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만 되면 다 잘 될 줄 알았어요.
나는 마법을 믿는 아이였다.
난 정말 진지카지노 가입 쿠폰. 심지어 고등학생 때까지도.
그렇다고 학교에서 하루종일 창밖만 보고 있는 부적응자는 아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와야 어른들은 내가 나의 시간을 어떻게 쓰든 간섭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결과도 퍽 좋았다. 대입 결과까지도.
대학만 가면 이제 마음껏 내 머릿속 세상을 펼칠 수 있는 온전한 ‘내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중학생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정말 낭만 그 자체였구나, 싶다. 나는 언니와 둘이서 노는 것을 좋아카지노 가입 쿠폰. 부모님이 모두 일을 나가시고 없는 집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놀이를 카지노 가입 쿠폰. 나는 책을 읽을 때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데리고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카지노 가입 쿠폰. 나와 언니는 책 속의 세계에 들어가서 놀았다. 어떤 인물 하나를 정해서 내가 그 인물이 되고, 언니는 또 다른 인물이 되고, 책 속에서 친구들을 불러내서 놀았다. 왜, 다들 호그와트나 나니아에 가고 싶다는 상상, 한번쯤은 하잖아? 나는 언니와 함께 그런 상상을 반(半) 현실로 만들었다. 우리는 우리의 ‘놀이’ 속에서 ‘다른 세계’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모험을 카지노 가입 쿠폰. 호그와트도 가고, 나니아도 가고. 무인도에서 순록 사냥도 카지노 가입 쿠폰. 신문지를 말아서 총을 만들고, 이불로 텐트를 만들었다.
우리는 정말 진지카지노 가입 쿠폰! 우리의 다른 세계가 진짜라고 믿었고, 언젠가는 현실과 다른 세계가 하나가 될 거라고 상상카지노 가입 쿠폰. 진짜 저능아처럼 보이려나? 말도 안 되다고 생각하려나? 그런 애들이 전교 1, 2등이었다는 건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 그랬다. 현실은 의미없어보였고, 의미는 놀이 속에 있었는데..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자,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로 대입이라는 현실에 내던져졌다. 꽤나 승부욕에 불타던 나는 열심히 공부를 했다. 놀이를 할 시간은 없었다. 더군다나 기숙사 학교에 다녔으니까.. 그래도 가끔 집에 오면 오랜만에 놀이를 해보기도 했다. 산책을 하면서 여전히 책에서 읽은 내용을 비틀어서 만든 장면들을 상상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점점 더 진전시켜나갔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한창 일리아스에 빠져있었다. 왜, 있잖아. 트로이 전쟁 얘기. 그리고 이사벨 아옌데의 책. 영혼의 집. 야자 시간에 몰래 그 이야기의 장면들을 글로 옮기기도 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대학만 가면, 나 하고싶은 대로 하고 살아야지! 좋은 대학에 가야지. 그래야 과외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잖아. 돈을 벌면, 아무도 내게 뭐라할 수 없겠지.
낭만이 치사량에 달한 나는 이런 생각까지 카지노 가입 쿠폰. 대학에 입학만 하고 굳이 졸업은 할 필요 없잖아? 난 내 갈길 찾아서 갈 거니까.
그랬던 내가 이제 나이가 들어서 한국나이 28살이고, 대학 뿐만이 아니라 대학원까지 졸업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머리는 구름 속에 박고 살지만, 현실 적응을 위해 노력 중이다. 여전히 스스로가 현실 부적응자로 느껴질 때가 많지만 그래도 나름 적응했으니까 살아도 있는 거겠지?
그래서, 지금부터 낭만에 죽고 낭만에 살던 어린이가 어른이로 자라나서 어떻게 현실세상에 적응해왔는지 얘기해보려 한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나 하나뿐이지는 아니지 않을까? 어떻게든 몸부림치면서 현실에 적응하려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어린시절의 꿈에서 못 벗어나 허우적거리는 온 세상의 어른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과 희망을 주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경험해봐서 아니까. 그렇게 살다보면 온 세상은 다 자기 자리를 잘만 찾아가는데 나 혼자 뒤떨어져 경계선에서 깔짝거리는 것 같거든.
중학생 시절부터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중학생이던 나는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시험공부는 시험 한 달 전부터 하고, 평소에는 학교가 끝나면 집에 와서 놀았다. 언니와 함께 놀이를 했다. 놀이를 하지 않으면 글을 썼다. 언젠가는, 어떤 방법일지 정확히는 몰라도, 나의 놀이와 현실이 하나가 될 거라고 막연히 믿었다.
그 시절에는, 만약 내가 현실에 머물러야만 한다면(!) 내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작가와 배우 뿐이라고 생각카지노 가입 쿠폰. 내 안에 있는 이 수많은 이야기들을 밖으로 꺼내놓아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 이야기 속의 인물은 내가 되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무대에 올라오는 모든 형태의 이야기를 좋아카지노 가입 쿠폰. 연극, 뮤지컬, 더 나이가 들어서는 창극, 판소리, 발레까지. 그래서, 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배우가 되겠다고 선언하기에 나는 공부를 너무 잘카지노 가입 쿠폰. 집도 부유하지 않았다. 이건 더 나중의 일이지만, 언니는 나와 비슷한 이유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카지노 가입 쿠폰가 엄마가 며칠 앓아누우신 적도 있었다. 함부로 배우가 되겠다고 나설 수는 없었다. 그래도 글은 꾸준히 썼다. 혼자 글을 쓰고, 언니와 바꿔읽고, 상상하고.. 내 이야기를 상상하는 순간이 내게는 가장 즐거운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뮤지컬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집에서 혼자 같은 노래 100번 부르기에 도전하기도 했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올 줄 알고 막연히 애를 썼다.
그러던 중,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엄마의 친구와 남편분이 집에 놀러오셨다. 엄마 친구의 남편분은 어릴 때 노래로 신동이라는 소리도 들었고, 성악 전공을 하신 분이었다. 비록 그쪽으로 잘 풀리지는 않으셨지만..엄마는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걸 아셨기에 자꾸만 나에게 노래를 해보라고 카지노 가입 쿠폰. 딸이 이런 것도 안다고 자랑하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아니 내가 지금 유치원생도 아니고 초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인데..싶었다. 정말 하기 싫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자꾸 시키시고..그래서 한 곡 부르기는 카지노 가입 쿠폰.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Think of me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과는 뭐..혹평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참 그렇다. 아무리 착한 딸이더라도 보통 중2병 온 애들은 건드리지도 않는다는데 다 큰 중학생 딸한테 싫다는데 노래를 시키고, 또 그걸 듣고 적당히 분위기 맞춰서 대충 얘기하고 끝내면 되지 혹평을 하고..뭐 다들 좋은 뜻으로 한 일이기는 했겠지. 그 분도, 자기 전문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것일 테고. 하지만 내게는 상처였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데다 낭만은 치사량으로 들이킨 중학생이 나였으니까. 그 얘기를 듣고 난 방에 들어가서 남들 모르게 혼자 울었던 것 같은 어렴풋한 기억이 난다. 밖에서는 김연아 선수의 경기 영상이 나오고 있었던 것 같고..
그렇게 난, 모두에게 그저 공부 잘하는 아이였다. 내가 대학에 가고난 후, 교회 선생님 한 분은 내게 그런 얘기를 하셨다. '네가 공부 말고 잘하는 게 뭐가 있니?' 그분은 좋은 얘기로 하신 말씀이었던 것 잘 안다! 공부를 잘하니 얼마나 좋고 감사하냐는 의미였는데...나는 너무 기분이 나빴다.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난 공부 말고 잘하고 싶은 게 많은데..난 공부가 싫은데..난 다른 세계에 가고 싶은데..아니면 적어도 배우..무대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렇게 나는 현실과 마주하여 삐그덕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더 펼쳐질지 예상도 하지 못한 채.
(표지 이미지 생성: ChatGPT - OpenAI 이미지 도구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