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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지혜 Jan 18. 2022

유리카지노 게임 위한 츄르 만들기 : 강박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이야기인데, 지나가던 나그네들을제 침대에 눕혀, 맞지 않으면 죽여버리는 극악한 도적 이야기야. 제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배격하는 예시로 더러 쓰이는 이야기지. 유리카지노 게임 이야기하다 말고 왜 갑자기 이렇게 무시무시한 이야기냐고? 내가 카지노 게임에게 그 침대를 들이밀고 있었음을 깨우쳐서 하는 소리야.


전에도 잠깐 언급했던 적 있어. 아침마다 고양이와 함께 집을 나선다고. 카지노 게임 정시에 출근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었고, 내 선에선 가장 부드러운 격려였지. 아침마다 도살장 끌려가는 표정인 카지노 게임 혼자 내보내기에 미안한 마음도 있고, 어떻게든 돕고 싶은 의지도 있고. 그래서 한 달가량을 매일 아침 함께 나섰던 것 같아. 덕분에 고양이는 매일 거의 같은 버스를 타고, 회사에 늦지 않을 수 있었지.

그런데 잘 들여다봐봐. 과연 이게 부드러운 격려가 맞았을까?아주 은은한 강요였던 건 아닐까? 아니, 어쩌면 은은하지도 않았을지 몰라. 물론 아침마다 함께 나서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향하는 짧은 거리나마 함께 손을 잡고 걷고,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거든. 즐겁고 사랑스러운 순간들이었지. 문제는 그 다음이야.

회를 거듭할수록 내 안에 생각이 많아지는 거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우리 유리카지노 게임는 역시 혼자서 출근도 버거운 건가? 땡.잘 생각해봐. 카지노 게임가 같이 가달라고 했어? 지각 때문에 회사에서 버겁다고 했어? 아니야. 전혀 아니야.

비록 택시를 탈 때가 잦고,아침마다 고전한다고 해도 카지노 게임는 카지노 게임의 길을 가. 그럼 매일 아침 8시쯤 집을 나서서 꼭 택시를 타고 8시 30분 전에 회사에 도착해야 하는 쪽은 누구였게? 나.집사의 생각과 고집이었던 거라고!


나는 출퇴근하던 시절에 딱 정시에 집을 나섰어. 회사에 8시 50분까지 도착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우리 집에서 회사까지 최적의 루틴을 짰지. 매일 정확히 8시 13분에 집을 나섰어. 물론 가끔 이런저런 이유로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 시간에 집을 나서. 미리 준비를 마친다 해도 절대 미리 나가지 않고, 꼭 그 시간에 늘 다니던 길로. 일정한 속도로 지하철 역에 도착하면 출근시간대 치고 가장 덜 붐비는 열차가 와서 서고, 나는 늘 그 자리에 올라타 출근을 하는 거지. 지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어. 위기야 몇 번 있었지만 위기로 그쳤지.

그런 내 기준에서 택시는 낭비였고, 나태의 산실이었어. 돈도 돈이지만, 행여 출근길이라 길이 막혀 늦으면 어떡해? 돈값도 못하고,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면 어떡해? 내 불안이었던 거지. 내 불안, 내 강박. 막상 그래서 회사에 늦는다면 어떻게 될까? 뭘 어떻게 돼!상사에게 혼은 좀 나겠지만 그대로 흘러가겠지.

나는 그런 내 기준에 카지노 게임 맞추려 했던 거야. 고양이도 나름 대로의 방식이 있고 임기응변할 능력이 충분한데, 내 기준에 이해가 안 되니 짜 맞추려 했어. 이걸 깨우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더라.

아침마다 함께 출근하던 것을 그만두었어. 늑장 부리는 카지노 게임 내버려 두기도 하고, 택시를 타든 버스를 타든 알아서 가도록 관심을 껐지. 무탈했어. 고양이는 좀 더 튼튼히 스스로의 길을 갔고, 내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왔어. 꼭 그 시간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침마다 나가는 거, 실은 쉽지 않았거든.


유리고양를 곁에서 지켜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거, 잘 알아. 제일 먼저 할 일은, 그런 카지노 게임의 힘을 집사가 우선 믿어주는 일인 것 같아. 집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게 뭐야? 내 도움 없인 아무것도 못하는 카지노 게임? 아니잖아. 카지노 게임도 충분히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성숙한 개체란 걸 잊지 말자. 아픈 건 아픈 거고, 어른인 건 어른인 거니까.

그리고 집사도 스스로의 강박이나 잣대를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해. 내가 만든 기준에 카지노 게임 끼워 맞추고, 잘 되지 않으니 괴롭고. 자승자박이야. 결국 내가 나를 괴롭히는 꼴밖에 안 된다고. 내가 답답하고 속상한 건 순전히 내 기준일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고양이는 하나도 불편하지 않을 수도 있단 말이야. 내가 유리고양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순수한 지지와 버팀목. 그거면 충분하다는 걸 꼭 상기하자.

카지노 게임 덕에 내가 더 덕을 많이 본다. 좋은 집사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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