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는 순간, 어김없이 용순이는 다가온다. 조용히, 소리도 없이. 어느새 내 발치에 머물다 슬며시 점프해서 책상 위로 올라선다. 키보드 위를 사뿐히 밟고 지나가면서 “이건 네가 눌러야 할 키가 아니야”라는 듯 멋대로 타자를 친다. 그 결과, 내 문서는 “kkkkkklllllll;;;;;;;;” 같은 정체불명의 문자들로 가득하다.
내가 회의에 집중하면, 용순이는 내가 켜둔 노트북 화면을 가리는 정확한 위치에 몸을 둥글게 말고 눕는다. 아주 정확하게. 심지어 카메라에 엉덩이를 들이대는 건 덤이다. 마치 자기 무료 카지노 게임를 세상에 알리려는 듯 당당하게. “죄송해요, 제 고양이가…”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른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 메모를 꺼내면 무료 카지노 게임 그 위에 털썩 앉는다. 마우스를 클릭하려고 손을 들면 내 손에 머리를 부비고, 펜을 들면 앞발로 툭툭 건드린다. 한 번은 열심히 쓰던 노트를 훅 낚아채 바닥으로 떨어뜨려 놓고는, 나를 보며 ‘이제 좀 놀아줄래?’ 하는 눈빛을 보낸 적도 있다.
처음에는 솔직히 짜증이 났다. 집중하고 싶을 때마다 방해받는 기분. 중요한 문서가 고양이 발에 엉망이 되고, 일정에 쫓겨 초조한 마음에 울컥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용순이는 나를 향해 애정 가득한 눈을 하고 다가온다. 꾸밈없이, 계산 없이. 그 무료 카지노 게임만으로 마음 한구석이 풀어진다.
일에 몰두해 있을 때면 내가 무슨 표정인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그런데 용순이는 그런 나를 그냥 두지 않는다. 스르르 무릎 위로 올라와 진동하는 고양이 특유의 ‘골골송’을 들려주고, 나는 그 무료 카지노 게임 진동에 묘하게 안도한다.
'아, 그래. 지금 이 순간도 살아 있는 거지.'
요즘 나는 용순이를 ‘업무 방해꾼’이라기보다는, 나만의 시간 조율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너무 몰두하지 말라고, 몸을 조금 쉬게 하라고, 억지로 웃지 말고 진짜로 웃으라고 말해주는 존재.
내 업무는 종종 엉망이 되지만, 마음은 이 작은 방해 속에서 다시 정돈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고양이 털 묻은 노트북을 닦으며 다시 키보드를 두드린다.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꾼, 용순이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