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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선 Apr 17. 2025

나만의 뭔가를 카지노 쿠폰낸다는 것

팟캐스트 <오직 사랑하는 영화만이 살아남는다에서 못다 한 이야기 #4

조립식 장난감을 좋아했어요. 아시아권 나라카지노 쿠폰 태어난 소년들 대부분처럼요.


로봇 몸체의 앞 절반과 뒷 절반을 붙인 후 주먹이나 얼굴 정도 추가하는 조립식 장난감은 50원 정도, 팔다리를 따로 붙이는 로봇은 백 원, 저작권 따위 신경 안 쓰고 일본카지노 쿠폰 금형을 빼돌려 출시한 <기동전사 '칸'담이나 <철인 28호의 경우 300원, 500원에 팔던 때부터.


무릎에 턱을 괴고 앉아 설명서대로 부품을 끼우고 접착제를 발라 붙이고.. 등등을 하다 보면 뭔가 하나 뚝딱 카지노 쿠폰지잖아요. 그리고 만들고 나면 그걸로 끝. 친구들 장난감이랑 싸움 붙여 논다든지, 책장에 장식물로 세워둔다든지 그 정도죠, 뭐. 그래서인지 그게 뭔가 창작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었요. 방학숙제로 받은 반공 포스터만큼도 말이죠.


아직은 장난감을 다 조립하고 나면 에어브러시로 도색을 해서 또 하나의 작품을 카지노 쿠폰낼 수도 있다는 세상을 몰랐을 무렵, 어느 날 300원짜리 체로키 탱크를 서울에서 전학 온 친구와 만들고 있는데, 글쎄 탱크에 붙일 안테나를 만드는 법을 배웠지 뭐예요. 자투리 플라스틱을 촛불에 녹인 후 길게 끌어당겨서. 아... 정말, 순간적으로 눈앞의 세상이 확 넓어진 기분. 손바닥만한 조립설명서 밖으로 뛰쳐나가서 나만의 세계가 창조된 기분. 금단의 선을 넘어. 이럴 수가 있었구나. 그 뒤로 조립식 장난감을 만드는 새로운 재미를 붙였던 것 같아요. 물론 아직은 가지고 있는 기술이 촛불로 녹이기 정도였지만, 온몸에 안테나를 단 선인장 로봇, 불에 그을린 몸체를 가진 로봇, 레이저 광선을 맞고 장갑이 녹은 탱크 같은 나만의 작품을 카지노 쿠폰냈어요. 6학년 형은 조립식 같은 건 더 이상 놀지 않는 거야..라는 얘길 들었을 때까지는 말이죠.


팟캐스트 에피소드 4.4 <당신의 첫 요리는?에서 말했던 것처럼, 기억이 허락하는 한 제가 만들었던 첫 요리는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서 보고 배운 '프렌치토스트'였습니다. 지금이야 저런 걸 만드는데 불조절과 인내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저 때 제가 그걸 알리가 없지 않았겠어요? 우유와 계란을 섞은 물에 적신 빵을 버터에 굽다 보니... 뭐랄까... 무슨 우유버터죽? 도무지 빵의 형태라고는 하나도 안 남은 그런 게 튀어나왔던 걸로 기억을 해요. 게다가 전 어릴 적에도 버터의 느글느글함을 좋아하지 않아서 버터링 쿠키, 사브레, 빠다코코넛, 버터스카치 캔디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고 오직 새우깡과 양파링만 애정했었는데 말이죠. 근데 그게 바로 아버지 식성을 닮아서 그런 거였거든요. 그래서 뭐. 결국 다 버렸죠. 곧바로 쓰레기 통에.


아.. 근데.. 그게 왜 그리 아깝던지. 조립식 장난감을 쓰레기 통에 버리고, 은행에서 준 달력을 뜯어 그린 손오공 만화를 쓰레기 통에 버렸을 때에도 그런 감정은 안 들었었던 것 같아요.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서 메릴 스트립의 가출로 느닷없이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더스틴 호프만과 어느 날 갑자기 엄마 없는 생활을 시작하게 된 아들 빌리의 고군분투 에피소드 중 하나로 프렌치토스트를 만드는 게 나왔었는데, 그래서였는지 당시 9살이었던 제가 생각하기엔 어느 날부터 출근을 안 하게 된 아빠랑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음식이었었나 봐요. 열심히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그만 죄다 버리게 되어서 울음을 터뜨렸을까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암튼 그 뒤로 한참 동안 혼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라면도 잘 안 끓여 먹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어머니로부터 음식 만드는 기본에 대해 전수받기는 했었죠. 재료 다듬기나 양념 카지노 쿠폰기, 재료와 양념 넣는 순서 같은 것들. 전 이제껏 당신이 결혼 제도에 깊은 회의를 가지고 계셔서 아들이 혼자 살아도 굶지 않도록 조기교육을 시킨 걸로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얘길 듣기로는 어릴 적부터 성격이 더러웠던 아들이 결혼 같은 건 절대 못 할 거라고 굳게 믿고 계셔서 그랬다더군요. 아무튼 어릴 적부터 수셰프 겸 기미상궁 역할을 하다 보니 자취할 때에도 제법 도움이 많이 되었더랬습니다. 큰 집을 빌려 여러 명이 함께 살 때에는 제가 만든 콩자반이나 멸치볶음, 무생채, 감자조림 등이 하우스 메이트들에게 인기가 높아 일주일치 반찬이 하루도 안 되어 동이 난 적도 있었죠. 결국 반찬을 먹을 때에는 숟가락 말고 젓가락만을 사용한다는 합의로 진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음식을 만드는데 재미가 붙었던 건 아무래도 결혼 이후가 될 것 같습니다. 뭘 만들어도 맛나게 잘 먹어주는 아내 - 마치 영화를 재미있게 봐주는 관객이나 글을 즐겁게 읽어주는 독자처럼 - 를 만나서 가능한 일이었죠. 아.. 아니, 뭐 만들어도 그럭저럭 먹을만한 음식이 나왔으니까 가능한 거였을지도요. 한 번은 정말 실험적인 칵테일 - 잭다니엘 + 베일리스 + 하겐다즈 딸기 아이스크림 - 을 만들었는데, 그것도 결국 몽땅 개수대로 버려지기도 했었죠. 그걸 제외하고는.. 그렇게까지 망작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믿을 수 있는 수용자를 가지는 것이 창작물을 꾸준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주요 동기가 되기는 하지만, 창작물이 창작물이라는 이름표를 달기 위해서는, 그리고 만드는 재미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뭔가가 가미가 되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리의 세계에서는 나만의 '킥'이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어릴 적에 학교 앞 떡볶이를 사 먹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제 인생 최초의 군것질이 국민학교 앞 리어카 위카지노 쿠폰 팔던 10원에 4개짜리 떡볶이였습니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떡볶이 아줌마한테 물어봤었죠. 맛의 비결이 뭐냐고. 국민학교 3학년 짜리가 말이에요. 제 기억이 맞다면, 너무나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대답해 주셨어요. "미원이야."


아... 그렇구나.. 국민엄마 황정순 배우가 광고모델로 나오던, 한국이 낳은 세계의 맛 미원.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자취생활 동안 밑반찬을 카지노 쿠폰 때에도 대기업산 조미료를 넉넉히 넣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었죠. 한 번은 소고기 다시다와 양파 만으로 볶음밥을 한 적도 있었구요. 어찌나 잘들 먹던지.


그런데 식사준비를 꾸준히 하시는 분들을 공감하시겠지만, 이런 조미료를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그때그때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됩니다. 똑같은 레시피의 요리를 만들더라도, 만들 때마다 창의적일 수 있는 건 시간에 따라 내 스타일이 달라지기 때문이겠죠. 한 때는 소금 간을 아슬아슬하게 하는 것에 재미가 붙은 적도 있었고, 한 때는 생강향을 은은하게 넣는 것에 관심이 많기도 했습니다. 한 때 칵테일을 만들 때에는 자몽향과 드라이 진의 궁합에 관심이 많이 생기기도 했고, 최근에는 와인이든 맥주든 각각의 술에 따른 최적의 서빙 온도를 맞춰보려고 합니다. 정성이 가득한 음식도 나름대로 존중하지만, 요리를 하는 것에 있어서 나만의 뭔가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단순 반복 조립노동과 다를 바 없이 생각되기도 하죠. 자투리 플라스틱 조각을 촛불에 녹여 길게 늘인 수준에 불과하더라도 말이에요. 만일 내 상상력을 손재주를 통해 현실화시켜서 수용자로부터 인정을 받는 모든 행위를 예술이라고 말한다면, 요리는 모든 종류의 예술 중 피드백이 가장 신속하고 적나라한 예술이 되겠습니다.


특히, 팟캐스트 1회 <와일드 로봇 편에서 언급했듯이, 많은 종류의 예술들은 창작자의 경험보다 상상력에 의존할 때, 그리고 창작자에게 주어진 조건이 매우 한정적일 때 창의력이 폭발하는 경우가 많죠. 가끔, 제가 사는 밴쿠버 지역의 유명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등에서 사케를 베이스로 만든 버터로 전채요리가 나오고, 케일과 엔디브로 백김치를 만들어 발효시킨 다음 XO소스를 발라 구운 후 여기에 대구요리를 싸서 내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수입한 버터나 한국에서 수입한 육젓이나 토하젓이 쉽게 구할 수 있다면야 정통 버터요리나 김치를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여기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가지고 최고의 창의력이 가미된 요리를 보면 감탄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마치 멋진 독립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온 것처럼. 나 역시 나만의 뭔가를 만들고 싶어서 잠을 못 이룰 때도 있었습니다. 영화 <남극의 쉐프에서 니시무라 요리사 역시 남극 땅에 도착한 처음에는 뭔가 막막했겠지만 한계 상황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극복해가다 보면 뭔가 뿌듯함이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저 역시 가끔 예전에 카지노 쿠폰서 나름 뿌듯했던 음식들이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돼지고기 등심을 손망치로 때려 펴서 양파즙에 두 시간 이상 절인 후 튀겨낸 돈까스, 낙지와 마늘, 배추, 양파를 먼저 강불에 볶은 후 국물을 내어 만든 나가사키 짬뽕, 만두피 반죽을 살짝 발효숙성 시킨 후 만드는 분식집 만두, 손이 많이 가기로는 역대 최고였던 감자 고로께 등..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런 걸 카지노 쿠폰냈는지 알 수가 없어요. 특히 고로께는... 와.. 정말... 감자, 소기, 양파, 당근 등 재료를 다 따로따로 조리를 한 다음 또 반죽을 카지노 쿠폰 튀겨내는 그런 극악무도한 일이어서... 그때 한 번 만들고 두 번 다시 만들 엄두도 못 냈습니다. 예전에 이연복 셰프가 방송에 나와 짜장면 만드는 법을 보여 주고서는 "자.. 이제 아셨죠. 짜장면은 웬만하면 밖에서 사 먹는 겁니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저로서는 감자 고로께야 말로 반드시 밖에서 사 먹어야 하는 음식이었던 거죠. 그렇더라 하더라도, 고로께에 들어갈 소고기를 볶을 때 생강을 약간 가미해서 전체적으로 덜 느끼한 튀김을 만들었던 것에 만족했던 기억이 납니다. 매주 여기저기로 뺑뺑이를 돌고 주말엔 이력서를 쓰느라 정신없던 날들, 여유가 없어서 나만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을 중단했던 시절 동안엔, 그렇게 먹거리를 카지노 쿠폰가면서 제 창작욕구를 해소했었나 봐요(에어 프라이어가 생기고 난 다음부터는 창작욕만큼이나 잔머리도 많이 사용되어 요리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구마 맛탕 같은 건 특히).


나만의 뭔가를 카지노 쿠폰고 싶은 당신. 일단 계란 한 알과 후라이 팬으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안되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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