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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pr 09. 2025

"이제 지겨워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잔인한 그 말.

그들은 새로운 일상일 뿐입니다.

"이제 지겨워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잔인한 그 말.


연설을 하던 이의 말을 끊고, 작은 배지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제 지겨워요. 그만하세요." 듣던 이도, 하던 이도 서로에게 극언은 퍼붓는다. 작은 배지가 잊고 있던 나를 쿡쿡 찌른다.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던 방송이 생각난다. 모두 구조되었다는 말에 안도하여도 다른 채널로 돌렸던 장면이 떠올랐다. 방송에 따라 배에 가만히 있던 이들. 이젠 그들은 우리 곁을 일찍 떠났다. 지겹다던 분은 그들을 기리는 작은 배지마저 마뜩지 않았던 모양이다.


세대마다 큰 상처를 남기는 사건이 있다. 장소도 여럿이다. 백화점, 다리, 배, 그리고 거리. 결말은 비슷하게 흐른다. 누군가는 책임지고, 누군가는 손에 쥔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남은 이들은 안간힘을 써, 잘못한 이들을 찾아내고 처벌한다. 분노와 슬픔을 공유하는 이들은 할 일을 다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조금씩 빠져나간다. 사건의 유탄을 맞은 이들은 슬픔에 여전히 허우적인다. 시간이 흐른다. 추모열기는 전과 같이 않고 사그라든다. 떠나보내지 못한 이들이 애통해하며 부르짖고 있으면, 곁에 다가와 조용히 말하는 이들이 있다. "잊고 살아.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재선이는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들으면, 이것이 자신의 새로운 일상이라고 대답했습니다.라고 적었다."(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page 140)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들에게는 전과 같은 일상은 없다. 그들을 채우던 이가 없는 자리가 같을 수 없다. 갈 곳 없는 이들에게 계속 가라고 떠밀어내는 건, 벼랑에서 미는 일과 같다. 고대 로마 형벌. 기록말살형이 있다. 모든 기록을 지워버린다.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한 세대 뒤에는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형벌이다. 비문을 지우고, 조각상을 파괴하고, 공식인 자리에서는 언급을 자제하며, 사적인 자리에서도 쉬쉬하며 말을 못 하게 한다. 끝이 아니다. 작은 문서 조각에서도 이름을 찾아내 지운다. 살던 집도 철거해 버린다. 남은 이들 중에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름을 바꾸라고 강요받았고, 어떤 이름은 당대에 사용을 못하도록 막기도 했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니, 후대에 다시 평가하여 살리려고 해도 어렵다.


"이제 지겨워요. 그만하세요." "잊고 살아." 곰곰 생각해 보니, 기록말상형의 다른 말처럼 들린다. 남아 있는 이들에게 벌겋게 달아오른 인두로 기록을 지워내는 일을 하라고 억지로 요구하는 꼴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말보다 함께 기억해야 된다. 애도는 기억으로부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이 기억해 준다면 나는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반대로 내가 기억하고 있으면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나로부터 시작된 기억은 점차 퍼져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가 기억하는 날. 나는 비로소 간간이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page 121).


그들이 추모하고, 기억하자며 말하는 건 끝남을 지연하는 일이다. 기억을 하면, 그들과 우린 끊어지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 작은 배지는 내가 기억하겠노라고 노력을알리는 일이다. 아침마다 배지를 찾아 끼우는 일. 행동으로 기억을 표시하는 일이 된다. 내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잊힐까 두려움을 이기고자 하는 작은 행동이다. 의미 없어 보이는 기억은 단 한 사람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시작이라고 믿으며 말이다.


"내 생각을 바뀌는 데는 단 한 번의 반증이면 충분했다."(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page 143)


4월만 되면 마음이 아리다. 나머지 날 동안 기억하지 못함에 스스로를 따지기도 한다. 잊기가 아니라 기억해야 한다.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함께 기억하고 있노라 말해줘야 한다. 기록하고, 영상으로 만들고 남겨두어야 한다. 여전히 아픈 채로 일상을 사는, 남겨진 이들에게 힘이 될지 모르지만. 잊기가 아니라 기억하기도 그들은 위로해야 한다. 우리의 기억과 기억이 고리를 만들어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는 잊지 않고 있노라며, 아픔을 외면하고 있지 않다고 보여줘야 한다. 작은 노력이 홀로 있다는 생각을 바꿀 반증이 되길 바라며 말이다. 4월은 아프다. 남은 이들이 간간이 잊을 수 있도록, 기억의 짐을 나눠질수록 많은 이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그렇게 그렇게 4월을 지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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