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새판에 동참하신 분들께...
올해는 나에게 가장 큰일이 벌어진 해이다. 일을 그만두고 떠나야 하는 순간을 정해야 할 때 많은 카지노 게임은 나를 말렸다. 특히 미국에서는 정년퇴임을 하는 정해진 나이가 없는 만큼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다면서 왜 그만두려고 하느냐는 논리였다. 일을 그만두면 사람은 곧 늙게 되고 사회의 뒷전으로 떠밀려 나와 마치 삶이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가끔 소수의 카지노 게임이 열심히 일했으니 편히 쉬는 것도 좋다는 의견으로 응원을 하기도 했다.
일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나의 갈등은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이 거대한 땅 미국에 젊은 혈기로 혼자 유학을 와서 교수로 30여 년 동안 일을 하고 정년을 앞두었을 때까지 나는 학교에서 동료 교수와 한 두 해마다 새로운 얼굴로 바뀌는 제자들만이 있었을 뿐 가족도 없고 특별한 관계를 가진 사람도 없었다. 정년을 하고 그동안 매일 얼굴을 맞대고 아는 듯 친한 듯 지내던 그 모든 사람들의 곁을 내가 떠나고 난다면 다시 망망대해에 홀로 쪽배를 타고 있을 모습이 두려웠던 것이다.
피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된다는 사실이 두려우면서도 나는 결단을 했다. 내가 알고 의지하고 가깝다고 느끼려던 대상을 모두 떠나서 인생의 새판을 짜겠다는 야침찬 계획을 세웠다. 물론 누가 새판에 오를지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희망이 없기도 했지만 그냥 믿기로 했다. 그리고 퇴임을 재고하라고 조언하던 카지노 게임과 응원하던 카지노 게임을 향해 나 나름대로 마음속에서 답을 찾았다. 살아오는 동안 내가 남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결정을 하며 살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늙어서도 남과 다른 "나"로 살아야만 하는 것 나다운 나이 듦이라 생각했다.
정년을 하고도 하는 일은 생각보다 현직에서 일하던 것과 비슷한 내용의 일을 하고 있다. 양적으로는 오히려 더 많이 한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데 쓴다. 남들은 내가 일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르다. 월급을 받고 일을 할 때는 좋아서 일에 빠져 살았어도 하기 싫을 때도 책임감 때문에 일을 멈출 수 없었다면 지금은 좋아하는 일에 미쳐있더라고 하지 싫을 때는 언제든지 쉬거나 떠날 수 있다는 자유가 있다. 그래서 같은 일이고 더 많은 일을 하더라도 더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고 창구로 브런치를 택했다. 당연히 브런치에 글을 써서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이 너무도 순진하고 실현가능하지 않다고 찬물을 끼얹는 조언을 마다치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당연히 나는 구독자가 많지도 않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중요하기보다는 단 한 명이라도 내가 쓴 글을 읽고 "변화"를 용감하게 택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방향키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구독자 중에는 가장 먼저 "좋아요"를 누르는 경쟁을 하듯이 나의 글을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열심히 읽고 내용에 공감하고 동그라미에 밑줄까지 치며 반응해 주는 열혈 구독자분들도 있다. 나는 너무도 행복한 사람이다.
내 글을 읽고 조언을 청하는 경우도 가끔 있어왔다. 미국에서 특수교사가 되고 싶어 길을 알려달라는 분도 있었고 자폐를 가진 자녀의 화장실 훈련이나 교육에 대한 질문을 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또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감사의 이멜을 받기도 한다.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친구들의 논문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특별한 이멜이 왔다. 조언을 청하던 사람은 경미한 장애가 있지만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미국대학에 교수임용에 신청을 해 인터뷰를 기다리던 사람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대학에서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신분이 없어 미안하다는 편지를 받고는 내가 썼던 글 중에지원자격이 안되어도 경험을 위해서라도 지원을 했다던 내용을 보고 자신감 있게 어필을 해서 인터뷰를 받아냈다고 했다.
내가 쓴 글을 읽고 용기를 내어 한국에서 교육을 마치고도 미국대학에 교수임용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격이다. 그 친구에게 다시 줌(Zoom)을 통해 내가 꼭 전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박사라는 학위까지 끝낼 수 있던 사람이면 더 이상 "장애자"가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큰 변화를 감당해야 한다는 당부였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사는 것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향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고 남들처럼 빨리빨리 이룰 수 없다는 사실에 슬그머니 자존감이 짓밟히는 상황이 생기는 것을 이해한다.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먼저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고 롤모델로 꿋꿋하게 서야 된다.
비장애인이 4년에 끝냈는데 장애가 있어 그 두 배의 시간이 걸렸다며 자존감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을 했을 때 장애에도 불구하고 박사를 끝낸 카지노 게임과 아무 장애 없이 4년 걸린 카지노 게임 중 과연 누가 더 훌륭한 걸까? 더 나아가 4년에 박사가 된 카지노 게임도 결국 박사고 그 두 배인 8년이 걸려 박사가 된 카지노 게임도 같은 박사라면 다른 게 뭘까? 토끼가 스피드를 장점으로 가지고 있다면 거북이는 토끼를 넘어설 지구력과 인내심이 있으니 굳이 어느 것이 더 큰 장점이라 말할 수 없지 않은가? 나는 미국 원어민 토끼들까지 이겨버린 울트라 슈퍼 토끼였지만 결국 토끼나 울트라 토끼나 거북이들도 늙으며 다 똑같아진다. 젊어서 경쟁했던 상황이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가를 웃으며 이야기하지 않을까?
또 다른 이멜도 있었다. 더욱 놀랍게 그 이멜에는 브런치에서 내 글을 찾고는 너무너무 기뻤다며 지금까지 자신의 적성과는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용기를 내서 장애아동을 돕는 특수교육의 꿈을 꾸겠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줌(Zoom)으로 만났다. 나는 용기를 낼 수 있던 그 사람의 결정이 너무 훌륭하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최선의 방법을 이야기했고 1년 안에 편안하긴 하지만 꿈을 향한 아쉬움으로 가득 찬 현재의 생활을 박차고 일어나서 중년의 나이에 보이지 않고 험할 수 있는 길을 택해 새로운 출발하는 그 사람을 응원한다. 너무도 장한 결정이고 훌륭한 사람이다.
브런치를 통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생활이 과거에 연연하고 떠나기 힘들어했던 순간에 모든 것을 버리고 짰던 내 인생의 새판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 너무도 놀랍다. 잘 쓴 글은 아니어도 그 글에서 용기를 얻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분들이 오히려 나에게 더 큰 힘이 되어 주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새해에도 지속적으로 글을 통해 만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진솔하게 전한다.
모든 브런치의 가족에게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기를 인사드립니다.