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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현 Jan 01.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놀이 같은 삶의 실체

- '퍼펙트 데이즈', 빛의 삶이 있다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삶도 있다

도대체 매일 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아침에 눈을 뜨고 이를 닦고 콧수염을 가위로 손질한 후 세수를 하고 작업복을 입고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는 일을 나선다. 그가 하는 일은 공공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이다. 세상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지만, 누군가 하지 않으면 금세 티가 나는 그 일을 그는 매일 같이 반복한다. 열심히 닦아봐야 하루만 지나면 또 더럽혀지는 일이지만, 히라야마는 청소도구까지 스스로 개발해 구석구석을 쓸고 닦는다. 그리고 점심이 되면 신사에 들러 샌드위치를 먹고 무심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나무들을 필름 카메라에 담는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늘 가는 목욕탕에 가고 늘 가는 식당에 가서 혼자 밥을 먹는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중고서점에서 산 나무 관련 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


매일 반복되는 삶이지만 그 안에는 아주 작은 변주들이 들어있다. 화장실에서 엄마를 잃어버리고 혼자 있는 아이를 데리고 나와 엄마를 찾아준다거나, 동료인 타카시(에모토 토키오)가 여자친구를 데려오기도 한다. 때로는 조카가 찾아오는 엄청난(?) 일상의 변화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눈에 띠지도 않는 소소한 일상의 변주일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매일 매일 비슷하지만 조금씩은 다른 하루들을 보내고 잠에 들면, 그는 그 날 벌어졌던 일들의 잔상들을 꿈꾼다. 그건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의 세계다. 여러 이미지의 잔상들이 흑백으로 겹쳐져 확연히 그 실체를 알 수는 없지만 분명 그 날 있었던 이들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로 겹쳐져 꿈 속에 떠오른다. 낮이 빛의 세계라면 밤은 그 빛을 통해 투과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세계다. 낮에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는 히라야마의 꿈 속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은 그래서 대부분 나무들의 잔상과 더불어 자잘한 일상의 변주들만 겹쳐진다. 그러다누군가 거리를 쓰는 빗자루 소리가 들려오고, 그 빗자루에 쓸려나가듯 꿈이 쓸려나가며 히라야마는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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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는 지독할 정도로 히라야마의 별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일상의 루틴들을 따라간다. 거의 변화가 없지만 그럼에도 히라야마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창 밖에 보이는 나무와 하늘을 향해 미소짓는다. 문을 나서면서도 먼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엷게 웃는다. 일도 너무나 열심히 하고 우연히 보는 사람들에게도 다정하고 친절한 미소를 던진다. 신사에서 점심을 먹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풀을 소중하게 담아와 집에서 물을 주며 키우고, 늘 가는 목욕탕에서 할아버지들을 보면 혼자서 반가운 미소를 짓는다. 늘 가는 식당에서도, 중고서점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의 삶을 철저히 루틴 속에 들어 있지만 그는 그것을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표정짓는다.


별 어려워 보이지 않는 삶이지만 그 반복은 보면 볼수록 또 누적되면 누적될수록 버거워진다. 삶이 이토록 무거운 건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걸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루틴이 보여준다. 그 일상에 조카의 등장이 작은 변화를 일으키지만, 그는 그녀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른 삶이 존재하고 그건 겹쳐질 수 없는 것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카를 떠나보내고 나서 그는 홀로 잠깐 눈물을 짓는다. 그리고는 꿈에 들어가고 다음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빗자루 소리와 함께 깨어나 똑같은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는 완벽하게 아날로그의 삶 속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디지털 세상 깊숙이 들어와 사는 게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그의 일상은 뻔해보이면서도 독특하게 다가온다. 디지털 세상의 시끄러움이 그에게는 없다. 필름 카메라를 찍고 테이프로 음악을 듣고 샌드위치를 먹고 목욕탕에 가고 자전거를 타고 책을 읽는 아날로그적 삶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검색해 들으며 살아가는 조카가 보기에는 이색적이다. 공공화장실을 청소하는 일도 그렇다. 디지털이 가진 말끔한 허상과는 너무나 달리 화장실은 아날로그 그 자체의 실존이 드러나는 공간이 아닌가. 조카는 잠깐 그래서 히라야마가 하는 일이, 읽는 책이, 찍는 사진이 궁금하지만 결국 제 자리로 돌아간다. 각자 사는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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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로 가는 음식점에 갔다가 그가 우연히 보게 된 주인아주머니와 함께 있는 사내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며 그래서 이혼했던 전처를 찾아와 사과의 말 혹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내가 뜬금없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야기를 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두 개가 겹쳐지면 더 어두워질까를 묻는 것이다. 그러자 히라야마는 그걸 직접 해보자고 제안한다. 그 사내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자신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겹쳐 보는 것.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겹친다고 더 어두워지지 않는다는 걸 사내도 또 히라야마도 알고 있을 테지만, 히라야마는 끝내 "어둬진 것 같다"고 고집하며 이렇게 말한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그러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밟기' 놀이를 하자고 제안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밟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지만, 그 하릴없는 놀이를 하며 두 사람은 즐거워한다.


'퍼펙트 데이즈'라는 제목은 반어적이다. 완벽한 하루를 말하는 것이지만 히라야마의 일상은 빈틈없이 변함없는 루틴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래서 완벽하다 말하긴 어렵다. 똑같은 것들이 반복되고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삶이 얼마나 지루하고 힘겹겠는가. 서로 다른 삶이 겹쳐지지 않고, 겹쳐진다 해도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의 실체가 아니겠냐고 이 영화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놀이 하듯 이야기한다. 그래서 엔딩에 차를 몰고 나가는 히라야마의 얼굴을 롱테이크로 포착해낸 장면은 압권이다. 그건 마치 '25시'의 안소니 퀸이 보여줬던 희비극이 교차되는 얼굴이다. 입은 웃고 있지마 눈은 촉촉해져 있는 그 얼굴에서는 어쩌면 저마다 각자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처럼 살아가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고독한 삶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들의 얼굴이 겹쳐진다. 똑같은 일상을 버텨내고 견뎌내는 그 얼굴들이.

20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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