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평소보다 일찍 잠을 청했고 새벽에 눈을 떴다. 요즘은 날씨에 따라 생기는 변수에 민첩하게 움직여야 실수가 없다. 생각해보니 같은 일을 실수 하거나 고민한 적이 별로 없다. 나름 잘 대처하며 살고 있는 걸까?
일어나자마자 전날 일기예보가 맞는지 밖을 봤다. 일기예보가 맞았다. 눈이 쌓여있다. 어제도 야근을 하고 걸어왔다. 눈이 온다는 예보에 따라 차를 큰길에 주차했지만 날씨는 눈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잠깐 고민했지만주차를 선택했다.자동차키를 가방에 넣으며 하늘을 확인했다. 보름을 하루 앞둔 둥근달이 환하게 나를 밝혀 줬다.
음악을 틀고 집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10시가 넘은 시간, 숲 속 같은 길을 걸었다. 휴대폰에 플래시도 필요하지 않았다. 달빛이 이렇게 밝았다는 것을 오랜만에 기억했다. 가로등 하나 없던시골 동네, 그 달빛 아래서친구들과 밤늦도록 놀았던 날들이 있었다. 웃고 있던 친구들 얼굴이 떠올랐다.
달 밝은 밤길을 걸으며 추억을 소환했고 그에 맞는 음악을 들으며 걸어온 걸음이 하루의 긴장과 피로를 덜어줬다. 그리고 내일 아침 걷기 운동도 예약된 것이다. 눈이 오지 않아도 내게 소득이 많다고 생각하니 억울할 이유가 없어졌다. 내가 이렇게 간사하다.
내선택에 '참 카지노 게임.' 도장을 찍어 주고 어제 아침보다 조금 일찍 몸을 움직인다. 오늘도 내가 나에게 칭찬받아 마땅한 하루를 살겠다는 작은 바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