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새벽 Apr 28. 2025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발

재균에게

주말에 1번(큰 애)과 3번(막내)을 끼고 돌아댕겼더니 어찌나 힘이 들던지. 새벽에 눈을 떴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더군. 그럼에도 몸을 일으켜 옆에서 칭얼대는 3번에게 분유를 먹어야했지만 (새벽 다섯 시.)

다시 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몸은 필사적으로 출근에 반대를 하고 있었어. 컨디션이 이지경이면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마치 마라톤을 하고 난 것 같은 몸이 머리에게 묻더군. 그런데 머리라고 맑았겠어? 흐리멍텅한 머리는 질문이 날아들 건 말건 해왔던 일을 하더구나. 그건 이불을 개고 면도를 하고 회사갈 준비를 하는 것이었어.


1번을 유치원에 넣어 놓고 나는 차를 몰아 회사로 가. 그때부터 벌써 졸려. 하루 날 잡아서 밀린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그러곤 떠올리지. 며칠 있으면 노동절이라는 것을 말야. 그러나 노동절이면 뭐해. 집에서 육아하느라 지칠 게 뻔한데. 그러니 뭇 행정부에게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노동절+육아절로 취지를 바꾸고 국가기관에서 모든 아이들을 돌보는 조건으로 모든 노동자이자 부모를 하루 푹 쉬게 해줘야 된다고 봐. 그러니 그런 공약을 내세우는 대선 후보가 있으면 좀 알려줘.


아침부터 졸린 몸이 저녁 때는 어떻겠어. 퇴근길엔 운전하면서 진짜 졸아. 대단히 위험한 일이지. 졸음 방지 껌도 씹고 가방 어딘가에 쑤셔 넣은 군것질까지 꺼내 억지로 우적우적 씹으며 겨우 잠을 좇아. 집에 오면 허겁지겁 밥먹은 뒤 얼른 애들을 씻겨. 그리고 다시 분유를 먹이지. 이때쯤엔 몸이 기우뚱기우뚱 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마침내 아이들이 모두 잠에 들면 그때부턴 자유시간이야. 지금부터 발 닦고 잠이나 자면 휴식은 오래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그 방식으로는 내일도 피로할 게 뻔해서 나는 다른 방식을 택해. 바로 나가서 뛰는 거야.

집 앞의 안양천에 도착해서 의왕 방면으로 뛰다보면 언덕길(1km지점)이 한 번 나오는데 거기까지가 제일 힘들어. 거기 지나고 나면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많이 줄지. 몸이 좀 풀렸다는 기분을 느끼며 좀 더 뛰다보면 굴다리 밑(2km지점)이 나와. 삼성헬스 '달리기' 기능을 켜 놓고 뛰기 때문에 매 1km마다 알람이 오는데, 2km지점을 돌파했다는 알림을 받을 땐 '오늘도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벌써 들지. 아직 갈 길은 은 멀었지만 말야.

2.5km 지점엔 풋살장이 있어. 거기가 반환점이야. 풋살장을 지나 백운호수 건너편에서 유턴을 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는 다시 집을 향해 뛰기 시작해. 공포영화 본 카지노 게임 사이트날은 절대 못 뛸 것 같이 어둡고 인적드문 길이 3km지점이야. 그리고 횡단보도가 4km. 이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드는 거지.


마지막 1km는 늘 힘들어. 그러나 그때 포기하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아. 1000미터만 더 가면 되는데 왜 포기를 해. 그러니 5km 달리기는 사실 4km만 뛰면 끝나는 거야. 이상한 계산법이지만, 매번 달릴 때마다 그런 생각의 흐름이 나타나는 걸 보면 그렇게 단정해도 좋을 것 같아.

그럼에도 마지막 1km가 힘들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체력을 거의 다 썼으니까. 그땐 생각도 나지 않아. 최초 1km에는 '뛰기 싫다, 포기할까'라는 생각으로 가득하고 2~3km 때는 요며칠 사이에 있을 중요한 일정 같은 게 생각나는 반면, 4km 지점을 지나고부터는 아무 생각도 안나. 그저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발을 디디기 최대한 편하도록 이번 발을 디디고 있을 뿐이야. 넘어지지 않게, 최대한 집중하려고 애쓰며,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발을 계속 내딛을 뿐이야. 그리고 마침내...


'5킬로미터. 구간 속도 xxx. 총 xx분...'


휴대폰의 알림이 들리면, 비로소 두 다리를 멈춰. 그리고 이제 푹 잘 수 있겠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하지.

고작 5km 뛰는 거 가지고 위대한 도전을 해낸 것처럼 포장해서 미안해. 그러나 5km 뛰는 일에서도 느껴지는 게 있는 법이야. 엄청난 깨달음은 아니고, 5km를 뛰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무언가가, 5km를 뛰었을 때 분명히 느껴져. 삶을 그런 느껴짐으로 많이 채우고 싶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요새 자주 해.


재균.

오랫동안 '결혼가능성 매우 낮음' 상태에 머물러 있던 네가 이제라도 짝을 만나 열심히 연애하고 모습, 보기 좋아. 부디 계획한대로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잘 낳아 기르기 바라.

결혼 8년 차 선배로서 네게 말해주고... 싶은 것 같은 건 없어. 마흔쯤 되니까 깨달은 게 있는데, 먼저 해봤다고 들려줄 수 있는 조언 같은 건 별로 없더라. 그저 네가 내딛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발에 대해 화이팅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야.


인생이 많은 성취로 가득 차 있었으면 좋겠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던 시절이 있었어. 책도 많이 내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었고, 솔직히 유명해지고 싶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있었어.

그런데 어떻게 그 모든 걸 성취할 수 있겠어.


내게는 글 쓰고 발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세 아이를 잘 길러내는 게 더 중요한 일이 됐는 걸.

다만 사이사이, 달리기를 좀 할 뿐이야.


한국 들어오면 같이 달리자.

달리기 좋은 계절에 귀국했으면 좋겠다.

생일 축하한다 내 친구.


2025.04.28

네 생일 하루 지난 시점에,

한바탕 달리고 와서 막 샤워를 마친, 친구 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