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팝콘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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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Apr 06. 2025

내밀한 화해의 카지노 게임,

Wicked _ part 1


어느 금요일 저녁, 갑자기 다급하게 날 부르는 소리가 난다.

마미!, 으아아아악~ 마미!

쟤가 '엄마'라고 하지 않고 '마미'라고 부를 땐 뭔가 비일상적인 일이 벌어진, 혹은 벌어질 것이란 의미인데 거기에도 두 가지의 다른 톤이 있다. 다급해서 도와주길 바랄 때는 빠른 스타카토로 연달아 부르고, 바라는 게 있어서 애교를 떨 때는 끝을 길게 늘카지노 게임 끌어올리며 아주 달콤하게 부른다. 그런데 이번엔 다급한 것 같으면서도 뒤따르는 비명에 웃음기가 가득카지노 게임.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마녀역의 성우를 해도 될 만큼 낄낄거린다. 그러면서도 계속 마미를 외쳐대니 이 마미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주방으로 갔는데, 가관카지노 게임. 순식간에 나도 에미 마녀가 되었다.


한 손엔 냄비 손잡이를 다른 손엔 공중 부양을 하려는 냄비뚜껑을 잡고 거의 비명과 웃음이 구분되지 않는 소리를 내고 있다. 놀라서 달려온 듯한 헌터는 바닥으로 날아오는 팝콘을 피하며 안절부절 하다가 나까지 평소보다 높은 소리로 웃기 시작하자 몇 걸음 물러서며 우리를 쳐다본다. 나도 저렇게 웃어야 하나... 고민 하는 표정카지노 게임.


뭐, 아무리 봐도 참을 수 없는 건 웃음이고, 도와줄 수 있는 건 떨어진 팝콘이나 주워 먹으면 모를까... 별로 할 일도 없는 것 같아 얼른 셀폰을 가져다 동영상을 찍었다. 얘, 이건 가문에 길이 물려줄 소장각카지노 게임. 마침내 냄비 뚜껑 사수를 포기한 아이는 그대로 주저앉아서 계속 마녀처럼 웃고, 여열만으로도 팝콘은 아직 탁. 톡. 투둑'소리를 내며 튀고 있다. 헌터는 바닥에 떨어진 팝콘을 주워 먹을 만도 한데 상황 파악이 잘 안되는지 눈치만 보고 있다.(응, 그거 먹으면 안 돼. 착하다.)


아이는 팝콘을 좋아해서 그 맛없는 전자레인지 용 팝콘도 즐겨 먹는다. 하지만 명품 옥수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강원도 옥수수만 먹고 자란 나는, 달큰하지만 수분이 많아서 한알씩 똑똑 떨어지는 건 절대로 못하고 이 사이에 끼는 것만 잘하는 캐나다 옥수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웰컴 투 동막골'의 하늘에서 내리던, 팝콘 옥수수와는 종자가 다른 뻥튀기 강냉이를 간식으로 먹고 자란터라 팝콘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나에 비해 아이는 기다리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면서도 처음엔 극장 팝콘을 먹을 생각에 더 마음이 설렌다고 한다. 영화 한 편을 보는 동안 끌어안아야 될 만큼 큰 통에 담긴 팝콘을 다 먹고도 나오는 길에 다시 리필을 받아서 또 먹다가 남으면 집에 가져온다. 그러더니 기어이 극장 팝콘맛을 내는 방법을 알았다며 아마존에서 팝콘용 옥수수와 맛소금과 코코넛 오일을 주문했다.


열전도율이 빠른 팝콘 전용 기구는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양은 냄비라도 있으면 편했을 텐데 집에 있는 건 무거운 스테인리스 냄비밖에 없다. 게다가 마음은 '적당한' 양을 튀기고자 했으나 옥수수를 냄비에 넣는 카지노 게임, '적당한 양'은 '먹고싶은 양'이 되어서 냄비의 크기 따윈 저절로 무시가 되는지, 혹은 옥수수가 유난히 작아서 만만해 보였는지 그만 이성을 잃고 만 것이다.


카지노 게임동영상에서 캡처한 사진은 당시 현장의 긴장감을 전혀 나타내지 못하네.요.^^

갑자기 집에서 극장팝콘 만들기를 시도한 결정적인 이유는 영화 '위키드Wicked' 때문카지노 게임. 우리는 주말마다 집에서 영화를 자주 보는 편카지노 게임. 내가 영화관처럼 막히고 사람 많은 공간을 싫어하다 보니 아이와 함께 보는 영화는 늘 '방구석 영화관'에서 상영된다. 대개는 핏자나 치킨, 스시같은 내 손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음식을 시켜서 천천히 먹으며 중간에 커피를 내리기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헌터가 나가고 싶어 하면 잠깐 멈추고 밖에 나갔다 오기도 하고, 영화평론가처럼 수다도 떨면서 보는데 이번엔 이 모든 것을 절대로 하면 안된다는 것카지노 게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영화관 팝콘으로 한 양동이 튀겼고, 얼음 가득 채운 콜라도 준비했음. 그러니 일단 영화가 시작되면 화장실도 못 가고 중간에 정지시키는 것도 불가. 그냥 꼼짝하지 말고 끝까지 영화만 봐야 함. (참나... 괜히 딴지 걸고 싶어 지네.. 그럼 팝콘과 콜라는 언제 먹어?)


뮤지컬을 좋아하는 아이는 이미 오래전에 뮤지컬 위키드를 보았기 때문에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영화를 본 후에 완전히 매료되어서, 친구를 바꿔가며 세 번이나 극장에 가더니 '아마존 프라임'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자마자 바로 샀다.. 나는 뮤지컬은 보지 못했지만 어릴 때 '오즈의 마법사'를 읽었고, 1939년에 제작된 영화도 본 적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령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오즈의 마법사'가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을 것카지노 게임.


위키드(Wicked)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의 프리퀄(prequel)카지노 게임. 그러니까 '오즈의 마법사' 이후에 써졌지만 스토리상으로 오즈의 마법사 이전을 상상해서 쓴 소설카지노 게임. 영화 '위키드'는 시나리오 작가가 따로 있고 내용도 많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원조격인 '위키드'는 1995년에 쓴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카지노 게임. 그런 만큼 만약 '오즈의 마법사'를 기억하거나 뮤지컬을 본 사람이 이 영화를 본다면 하고싶은 말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사소하게는 나쁜 마녀의 상징이 된 뾰족한 검은 모자와 긴 망토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부터 시작해서 장면마다 의미하는 것, 복선이 된 심리적인 요소와 비밀스러운 관계, 결과에 대한 원인, 그리고 배우들의 인터뷰, 위키드에 대한 '존 추' 감독의 오래된 짝사랑과 간절함, 그 밖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등...


뮤지컬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넘버들이지만, 부르는 사람들과 감독의 역량덕분에 만들어진 차별점을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는 영화기도 하다. 특히, 알파바역의 신시아의 노래는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완벽하다. 그냥 보고 들어야 한다.

또한 감동과 임팩트가 충만한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암전 된 화면에 크게 나타나는 자막, to be continued는 2부가 있다는 걸 몰랐던 사람에게는 물론, 미리 알았던 사람에게조차 탄성과 기대를 동시에 불러온다. 위키드의 클라이맥스는 알파바의 마지막 모습이 아니라 이 자막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2시간 40분으로 꽤 긴 러닝타임이지만 영화를 볼 때 지루하거나 지쳤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11월에 2부가 개봉될 때까지 어떻게 기다릴지 즐거운 투정을 할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긴 인터미션이다.. to be continued는 위키드 1부에서 가장 최악의 장면이다.. 등등.. ^^)


영화 전체의 클라이맥스이자 1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Defying Gravity, 신시아(Cynthia Erivo)의 노래 자체만으로도 감탄과 감동의 콜라보지만 어떤 장면에서 유난히 뭉클했던 사람들이 많을 것카지노 게임.


오즈에서 탈출하는 중에, 아직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조절하지 못해서 추락중이던 알파바는 어린 시절의 모습과 마주한다. 초록색 피부로 태어나서 부모에게조차 버림받고 놀림을 당했던 아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해서 주눅 들고 외롭던 아이, 바로 내면의 자아인 그 아이가 내미는 손을 잡으려는 순간, 그녀는 다시 날아오른다.


한 인간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과의 화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장면카지노 게임.



https://youtu.be/5UOgvF2vLAA?si=g4clYwvRHnQyd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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