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구리를 쫓아낸 카지노 쿠폰
예전에 살던 단독주택은 뒷마당이 꽤 넓어서 키 큰 가문비나무가 두 그루 있었습니다. 어느 날 카지노 쿠폰들이 요란하게 우는 소리가 들려서 뒷마당으로 나갔다가 가문비나무 위로 기어오르는 너구리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이내 사태를 파악했지요. 얼마 전부터 가문비나무 아래에 있을때면 꼭대기에서 희미하게 아기새 우는 소리가 들리곤 했는데 아마 너구리가 그 새 둥지를 공격하러 올라가는 중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나무 꼭대기 주변을 빙빙 돌며 계속 깍깍 울어대는 카지노 쿠폰 두 마리였어요. 그 소리와 기세에 너구리도 주춤한 것 같았어요.
저도 정신을 차리고 새둥지를 보호해야겠단 생각을 했지만 막상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엉겁결에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서 힘껏 던졌습니다. 그런데 워낙 높아서 어림도 없었어요. 오히려 너구리가 저를 내려다보며 비웃는 것 같았습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나 생각 중인데 갑자기 카지노 쿠폰들이 사라졌어요. 어, 안되는데.. 나 혼자 못하는데... 순간 너무 당황해서 나머지 슬리퍼 한 짝을 벗어서 던졌지만 의미 없는 헛손질, 어떡하지.. 괜히 주변을 둘러보며 무슨 묘책이 없을까 마음만 급한데 갑자기 하늘의 기류가 이상합니다. 다시 카지노 쿠폰 소리가 들려서 올려다보았더니 열마리쯤 되는 까마기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나타났습니다. 아마 아까 있던 두 마리가 친구들을 데려왔나봐요. 카지노 쿠폰들은 마치 음치들만 모아서 합창 연습을 하는 것처럼 동시에 굉장한 소리를 내며 가문비나무 주변을 푸드덕 거리며 날아다닙니다. 카지노 쿠폰들 기세에 눌려 겁을 먹은 너구리가 슬슬 아래로 내려옵니다. 그 광경이 너무 통쾌하고 신났지만 저는 직관을 포기하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잽싸게 유리문을 닫았습니다. 너구리 무서워서요.
잠시 후 너구리도 도망가고, 카지노 쿠폰들도 돌아가고, 난생처음 본 새들의 의리에 감동받은 한 인간만 남았습니다. 슬리퍼도 주울겸, 얼른 나무 아래로 가서 귀를 기울이니 희미하게 짹짹거리는 아기새들 소리, 아, 새집도 무사하구나. 카지노 쿠폰는 공기가 맑은 곳에서만 살고 무척 똑똑하다는 글은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지만 실제로 보고 나니, 한국에선 흉조라고도 하고 공동묘지나 죽음, 마녀등과 함께 묶여있던 이미지 때문에 좀 무서웠던 느낌이 싹 바뀌었습니다. 카지노 쿠폰는 영특하고 기특하고 용감한 새입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한 마리의 놀라운 카지노 쿠폰가 있습니다.
요즘 헌터의 보호자(저는 이인자 깍두기 ^^)인 따님께서 무척 바쁘셔서 헌터의 아침 루틴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주말엔 조금 먼 숲으로 가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지만 평일의 아침엔 시간이 없어서 동네 산책을 하는데 그나마 충분히 걷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헌터는 이상한 버릇이 있는데 저와 둘만 있을 때는 같이 잘 나가면서도 아이가 집에 있을 때는 절대로 저만 따라오진 않습니다. 그래서 출근시간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아침 산책은 꼭 아이가 시켜야 합니다.
여름엔 밤이 짧고 날씨가 좋으니까 아침 산책을 충분히 할 만큼 일찍 일어나지만, 비 오는 날이 많은 겨울엔 아무래도 여름 같진 않아서 기상 시간이 늦춰집니다. 다행히 처음 임시보호 할 때는 비는 한 방울도 몸에 닿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똘똘 뭉친 녀석이었는데, 이젠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묵묵하게 산책을 할 줄 압니다. 기특해요. 하지만 물을 싫어하는 본성은 여전해서 비 오는 날엔 어찌 알고 슬그머니 꾀를 부립니다. 늘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우리를 깨우려고 침대 주변을 걸어 다니는데 비 오는 날엔 우리가 일어날 때까지 꼼짝 않고 자는 척(?)을 하는 스킬도 습득했습니다. 이렇게 평일엔 이런저런 이유로 산책이 짧다 보니 될 수 있으면 날마다 조금이라도 다른 길을 걷게 하려고 요리조리 코스를 바꿉니다. 그래도 좀 더 자주 가는 길이 있기 마련인데, 헌터가 좋아하는 학교 운동장으로 가는 길목이 그곳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그곳을 지날 때마다 만나는 카지노 쿠폰가 한 마리 있습니다.
늘 같은 자리에서 마치 '삐까부' 하듯이 나타나는 카지노 쿠폰 때문에 처음엔 우리 모두 깜짝 놀랐는데 계속 되풀이되다 보니 어느새 안부가 궁금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이름도 지어주었어요. marvis라고.
응? 이거 내 치약 이름인데?
그냥 쟤 보는 순간 이 이름이 떠올랐어. 큭큭.
나무속에 앉아있다가 옆이나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헌터 옆에 바짝 붙어서 날다가 휙~ 앞으로 먼저 나가서 반원을 그리며 되돌아갑니다. 매번 비슷해요. 처음엔 놀라던 헌터도 나중엔 그러려니… 헌터, 은근히 시크합니다.ㅎ
사실은 헌터가 카지노 쿠폰한테 지은 죄가 있긴합니다. 밴쿠버에 처음 왔을 때, 잔디밭에 있는 카지노 쿠폰를 청설모인 줄 알았는지 쫓아간 적이 여러 번 있었거든요, 결국엔 날아가는 모습을 몇 번 보더니 네발짐승의 주제를 파악헸는지 다음부턴 바로 마주쳐도 모른척 하더군요. 혹시 그때 놀란 것이 억울해서 복수혈전 하러 대표 카지노 쿠폰를 보냈나? 우리끼리 이런 농담하며 웃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다정해 보이지 않나요?
그런데 작년 내내 자주 만났는데 얼마 전부터 안 보여서 이사 갔나? 죽었나? 쓸데없는 걱정 하며 카지노 쿠폰 평균 수명까지 찾아봤어요. 하긴 그러고 보니 겨울 동안엔 그쪽으로 자주 안 가긴 했네요.
마~비스! 어디서든 잘 지내~
좋은 추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