어있는 음식들을 카지노 게임 도시락통에 담아주고 먹으라 한다. 빙 둘러앉아서. 그리고 먹기 전에 카지노 게임에게 감사의 인사를 손 모아 기도하 듯하라고 선생님이 방긋 웃으며 재촉하니 카지노 게임은 그 작은 손을 모아서 눈을 감는 아이도 있고 손을 모으는 것은 아예 모른 척 수저로 먹고 싶은 반찬을 집어 올리는 아이, 서서 자꾸 뒤로 나가려는 아이... 그래.. 카지노 게임이니까... 정해 진 규칙이란 걸 어찌 알겠어...
"베라야! 밥 먹을까?"
돼지꼬리처럼 꼬불꼬불 거리는 곱슬머리가 어여쁜 베라가 우리의 둘째다.
"..." 말없이 고개만 젓는다. 대신 티셔츠 앞 섶을 입으로 가져가서 오물오물 씹으며 눈을 아래로 내린다. 그 작은 아이의 앞 섶은 어느 날부터 항상 젖어 있고 집에 와서 보면 침냄새 때문에 하루에도 2~3번씩 옷을 갈아입혀야 한다. 속이 너무 아린데 자꾸 물이 먹히니 이건 무슨 현상인가! 카지노 게임에서는 아이들 수업이나, 활동시간에 사진들을 많이 찍어서 벽에 창문에 출입구에 붙일 공간만 있으면 어디든 걸고 붙여 놓는 걸 쉬지 않았다. 사진 속 아이들을 보면 베라는 거의 앞줄 제일 중간에 앉혔는데 아이 앞 섶은 무슨 무늬인양 젖어서 있거나 앞 섶을 입에 물고 있는 사진들도 있다.
"베라야! 이가 간지럽구나."
"뭐가?"
똘망한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본다.
"우리 베라가 이가 나오니까 간지럽잖아. 그래서 옷을 무는 거 아니야?"
"아닌데.. 나도 몰라 엄마! 나 다리 아파"
카지노 게임의 하루는 종일 무슨 수업들이 있고 그 수업들은 바닥에 앉아서 그냥 듣거나 공부를 하고 점심식사도 간식도 모두 바닥에 앉아 있어야 하니 다리가 아플 수밖에. 독일에서의 의자생활에 길 들어진 다리구조는 바닥생활이 너무 버거운 것이다.
"엄마! 배 아파!"
생활환경의 변화는 우리들 몸과 정신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남편은 이곳 파운드리회사 직원들과 업무를 거의 볼 수가 없어서, 왜? 대화 메커니즘 방법론의 부재 탓이다. 영어로 또는 한국어로 둘 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부족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남편의 귀가는 회색이다. 매일.
큰아이의 학교생활은 "나름 괜찮아!"라고 웃음끼 없는 목소리엔 '아니구나!'로 듣고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로 응원한다. 웃는 얼굴이 귀여워서 가끔씩 두 볼을 감싸고 꼭 안아주는 게 일상이었는데 요즘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문화충격! 아마도 그것이 아이를 황당하게 하고 어색하게 만드는 원인일 것이다. 외국인학교이지만 한 반에 80% 이상이 한국인 학생들이고 외국인학교 등록금을 보면 '한국부모들은 다 부자인거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대화의 소재나 외형상 느껴지는 냄새, 그리고 제일 힘들어하는 건 미루어 짐작건대 대화의 방식일 것이다. 자랑.. 자랑.. 그리고 간섭에 가까운 질문 아닌 비유등등...!!! 독일사회에서의 인간관계는, 그것이 초등학생들의 공간이더라도, 넘지 않아야 될 선이 알게 모르게 있다. 그 선을 지키려고 노력을 한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된다. ' 어쩌나,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의 웃는 얼굴은 귀여움 뒤에 슬픔이 보인다. 큰아이도 회색이다.
그리고 우리 막둥이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블랙"이다.
"작은 인간"
독일에서 알게 된 한국인 할아버지가 너무 오랜 독일생활로 "아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우리 둘째 보고 일컫던 단어 "작은 인간", 어쩜 이 작은 인간인 막둥이는 현재의 혼란이 자기 인생의 최악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자긴 모래로 집을 만들며 놀아야 하는데... 자긴 의자에 앉아서 맛난 시금치크림소스가 곁들인 감자와 달걀스크램블을 먹어야 하는데... 자긴 방 안에서 그리고 바닥에 앉아서 자꾸 뭔가를 따라 말해야 하고 모르는 노래도 해야 하고.. 자꾸 배는 아프고... 변비다. 운동량이 없는 카지노 게임에서의 하루생활과 많이 다른 점심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환경이 가져다준 "변비"가 배아픔의 원인이다. 아이는 화장실에 가기 싫어했다. 소변도 대변도 안 한다고 말하기 시작한 지가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겨우 달래 소변을 보게 하고 겨우겨우 힘주어 토끼똥을 싸게 하고.
"엄마 화장실 문을 열래" 무슨 말인가! "나 가기 싫어!"
그거였다. 카지노 게임의 방침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화장실문을 열어놓고 소변이든 뭐든 보라는 거란다. 이게 어느 나라 법칙인가! 아니 어느 나라 관습인가!
"원장님! 카지노 게임가 화장실 가는 걸 거부해요."
"네...! 그럼 베라가 화장실 갈 때 다른 카지노 게임를 딸려 보낼게요"
대화의 벽을 느끼고 말았다.
아이를 위한 화장실 안전장치가 이 '작은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무시하고 있는 이 카지노 게임의 방침에 말 문이 막히면서 허탈해지고 만다.
"베라야! 집에 갈까?"
"응"
작은 인간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