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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Feb 12. 2025

내가 아직 이걸 기억하다니

정월대보름


대부분의 절기 음식들이 그렇듯이 정월대보름의 음식에도 조상들의 지혜가 들어있다. 먹거리가 다양하지 못한 추운 겨울을 나는 동안, 특히나 채소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이 부족했다. 그래서 다른 계절에 미리 말려 둔 채소들로 카지노 쿠폰을 만들어 먹으며 영양을 보충하고, 언 땅이 녹고 푸릇하게 올라올 봄카지노 쿠폰을 기다리는 것이다. 실제로 말리면 맛과 영양소가 훨씬 높아지는 채소들이 많다.


정월대보름을 설날이나 추석 같은 큰 명절처럼 제대로 챙기는 집안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정월대보름이 되면 내 기억의 회로는 저 혼자 깨어나 두런거린다. 새해 첫 날, 떡국과 몇 가지 전을 만들어 먹고 정작 설날은 휴일도 아니고 주로 주중이라 그냥 지나가는데,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정월대보름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달빛이 유난히 밝다 싶어 음력 날짜를 찾아보면 보름 직전이다.


사람의 입맛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리 크게 변하진 않는 것 같다. 특히 좋아하는 음식은 재료가 조금씩 추가되거나 변형될 뿐, 어릴 때 좋아하던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좋아한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전에 먹지 않던 음식이 좋아지기도 하는 건 경험에 의한 것이기가 쉽다. 먹어 본 적이 없어서 호불호를 미처 몰랐던 것이다.


나는 절기 음식 중에 동지 팥죽과 정월 대보름의 오곡밥과 카지노 쿠폰을 좋아했다. 오곡밥에 비하면 카지노 쿠폰의 맛은 좀 더 자란 후에 제대로 알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입맛은 어느덧 체화되어서 이민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어지간한 일상적인 한국 식재료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곳에 살면서도 늘 아쉬운 건 한국의 카지노 쿠폰 종류였다.


어릴때는 그것들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줄 몰랐다. 그러다 결혼 후에 시어머니 덕분에 취카지노 쿠폰과 머위 카지노 쿠폰을 시금치나 콩카지노 쿠폰보다도 자주 만들어 먹으면서 그 수고를 알게 되어 남이 해주는 카지노 쿠폰 반찬이 귀한 음식이 되었다. 시어머니는 도시에 사시면서도 뒤란에서 머위를 키우셨고 철 되면 산에서 취카지노 쿠폰을 뜯어다 말리고 갈무리를 해서 일 년 내내 먹을 정도로 챙겨 주셨다. 남편이 유난히 좋아하기도 했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으셨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카지노 쿠폰을 잘 먹는 여자에서 카지노 쿠폰께나 볶을 줄 아는 여자가 되었다.


익숙해진 탓에 말린 카지노 쿠폰로 요리하는 걸 겁내진 않았지만 이민 온 후에는 재료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한인 마켓으로 농협에서 만든 말린 카지노 쿠폰들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가끔 사다 먹었는데 양은 적고 값은 비싸서 몇 번 탐내다 말았다. 그러던 어느 해, 엄마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기셨는지 처음으로 소포를 보냈는데, 아주 큰 박스에 더덕과 말린 카지노 쿠폰이 가득 들어있었다. 모두 엄마가 사시는 대관령 출신이었다. 마음 같아선 날마다 계속 먹고 싶었지만 두어 번 먹고는 아꼈다. 정월 대보름에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카지노 쿠폰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카지노 쿠폰 봉지 몇 개를 갈무리해서 팬트리의 가장 깊숙한 곳에 넣으면서 마치 보물을 숨기는 것 같았다. 식재료나 음식만큼 오래되고 따뜻한 기억을 불러오는 것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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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삶아야 하는 마른 카지노 쿠폰들. 취카지노 쿠폰, 고사리, 시래기, 참카지노 쿠폰... 말린 카지노 쿠폰을 물에 잠깐 불렸다가 끓는 물에 5분 정도 삶은 후 뚜껑을 닫고 다음 날 아침까지 그대로 둔다. 이렇게 하면 오래 끓이지 않고도 볶기에 적당한 포근한 카지노 쿠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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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씻어서 물기를 꼭 짜서 따로따로 담아놓고 소금에 살짝 절인 호박도 짜고 무채도 썰고 표고버섯도 물에 불려 꼭 짠 후, 얇게 썰어서 볶는다. 가지는 말린 게 없으면 썰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에 물기 짜서 볶으면 그런대로 말린 것과 비슷한 맛이 났다. 십여 년 전에 안동의 '헛제삿밥'이란 걸 먹어본 후로는 간장을 사용한 비빔밥의 깔끔한 맛에 반했지만 그래도 비빔밥의 원형은 고추장, 나는 간 소고기를 조금 넣고 볶은 약고추장을 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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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나름 귀한 음식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은 내 식구들만 먹기엔 아쉽다. 이렇게 따로 담아서 이웃에게 나눠주면 그 어떤 음식보다도 좋아한다.



사실 카지노 쿠폰 반찬은 먹을 때는 좋은데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꽤 걸린다. 게다가 이렇게 준비한 것들을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은 단 한 그릇의 요리로 내놓을 때면 노력에 비해 좀 허망하단 생각마저 들지만 그래도 제대로 만든 정월 대보름 카지노 쿠폰로 밥을 비벼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안다. 정성을 먹는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요리 중 하나라는 것을.



아마 앞으로는 이런 요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GR 총량의 법칙'에 의해서 내 요리 생활은 총량을 다 채운 것 같다. 이젠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드디어, 그래도 되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다. 사실, 입맛이 변했는지 솜씨가 떨어졌는지 이젠 내가 만든 음식들이 예전처럼 맛있지도 않다. 요즘엔, 평일에는 단순히 배고픔을 면하려고 있는 재료로 대충 해 먹고 주말의 두 끼 정도와 특별한 이름이 붙은 날에만 요리라 부를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팔자 편한 백성이 되었다. 게다가 뜻밖에도 국적불명의 단순하고 간단하게 만든 음식으로 한 끼를 먹고 나면 아쉽다기보다는 속이 편한 만큼 삶의 모양새도 조금 가뿐해진 것 같아 새로운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올린 사진들을 보니 제법 그럴듯하다.

하지만 모두 지난 일이다.

현실은,


오곡밥과 아홉가지 카지노 쿠폰의 추억은 '전설 따라 삼천리'처럼 떠난 지 몇 년이 되었고, 오늘의 냉장고엔 온통 샐러드나 만들 풀,뿐이고 숙채로 할만한 건 시금치나 콩카지노 쿠폰은 커녕 무 한 덩이조차도 없다. 장 보러 갈 때가 되어서 그 흔하던 양배추와 당근도 떨어졌다. 그리하여 2025년 정월대보름엔, 냉동실에서 숙면 중이던 구운 야채 부스러기들을 모두 꺼내 파스타를 만든다.

이미 한 번 구운 야채인데다 조각이 작아서 꼴은 좀 수상해도 들어간 야채의 가짓수는 꽤 많다. 가지, 호박, 피망, 양파, 당근, 그린빈, 버섯, 스냅피... 어? 8가지네.. 그래서 샐러리를 추가했다. 완벽해!

(...는 아니고 사실은 지금 글을 쓰면서 확인하다가 우연히 9가지 되어서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가짓수 생각 안 하고 냉장고에 샐러리가 있어서 추가한 건데... ㅎ)



카지노 쿠폰, 아니 야채 파스타는 맛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달랑 파스타 한 그릇 놓고도 흡족하게 먹고 있는데 마치 기회를 엿보기라도 한 듯 때맞춰 문자가 왔다. 감기에 걸린 것 같아 급격하게 더 외로워지는 중이라고 불쌍한 척하던 지인은, 근데 달은 왜 또 저리 예쁘냐...고 청승을 떤다. 나는, 정월대보름이에요.라고 제법 이성적인 대답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그 시구를 떠올렸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아홉가지 카지노 쿠폰- 아니, 야채 파스타도 먹었고, 달이 떴다고- 아니, 감기에 걸렸는데 달이 예쁘다고 문자를 준 사람도 있고, 서울에서 할 일을 마친 보름달은 내일 밤엔 밴쿠버에 도착할 테고.... 이제 한 가지만 해결하면 된다.


사실은 카지노 쿠폰보다 더 먹고 싶은 오곡밥.

주말엔 기필코, 한국마켓에 가리라.

근데..

가만있어보자...

오곡밥에 들어가는 곡물이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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