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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지프킴 Nov 26. 2024

카지노 가입 쿠폰가 적성에 잘 맞는 이유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살아가기



Prologue, 프롤로그

나에겐 멋진 사람이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 '멋지다/좋다'는 말은 꽤나 막연한 단어지만, 나만의 기준이 있다. 그건 바로 전인적인 사람이 되는 것, 최대한 다양한 측면에서 두루두루 잘카지노 가입 쿠폰 것, 소위 말카지노 가입 쿠폰 '육각형' 인간이 되는 것. 제네럴리스트이자 폴리매스이자 다빈치형 인간이라 불리우는 삶을 지향해왔다.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지금까지 인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두루두루 잘카지노 가입 쿠폰 것. 세상의 면면을 겪어보고 최대한의 면면을 최대한의 밀도로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국/영/수/사/과 외에 음악, 미술, 체육, 한문, 제2외국어, 심지어 기술가정까지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하나하나 모두 진심을 다했었다. 사교육 없이 그냥 혼자 공부했고 학교 선생님들과도 사이가 좋았다. 물론 강남 8학군의 특성상 특정 교과만 잘카지노 가입 쿠폰 친구들이 많았기에 all 100이라거나 항상 모든 과목에서 1등을 하진 못했지만, 그럭저럭 늘 학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었고 모의고사도 언수외 전국 상위 1% 수준은 유지했다. 이과였지만 글짓기 대회와 사생대회, 토론대회에서 상을 받았었고 고2때는 EBS 장학퀴즈도 나가봤다. KAIST에 진학해서도 비슷했다. 전국에서 날고 기는 훌륭한 학생들이 거르고 걸러져서 온 KAIST에서 중고등학교때처럼 경쟁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나보다 특정 과목을 잘카지노 가입 쿠폰 사람은 너무도 많다. 한 가지만 뛰어난 사람은 많다. 나는 두루두루 다양하게 많이 적당히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령, 한 가지를 기깔나게 잘카지노 가입 쿠폰 방식으로 A+ / B- / B-/ B- 를 받는 것보다는 두루두루 적당히 잘카지노 가입 쿠폰 A- / A- / A- / A- 가 나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이런 방식은 내 삶을 지배했다. 학업이든 취미든 사람 사귀기든 적당히 다 즐길 정도까지만 하는 것. 쓰리쿠션을 조금 칠줄 아는 당구도, 골드 수준의 랭크인 리그오브레전드 게임도 해야 했고, 마음맞는 사람들과 새로 동아리도 만들고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도 해야 했기에 특정 한 가지 삶의 방식에 매몰되는 것을 극도로 피하는 삶을 살았다. 주어진 상황에서 다양한 측면으로 최대한을 사는 것이 좋다고 여겼고, 그게 바로 나만의 무기였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전문화되어 있고, 분절화되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대부분의 사람도 이런 생각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문/이과를 나누고, 대학교도 학과를 나누고, 그 좋다는 대기업들도 체계와 역할이 세분화되어 있고 이런 분절화가 우리의 무의식에도 퍼져 있다. 어떤 한 가지 전문 분야, 어떤 한 가지 직무에 잘 특화된 사람이 되어 거기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경쟁하면서 남보다 더 앞서 있는 자신, 그 분야에 조금 더 특화된 자신을 팔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이런 세상의 기준에서 바라본 나라는 인간은 실질적으로 뭐 하나 잘카지노 가입 쿠폰 것 없는 애매한 인간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소위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 잘나간다는 직업의 대부분은 정해진 기존 질서 안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서, 기존 질서가 꽤나 강력해서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새롭게 창조하거나 판을 바꾸거나 흔들기 어렵고 그저 정해진 역할을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수행하는 것이 강제된다. 대기업은 당장의 급격한 성장보다는 이미 일궈놓은 것들을 잘 유지하는 것 다시 말해 리스크 회피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역량이나 능력에 휘둘리지 않게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회사를 경영한다. 전문직은 라이센스 기반의 업인 만큼 결국 그 라이센스가 허용하는 고도로 전문화된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자신의 9할 이상의 시간을 써야 한다. 결국 정해진 역할만을 톱니바퀴처럼 수행카지노 가입 쿠폰 것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싶거나 기존 판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은 기존 질서의 주변부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돈과 멀어지고, 배고프고 고달픈 삶으로 떠밀려지게 된다.대기업에서 금톱니바퀴냐, 은톱니바퀴냐를 증명하며 한 가지 분야에 매몰되는 삶보다는 어찌 됐든 다양한 면면을 최대한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과 어설픈 육각형으로서의 팔방미인스러움을 내가 가진 무기로 활용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벤처캐피탈리스트(VC)가 된지 만 2년 3개월인 지금, 이 직업이 내 적성에 참 잘 맞는구나를 넘어서 '아마 직업으로선 삶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내지는 '아들이 원한다면 물려주고 싶은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를 여기에 몇 자 옮기는 일은 VC라는 일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첫째, 세상에 대한 다양한 호기심을 발휘하고 발산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습에 대한 노출과 지루할 틈 없는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점


호기심은 내 존재 기저에 있는 특성 내지는 기질이자 삶의 원동력이다. 특히 다양한 방면을 향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일로서 VC는 제격이다.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를 발휘하고 또 여기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다시 일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호기심은 새로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긍정적으로 강화된다.

벤처기업은 기존 질서의 한계 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세상의 변화의 가장 앞단에서 움직인다.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키워가며 다양한 시행착오를 하신 창업자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지금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힌트들을 얻을 수 있다. 창업자분들 다수는 해당 분야에 남다른 지식이나 경험 또는 역량을 가지셨기 때문에 짧은 티타임 미팅으로도 어디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귀중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다.

공부하는 것, 학습하는 것에 자연스럽게 노출된다는 점이 좋다. 투자심의위원회(약칭 투심위)에서 다른 벤처캐피탈리스트를 설득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 스스로도 정말 투자할만한 회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와 해당 분야 기술, 회계, 관련 법률 등 학습과 공부가 필연적이다. 일반적인 대다수의 직업은 업무를 하면서 별도로 해당 업무에 대한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직무 지식들이 쌓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Saturated 되어서 더이상 학습을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다보면 직급과 연봉 조금은 오를지언정 실질적인 성장은 정체되어버린 자신을 만나기 부지기수다. 직무를 잘 수행하는 데 있어 계속해서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점이 누군가에겐 너무 큰 부담이고 짐이겠지만, 내게는 일을 하면서 그 일과 관련된 다양한 방면의 지식들과 정보들을 능동적으로 알아야 하고 또 알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커다란 매력 요소다. 계속해서 새로운 분야와 새로운 것을 알아가야 한다는 점은 좀 피곤한 일일 수는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루해지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다소 특별하다. 학위를 위한 공부나 보여지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정말 내 안에 축적되어가는 과정으로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여기서 잠깐 학습의 효율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다. 아래 그림은 학습의 성장곡선이다(내가 그렸다 ㅎㅎ). 스피노자가 말한 "나는 가장 깊게 파기 위해 가장 넓게 파기 시작했다."를 나는 열렬히 지지한다. 그림에서 보면 가로축은 학습에 투입한 노력이나 시간을 의미하고, 세로축은 학습의 성과 내지는 학습을 통해서 신장된 내 역량의 깊이를 의미한다. A 지점과 B 지점 사이에서는 일정 노력과 시간을 투입하면 가파른 기울기로 성과가 나타난다. 조금만 노력해도 일정 수준까진 금방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정도의 노력을 투입한 B 지점에서 C 지점 사이에서는 이제 성장이 완만하게 일어난다. 비유하자면, 50점에서 90점까지 점수는 금방 올릴 수 있는데 반해 90점부터 100점까지는 아주 긴 시간을 구도자의 마음으로 끈기있게 노력해야 달성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고등학교때까지는 나도 100점을 받기 위한 공부를 했었다. 대학교 이후에는 B지점까지만 노력과 시간을 쏟는다. VC의 삶도 비슷하다. 투자 판단을 위한 학습과 공부를 마냥 계속해서 100점짜리처럼 할 수는 없다. 박사학위 과정에 있는 사람이 접근하는 방식은 C 지점 또는 그 이상을 가야 하겠지만, 의사결정을 위해 VC가 학습하고 공부하는 방식은 제한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효율적인 판단을 위해 거의 B 지점 근처에서 마무리된다. 그럼 90에서 100점 사이의 공백은 냅두냐? 아니다, 어떤 딜은 너무도 전문적이고 세상에 없던 기술이기 때문에 100점짜리 판단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럴 땐 직접 학습하지 않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소개받거나 어떻게든 수소문해서 레퍼런스 체크 과정을 거친다. VC는 스스로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 그러기 위해 나의 부족함에 대한 겸손함을 유지하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용기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카지노 가입 쿠폰적당한 수준까지 학습하되, 부족한 부분은 잘 아는 사람에게 묻자





둘째, 긴 호흡으로 움직이기에 본질에 집중할 수 있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


에르고딕성(Ergodic 性)이라는 수학 분야의 개념이 있다. 에르고딕 가설이란 어느 열역학계의 매우 긴 시간 평균(Time average)이 곧 공간 평균(Space average)과 같을 것이라는 가설이며, 이 성질 자체는 간단히 '에르고딕성이 성립한다'고 표현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부 시스템의 가능한 모든 상태가 결국엔 개별 시스템들의 전체 평균에 수렴한다는 개념이다. 갑자기 왜 수학 얘기냐고? 사실 삶과 매우 맞닿아 있는 개념이라 그렇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하나의 열역학계라고 가정했을 때 아주 오랜 시간 뒤의 모습은 결국 그 사람이 가진 장기 속성, 다시 말해 깜냥이나 그릇(수학적으론 그사람의 평균적인 상태)에 회귀하게 된다.

VC는 기본적으로 판단하고 의사결정하는 게 주된 일이다. 판단에 따른 결과(ex.투자한 회사로부터 회수 성과)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이게 정말 그 VC의 실력에 의한 것인지 그냥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 분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가령, 카지노에서 한 번의 잭팟을 터뜨린 거렁뱅이는 (별도의 생활능력이 없다는 가정하에) 아마 계속해서 번 돈을 게임에 쓰다가 장기적으로는 무일푼인 자신의 평균적인 상태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린 사람을 보고 '운이 좋다'고는 생각하더라도 '실력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 이유가 시행 횟수 내지는 시간적인 요소가 녹아있기 때문에 그렇다. 한 번의 시행으로는 운이 좋게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정말 실력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결과를 오랜 시간동안 추적해야 한다. (그래서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들은 연평균 시장초과수익률을 'OO년' 이상 달성했다라고 표현한다.) 통계학의 평균 회귀와도 맞닿아 있는 개념이다. 장기적인 속성에 회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일한다는 것은 VC만의 특별한 일이다.

VC는 벤처투자를 하기 위해 펀드를 운용하는데 일반적으로 벤처펀드 만기는 8년 내외다. 주요 투자 대상인 비상장 벤처기업 역시 오늘 투자해서 내일 바로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최소 2년에서 5년 정도를 포트폴리오로서 보유하게 된다. 다시 말해, 회사에 투자를 하고 2년에서 5년 정도는 지켜봐야 아 그 때 했던 투자 판단이 옳았구나 내지는 틀렸구나를 알게 된다. 지금 반짝 좋아보이는 산업과 기업이 2년에서 5년 후에도 과연 계속 좋을 수 있을까를 판단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한 판단에 대해 책임을 지되 긴 호흡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VC의 매력 포인트다.

장기적인 안목과 긴 호흡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은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해당 산업의 본질,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의 본질, 비즈니스의 핵심, 창업가의 인품과 사람됨, 제품/서비스가 해결하는 문제, 지속가능한 경쟁력의 핵심 등을 보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전업 데이 트레이더나 주식운용팀이 그러듯 매일매일 9시부터 15시까지 치르는 전투와 그 속에서 쏟아지는 비본질적인 가치들(ex. 수급, 호가, 차트분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자신 개인의 재계약만을 위해 이상한 KPI를 요구하는 임원(삼성전자에도 많았다) 밑에서 정말 회사의 성장을 위한 본질적인 업무라고는 볼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책임을 지는 의사결정을 위해 아주 본질적인 것들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매일매일의 전투가 아니라 몇 년간의 전쟁을 수행하는 일이다. 100일동안 100번을 싸워야 하는 업무라면 99번의 전투에서 이기더라도 1번의 전투에서 모든 병력을 잃으면 결과적으론 실패라고 볼 수 있듯이 쉬운 일이 아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100일동안 1번의 전쟁을 수행하되, 99일동안 다방면에서 (전략을 준비하고 상대를 잘 파악하고 내 상태를 잘 진단하고 등) 종합적으로 준비하여 전쟁의 승리를 가져오는 일이다.

이렇다보니 벤처캐피탈리스트끼리의 장기 속성 즉 역량과 인품도 중요하다. 2~5년 뒤에야 알 수 있는 일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래서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정말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신뢰는 단순히 투자 건을 다룰 때뿐만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모든 순간에 조금씩 조금씩 상호간에 쌓이게 된다.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이 핵심이다.





셋째, 내가 가진 것들을 다른 사람이 잘되는 일에 쓰이게 할 수 있다는 점의 숭고함, 그럼으로써 사명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일은 본인에게 이롭다. 재미가 있거나 돈을 주거나 등등... 그런데 남들에게까지 이로운 일은 어떤 면에서 숭고함이 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든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라든지... 아 물론, 농부 아저씨가 힘들게 만드신 쌀과 채소가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의 경로를 굳이 상상하지는 않더라도 모든 일이 어쩌면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타인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것은 왠지 모르게 멋있다. 난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VC 투자는 벤처기업의 동반자 역할을 자처한다. 자금이 필요한 창업가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함께 성장한다. 망하더라도 같이 망하고 잘되더라도 같이 잘된다. 쉽게 말해 남이 잘되는 것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일이다. 그리고 많은 앙트레프레너들이 존경받아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 사회를 대신해서 시행착오를 해주기 때문인데 그런 점에서 VC는 창업가들을 도와주는 일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가 잘 되게끔 도와주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VC 투자금의 주 출처인 모태펀드는 주로 정부에 의한 공적자금에 의해 조성된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것이다. 장차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의 글로벌 대기업의 씨앗을 발굴하고 그 과실을 국민 모두에게 다시 돌려주는 긴 여정에 함께하는 것이다.

어디 한 분야에만 속해서 일하고 있다면 아마 조직이나 회사는커녕 사회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작을 것이다. 특히 삼성같은 대기업에선 더욱 그랬다. 로컬 옵티마(국소 최적화)을 달성한 것이 글로벌 옵티멈(전체 최적화)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배우고 경험하고 공부하면서 축적한 역량과 통찰을 이 사회에 이롭게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VC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더 열정이 넘치고 하나의 분야에서 끝장을 보려고 마음먹은 창업가들을 돕는 것, 그럼으로써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 거기에서 나온 과실을 사회 구성원들과 다같이 나누는데에 이바지하는 것.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자연스레 생긴다. 부담스러운 마음이 아니라 뿌듯하고 자부심 넘치는 마음으로서의 사명감. 난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이느낌이 좋다.




넷째,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는 나를 포용할 수 있는 점,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자율성과 책임 구조.


나는 늘 내가 속해 있던 집단 안에서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기 전에도 니체가 말하는 낙타-사자-어린아이의 문법을 따라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일단 낙타처럼 묵묵히 성실히 있으면서 조직 내 생리와 균형을 파악하고 조직원들의 신뢰를 획득하는 과정, 사자처럼 기존의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고 한계를 극복하고 용기 있게 나서는 과정, 어린아이처럼 문제 해결과 동시에 나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창조를 해내면서 점들을 잇는 과정.

초중고 12년을 강남에서 보냈지만 문제집을 사서 풀고 EBS 영어 라디오를 들으며 독학을 했다. 주변에 사교육을 받지 않는 친구들은 찾아보긴 어려웠다. 남들과는 다르게 걸어가는 길이었지만 불안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친누나 둘이 모두 그렇게 공부해서 서울대를 갔으니까, 아 이렇게 해도 가능하구나를 열 살 즈음부터 그냥 몸으로 알았던 것 같다. 이때부터 나는 남들과 조금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큰일이 나기보다는 오히려 내 스스로가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사회에서 '남들처럼 안해도 괜찮다'를 넘어서, 오히려 '남들처럼 똑같이 따라 가는 것이 거부감이 들' 정도가 됐다.

KAIST 에서는 남학생 대부분이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서라는 단순한 이유로 대학원에 진학한다. 석사 병특을 하거나, 박사과정 중 전문연구요원이 돼서 군복무를 대체하는 것이다. 근데 나는 또 대다수가 선택하는 이 길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다니고, 취직이면 취직 대학원이면 대학원 시험이면 시험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3학년 마치고 현역으로 공군에 입대했다. 결과적으론 잘한 선택이었다. 첫 직장인 삼성전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입사원 연수 수료식에서 마지막 상까지 받고 입사한 회사였지만, 3년 즈음 지나고부터는 앞으로 30년을 이렇게 똑같이 지내야 되는 건가 싶어서 남들처럼 그 길을 걷지 않겠다 생각하고 4년을 채우지 않고 퇴사했다.

이런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오히려 주류가 되어버린 선택을 하는 것이 내게는 시간 낭비라고 느껴졌다. 게임으로 치면 남이 만들어놓은 공략집을 따라서 그냥 수행만 하는 격,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좀 돌아가더라도 내가 직접 부딪쳐보고 남들이 주류 플레이라고 하지 않는 것도 시도해보고 내게 더 잘 맞는 것을 고민해보는 그런 과정들이 내게는 더 소중하다. 일도 마찬가지다. VC를 하면서는 남들이 다 하는 투자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그런 투자에서는 먹을 게 별로 없을 수도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기회에서 남들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는 것이 권장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VC는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적성과 찰떡이다. 자율적으로 딜을 발굴하고,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 온전히 책임을 지는 구조. 일을 통해서 자신의 기질을 발휘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경제적 자유에 대한 가능성. 근로소득 이외에 상방으로 추가 수익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


VC 는 투자를 잘 해서 성공적으로 회수하게 되면 펀드 출자자의 몫으로 가져가고 남은 돈에서 성과보수를 수령할 수 있다. 인센티브다. 근로소득 이외에 내가 일을 해서 잘되면 경제적으로도 추가적인 수익의 기회가 이론적으로는 무한히 있다. 잘하면 잘한 만큼 못하면 못한 만큼 책임지는 구조라는 점, Skin in the game 하는 일이라는 점도 도덕적으로 그리고 본질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맥킨지, BCG같은 전략컨설팅펌이나 로펌처럼 고객(Client)에게 서비스를 판매하는 업은, 본질적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결과를 함께 책임지지 않고 그저 고객이 듣고 싶은 말을 제공해주는 것에 그치기 때문에 함께 한 배를 타고 가는 VC와는 결이 다르다. 고객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고객이 망하는 것보다는, 펀드 수익률이라는 정확한 숫자 기반의 성과와 내가 이런 기업의 성장에 함께 했다는 레퍼런스는 두고두고 남는다는 점이 더 매력적이다.

벤처캐피탈 업계에는 매 년 수십억원의 인센티브를 챙긴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회자되기도 한다. 몇 년에 한 번은 수백억원의 인센티브를 수령한 사람도 나온다. 경제적 자유가 가능한 것이다. 물론 자수성가한 창업가들도 경제적 자유를 가질 수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과 책임을 가져서 그 회사를 다 매각하고 떠나버리지 않는 이상 진정 자유롭다고 보기는 힘들다. 반면 VC는 그 딜을 성공적으로 회수하고 펀드를 청산하면 돈만 남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로서의 레퓨테이션과 트랙 레코드가 남긴 하지만.

벤처기업의 사업을 분석하다 보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비슷한 사업을 영위 중인 경쟁사나 관계 회사들을 공부하게 된다. 내가 투자하는 대상은 비상장 주식이지만 Peer 회사로서 상장 주식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DART 전자공시에 들어가서 사업보고서를 참고하다 보면, 해당 산업의 인사이트를 토대로 앞으로 유망할 것 같은 상장 주식에 대한 개인 투자를 진행할 수도 있다. 일을 하면서 얻게 된 지식과 경험과 인사이트가 개인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다. 근로소득만이 아니라 상방으로 여러 추가 수익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끌어 안고 나아가는 내게는 단비같은 요소다. 아마 벤처캐피탈 업계에 진입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끌리는 포인트도 이 부분이지 않을까 한다.





Epilogue, 에필로그

카지노 가입 쿠폰가 내 적성에 맞는 이유를 적어보았다. 사실 세부적인 포인트에서의 이유는 이보다 더 많기도 하지만 다 적을 수는 없었다. 나중에 아이에게 아빠는 무슨 일을 카지노 가입 쿠폰지, 이런 일을 선택했는지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나를 되돌아보면서 썼다.

나보다 훌륭한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많을 것이다. 내가 계속해서 밝힌 대로 나는 전인적인 인간이 되는 것, 제네럴리스트이자 육각형 인간이 되는 것이 더 근원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최고의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고 싶지도 않고 또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 아내에게 좋은 남편이 되고도 싶고, 내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도 되어야 하고, 내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로 남으려면 또 한 가지에 매몰되어 최고의 벤처캐피탈리스트를 향해 달려갈 수는 없다. 그렇지만 '좋은 사람, 멋진 사람'이 되는 데에 VC라는 업의 결이 잘 맞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자 멋진 사람이면 VC로서도 적당히 좋은 VC, 적당히 멋진 VC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할 때 필사했던 글귀를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친다.


"위험하게 살아라.
당신의 도시를 베수비오 화산의 기슭에 세워라.
당신의 배를 미지의 바다를 향해 띄워라.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싸우며 살아라"

- 프리드리히 니체, <즐거운 학문 中



카지노 가입 쿠폰피해야 할 것: 안정된 삶, 확실한 삶, 정해진 삶,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만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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